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드니 May 05. 2024

작가님은 대체 언제 글을 쓰나요?

회사 다니고 애 키우고 살림하고 해외출장 다니면서



안녕하세요. 시드니입니다.


출간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만나고 대화하는 사람들의 속성(Segment)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원래는 회사사람들, 친구들 중심이었다면 요즘에는 출판업에 종사하시는 분들 또는 저보다 먼저 출간을 하신 선배 작가님들을 뵙고 있습니다. 워낙 파워E인데다 새로운 것을 보고 듣는 걸 좋아해서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그런데 만나는 분들이 하나같이 저에게 묻는 게 있더군요.


"작가님은 대체 언제 글을 쓰세요? 정신이 하나도 없으실 것 같은데."


아무래도 출판업 종사자 및 작가님들 중에는 (제 주변에 비해 비교적) 나이가 젊고 미혼이 많으셔서 결혼하고 아이 키우는 세상을 아득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결혼 하신 분들도 회사 다녀와서 집에와 쓰러지기 바쁜데 대체 언제 글을 쓰냐는 거죠.


처음 저 질문을 받았을 때는 "음.. 모르겠는데요? 제가 글을 언제 쓸까요 대체." 라고 하고 되묻고 말았습니다. 왜냐면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아침에 러닝을 하고, 직장인들 근무시간에 글을 쓰는 사람이 전혀 아닌데다 퇴근해서 집에 와서는 아이 숙제 봐주고, 집 치우고, 책 하나 읽어주고 기절하는 일상을 살고 있거든요. 제가 저를 3자 입장에서 봐도 언제 글을 쓰고 있는지 모르겠는거죠.


그래서 저도 저를 가만히 봤습니다. 저도 제가 언제 글을 쓰는지 궁금했거든요.


가만히 보니 제 나름대로 시간을 쓰는 방식이 있더라구요. 다이어리를 하나 들고 다니면서 쓰려고 하는 표제 하나를 적습니다. 그리고 잊어버려요. 일하고 아이 돌보다보면 표제와 어울리는 에피소드가 생깁니다. 저만의 상황에서 주어지는 에피소드다 보니 꽤 특색이 있어요. 그럼 그걸 메모장에 막 적습니다. 메모장이 없을 때는 핸드폰 메모장 또는 브런치를 활용하기도 하지요. 그렇게 기승전결의 '기'를 완성하고 또 잊어버립니다.


잊어버렸다곤 했지만 '기'를 다이어리에 적어뒀으니 계속 눈에 밟혀요. 얼른 저 에피소드를 써먹(?)어야 하는데. 그러다가 또 '기'의 뒤를 이어줄 '승'을 발견합니다. 다이어리를 펼처 또 막 적습니다. 이제 기-승 까지 적혔으니 금방 글을 다 쓸것 같잖아요. 하지만 전-결을 쓰는데 또 한참 걸립니다. 또 잊어버려요. 그러다가 갑자기 마무리를 할만할 촌철살인 멘트를 일상 속에서 발견합니다. 보통 회사동료들이나 지인들과 어떤 사람에게 대해 말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거기서 인사이트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이제 대략 마무리가 되었지요? 그러면 아이가 학원에 갔거나 남편이랑 아이가 운동하러 나갔을 때 얼른 작업하는 자리에 앉아서 쫙 써내려갑니다. 글감 자체를 많이 써뒀기 때문이 순서만 자연스럽게 연결하면 되어요. 그렇게 해서 200자 원고지 20~30장 되는 글을 완성합니다. 완성하는데 드는 시간은 한시간 남짓이에요.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표제를 하나 정해놓는 게 중요하고 중간중간 잊어버리더라도 그걸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바쁘고 정신없어도 그 파도 속에서 계속 표제와 연결되는 구성과 글감을 찾아낼 수 있는 거지요. 정작 일주일에 각잡고 책상에 앉아 쓰는 시간은 1-2시간도 안되어요.


물론 이건 에세이나 짧은 글이라서 가능하고, 호흡이 긴 글은 이런 스타일로는 완성하기 어려울 거에요. <면접관일기>, <청담동 이야기>(둘다 가제) 다음 책은 소설을 구상하고 있는데, 소설을 쓸때도 어차피 시간을 길게 내는 건 불가능 할테니 저의 라이프스타일과 맞는 소설형식을 찾아내는 게 올해 저의 숙제입니다.


무튼, 궁금증이 해결되셨길 바라고-


어린이날, 어버이의날을 맞이하면서 아이키우고 일하며 글쓰는 모든 분들에게 좋은 팁이 되길 바랍니다.  


할수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에 이혼 이야기가 많아졌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