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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Apr 24. 2022

워킹맘이란 말을 들으면 남편에게 미안해진다


아이와 손을 잡고 백화점을 돌아다니다보면, 가끔 이렇게 묻는 사람이다.

"일하는 엄마죠? 고생이 많아요."


하루에도 몇백명씩 사람을 대하는 백화점 점원의 통찰에 감탄하면서도 (나: 어떻게 아셨어요? 점원: 그냥 티가 나요.) 이상복잡한 감정이 든다. 그런 매장은  빌리고 안갚은 사람처럼 어색한 웃음(눈은 안웃고 입만 웃음) 짓다가 성급히 다른곳으로 떠나게 된다.


'워킹맘'을 위로하는 사람들이 많다. 참 고마운 일이다. 일하면서 아이도 보는 사람을 치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일이. 그런데 그런 말을 들으면 남편에게 미안해진다. 남편도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 인데, 왜 사람들은 내 노고만 높게 사는 걸까?


페미니즘을 100% 이해하고 있다고 할수는 없지만, '워킹맘' 프레임도 여성의 역할을 국한하는 태도가 전제되어있다.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보는 것이니까, 육아/살림은 엄마의 영역이니까, 일하면서 아이 키우는 엄마가 고생한다.


우리집의 경우 요리와 교육 아이템을 선정하는 건 내가 전담한다. 하지만 그외 청소, 설거지, 분리수거 그리고 내가 선정한 교육 아이템을 가지고 놀아주는 건 아빠가 한다. 빨래도 넣고 돌리는 건 내가 주로 하고 (세탁세제, 건조기 시트 쓰는게 너무 신남) 널고 다림질은 남편이 주로 하는 듯하다. 심지어 영어숙제도 아빠랑 하면 더 잘해서 내가 손 놓은지 오래다. (아빠 회식하는 날 제외) 화장실이나 베란다 청소는 결혼하고 한번도 해본적도 없고..


연봉이 낮은 사람이 더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관점도 어떤 커뮤니티에서 본적 있다. 연봉도 남편이 20-30% 높다. 심지어 남편은 관리직이라 나보다 훨씬 신경쓸 게 많다. 주중 저녁에 팀원들과 전화하면서 설거지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아련하기도 한다. 이정도면 워킹맘이 고생한다가 아니고, 워킹대디가 더 고생이 많다고 다독여줘야하는 게 아닐까?


너네 집만 그러잖아요. 라고 할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주변에는 아빠가 주 양육자인 집들이 훨씬 더 많다.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남자들 또는 주52시간 이후 육아를 하게 된 가족의 경우, 아빠육아가 정말 활발하다.


아빠전담 육아를 하는 남자들을 보면 아이 키우면서 하는 푸념이 엄마들과 똑같다. 맘카페에 가입이 안되서 와이프 아이디로 글쓴다는 남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시대에 (물론 아직도 엄마가 전담하는 집도 많겠지만)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과연 적절한 건지 의문이 든다. '워킹대디'나 '워킹부부' 좀 다른 용어를 써야하는 게 아닌가 싶고.


아빠들과 아이들끼리 키즈카페를 가거나 한강에 놀러가있는 도중에, 내가 '워킹맘카페'에서 자판을 두드리며 하소연 할때가 제일 웃긴 상황인 듯 하다.


무튼 아빠, 오늘도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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