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셜리 Jul 30. 2022

아무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아.


매일 웃다 우는 일이 반복됐다. 하루의 기쁨이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우울한 날 발견하면 나는 여지없이 넘어지고 공황상태에 빠질 만큼 괴로워하다 지쳐 잠들었다. 기쁨, 행복을 느끼는 날들보다 그렇지 않은 날들이 더 많았다.


내가 쏟아낸 울음과 슬픔이 주변을 맴돌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예측되지 않는 감정이 싫었다. 기쁨을 느끼다 우울해지는 내가 싫어, 폭삭 내려앉은 기복이 싫어 어떤 감정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지금 행복하고 기쁘다 갑자기 슬퍼지거나 우울이 심해질까 두려워했다.


한 주를 어떻게 보내다 다음에 어떤 모습으로 만났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나는 대답했다. 누구나 슬펐다 행복할 수 있다. 반대로 행복했다 우울할 수 있다. 나는 이 기복이 싫다고 상담 시간에 이야기했다.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울해서 좌절하는 내가 싫어요. 긍정적으로 살다가 부정적인 감정을 안고 살고 싶지 않아요.


그 말에 상담사는 단호한 목소리로 나에게 그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누구나 감정은 있는데 그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정직하지 않다고 말씀하셨다.


정직하지 않다는 말에 가슴이 찔렸다. 내 감정에서 벗어나 도망치면 누가 그 감정을, 그런 날 어떻게 받아줄 수 있냐고 따끔하게 혼났다. 듣고 보니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해본 적이 없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무력의 상태를 원했다. 무조건 도망치는 선택지를 원했다. 정작 난 나에게 정직하게 살 것을 삶의 가치로 두면서 나는 내 감정에 정직하지 못했던 것이다.


가슴이 콕콕 찔리지만,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려운 문제로 느껴진다고 했다.


상담사는 그럼 자신에게 솔직하게 대하면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만 받고,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을 만큼만, 타인이 불편해하지 않을 정도로 내 감정에 대해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라는 말로 상담이 끝났다.


울지 않는 내가 좋다, 어떤 감정도 느끼지 않는 채로 하루를 보내고  달을 지내고 싶어도, 그럴  없었던 것은 감정이기 때문이다. 감정을 느끼지 않는 나는 아마 아프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여지없이 감정 때문에 프다. 감정은 통제가 안 되는 불가항력.


상담사가 해준 말이 맞다. 나는 어느 상황에서든 매사에 정직한 모습을 원하면서 정작 스스로 정직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잠깐이라도 즐거울 때마다 가슴 깊은 울림이 있다. 너는 행복하지 말라고, 너는 행복은 애초에 없어 늘 불행해야 한다 이 소리가 가슴에서 머리까지 올라오는 시간, 단 3초


좋아하는 영상을 보다 꺼진 핸드폰 속에서 비치는  표정이 보이면 우울해 가슴이 터질  같았다. 잠시 진심으로 웃고 있다고 인식됐을  불행해야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지배할  나는 다시 불행을 느끼며 우울했다. 행복하거나 즐거워도 온전히 느끼거나 마음에   없다.  행복을 질투하는 작은 내가 있으니 어렵다.


나는 별 것도 아닐 수 있는 작은 일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동반되어야 한다. 약을 먹어 순간의 우울과 불안을 잠재우고 내 감정을 기억했다 상담을 통해 하나하나 원인과 해결방안을 찾아 행동으로 나타나기까지 온 힘을 다 쏟아도 어렵다. 어려워도 평범하게, 보통의 사람들처럼 섞여 살아가야 할 시간이 아직 나에게 많이 남아 있다. 그러니 온 힘으로 해낼 것이다. 많이 늦어도 되니 결국은 미래의 난 포옹하는 사람이 되기로 다짐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로 다른 감정이라는 무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