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조심
여기서는 '개조심'NO', '사람조심'입니다.
한국 사람을 조심하세요!
여행이든, 이민이든 외국 나간다는 사람을 보면 다들 어디서 들었는지 저마다 한 마디씩 한다.
“잘 다녀오고, 특히 한국 사람 조심해.”
도대체 왜?
같은 동포를 조심해야 하는 것일까.
슬프고도 짠한 현실이다.
사실 서로 돕고 살아도 남의 나라에서 잘 살 수 있을까 말까인데, 서로를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니 이건 무슨 소리일까?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이 말이 모든 사람 모든 상황에 들어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혀 틀린 말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조심’ 하라고 하는 것이다.
특히, 내가 무언가에 너무 절실한 상황이라면 더.
호주에 오고 나서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나 스스로 느낀다. 예전보다 강인하고 단단해지기도 했고 빡빡하고 폐쇄적으로 변하기도 했다. 친구를 사귈 때에도, 마음을 백 프로 열 수가 없었고 자꾸 계산하게 되었다. 지난 10년간 정이 너무 많던 나는, 마음을 나눈 친구에게 이용당하기도 했고, 또 반대로 사랑하는 친구들을 눈물로 떠나보내기도 했다.
나에게 한국 사람은, 말이 통하는 동향 사람들이다. 하지만 말이 통한다는 것이 영어보다는 수월하게 말만 통하는 것(언어적) 일 수도 있고, 서로 내적으로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여기에 오고 나서 알았다. 말이 통해서 쉽게 이용당할 수도 있고, 말이 통해서 뒷 통수를 맞기도 하니 조심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믿고 있던 도끼에 찍힌 발등은 더욱 상처가 깊으니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니까 말이다.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당한 사례로는 한인 업주의 노동자 착취 문제, 셰어하우스 보증금 먹튀 문제, 비자 사기 등이 있고, 여기서 모든 것을 다 나열할 수는 없겠지만 기상천외한 이야기도 많고 신박한 수법들도 아주 많으니 진짜 '조심'하기를 바란다. 특히나 우리가 매일 뱉는 말은, 더 빨리 그리고 부지런히 끊임없이 오고 가며 부풀려지기도 해서 더 무섭기도 하다. 한 다리 건너면 거의 모든 사람을 알 수 있게 되는 조그마한 한인 사회에서 그들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 그래서 잠깐 다녀가는 여행자나 어리숙한 학생들은 그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어준다. 특히나, 비자가 급하거나 돈이 급한 사람들은 깊고 넓게 생각할 여유가 없으니 더 크게 당한다. 그러니 쉽게 나의 약점을 보여주지 말자. 그렇다고 뒷 통수를 치는 사람들만 나쁘다고 할 수도 없다. 조금이라도 빨리, 편한 지름길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주로 당하는데 이 지름길은 거의 90프로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들도 잘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또한 발견 즉시 그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하며 지금까지 공들인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 두어야 한다. 그리고 설사 이것이 성공하더라도, 오늘도 열심히 합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미안함 정도는 느껴 주기를 바란다.
아무튼 나는, 그들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항상 주변을 의심하고 경계하게 되었다. 빡빡해 보일지 몰라도, 남의 나라에서 나 자신을 지키며 살아가야 하는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로 조심해서 같은 동포에게 상처받는 일이 없어지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