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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Oct 21. 2022

안 갈구는데 눈치보이는 선배

모니터 위치를 바꿨더니 내 눈치보는 후배들이 보인다


몰랐다. 사람들이 이렇게 내 눈치를 보는지.

난 갈구지도 않고 조용히 일만 하는데...

 

 


 

부서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 큰 변화는 아니었다. 사무실 중간에서 창가쪽으로 위치만 바뀌어서 부서원도, 상사도 그대로였다. 다만 공간이 좁아져서 주변 사람들과 묘하게 가까워졌다.

 

옆에서 큰소리로 떠들어도 내 일에만 신경 쓰는 무신경한 타입이라 (쓰고 집중력이 좋다고 하고 싶다) 다소사람들과 밀착된 환경이 불편하진 않았다.

모니터 위치를 바꾸기 전까지는.

 

내 모니터에는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이 씌워져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는 나와 정면을 보게 해서 내 얼굴만 반사되곤 했는데, 새로 자리가 바뀌면서 모니터를 1대 더 받아와서 원래 쓰던 모니터를 살짝 옆으로 돌려뒀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하고 있는데, 뭔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느껴졌다. 누가 날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방해는 것도 아닌데 보고서를 쓰다가 괜히 치던 키보드를 멈추곤 했다. 이상하게 싸하단 말이야. 분명 시야에는 무채색 파티션만 보이는데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이 느껴졌다.

 

곧 이유를 알게 됐다. 내 모니터에 씌워진 블루라이트 필름에 내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포착되었기 때문. 열심히 집중해서 보고서를 쓰고 있으면 모니터가 있는 왼쪽에 두리번 두리번 나의 동태(?)를 살피는 사람들이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오늘따라 집중해서 끝내야하는 일이 도저히 집중이 안되서 부서 점심을 먹으면서 가볍게 물어봤다.

 

“모니터 각도 바꾸면서 알았는데, 00씨 일하면서 내 눈치를 엄청 보네. 내가 무섭나?”

“아...”

 

00씨는 당황한 듯했다. 아마도 자리 바뀌기 전에도 그렇게 눈치를 봤을 텐데 내가 알아차린 건 예상 못했을 테니까. 머쓱하게 젓가락질을 하던 00씨가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혼자... 너무 열심히 하셔서... 도와드릴게 없나해서...”

 

일단 저 문장에서 눈에 들어온 건 ‘도와드릴 게 없나해서’보다는 ‘혼자’였다. 착한 00씨는 혼자 열올리며 일하는 선배가 불편했을 수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아직 연차가 낮은 00씨에게 일을 시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결과물도 시킨 사람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듯해서 혼자 다다닥 해버리곤 했는데, 그게 00씨를 눈치보게 만들었던 것 같다.

 

사무실로 올라오는 길에 00씨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면 내가 일을 좀 더 주면 좋겠어?”

“아,, 그건 아니지만... 도와드릴 수 있으면....”

“이번주부터 주간보고는 00씨가 쓰세요. 제가 봐줄게요.”


머쓱한 표정을 짓던 00씨는 주간보고를 써서 내 앞에 갖다줬다. 후.. 한숨이 나왔다. 그래, 이래서 내가 혼자 해버리는 건데. 빨간펜을 들어 자료를 고치는데 내 옆에 바짝붙어 펜소리를 듣는 00씨의 표정이 묘하게 설레 보인다.

 

눈치볼 겨를이 없게 일을 시켜야하는데 그게 또 성격상 잘 안된다. 일을 왕창주고 하루종일 직원들 갈구는 사람들이 신기해보일 지경. 성격상 남에게 상처주며 일을 시키기보다는 해야할 일을 알아서 찾아서 했으면 하는데, 누군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연차가 쌓이면서 개선될 거라 믿는 바이고.

 

선배 눈치보는 후배님들, 상사 눈치보는 직원분들이 있다면... 할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보는게 어떨지 하는 꼰대스런 한마디를 남기고 이 글을 마무리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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