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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Jul 22. 2022

책임지기 싫어



심리상담을 신청하고 많은 대화를 하면서 나는 상담사에게 내가 느낀 감정을 이야기한다. 어쩔 땐 주어진 상황에서 이 감정을 느끼는 것이 맞는 일인지 물어본다. 같은 상황이어도 처음 느끼는 감정을 누군가 공감 혹은 동의해줘야 그제야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자세를 자주 보곤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내가 내 감정을 책임지기 싫어서.


책임이라는 무게는 너무 무겁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잘 안다. 심리학적으로 무엇이 맞는지 알고 싶고 내가 타당하게 생각하는지 확인받고 싶은 심리 같다. 부정적인 감정이 익숙한 내가 긍정 감정을 느낄 때마다 어색하고 어렵다. A 논점에서 C가 문제야! 생각하고 상담을 하면 엉뚱하게도 생각하지도 못한 B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날 놀라게 하고 B를 중점적으로 분석하면서 나타난 내 심리와 상태 그리고 깊은 내면을 마주했을 때 나는 정말 두려워한다.


좋은 감정, 나쁜 감정 상관없이 내가 가진 상황 속 감정들을 책임지기 싫어 상담사에게 되려 맞냐고 물어보는 모습을 보면 내가 참 바보 같으면서도 안쓰럽게 생각될 때가 있다. 어릴 때 엄마에게 수없이 부정당해 원치 않는 모습으로 엄마 또는 가족들을 원하는 모습을 하고 즐겁게 했던 작은 아이가 아직도 내 곁을 떠지 못하는 것 같다.


이젠 정말 혼자가 되었고 작은 아이가 날 떠나 어른이 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하지만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생각하면서 때론 정말로 책임지기 싫다. 감정조차 책임지지 못하면서 홀로 끙끙거리니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다.



훗날 내가 어른의 모습을 제대로 갖췄을 때, 누군가 코치해줘서 그것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상담하는 순간조차도 공감과 인정으로 날 받아들이지 않고 상담사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은 없어지는 날이 올까?


온다면 기쁘게 맞이해 받아들이고 싶다. 온전한 내가 되어 나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진정한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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