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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Aug 18. 2022

거절은 할 줄 알아도 듣지는 못해

거절하는 것보다 듣는 게 두려운 아이다.


내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얼굴 보고 거절할 수 있다. 단호하게 내 거절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지만 나는 거절의 말 듣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거절로 내 마음이 아플까 겁나고 작은 거절 하나에 삶이 무너지는 듯 우울해진다.


거절이라는 단어에서 내가 참 나약하다는 것을 느끼고 아직도 어른 아이에 불가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거절하는 대답을 듣기까지 무섭고 아프다. 막상 들으면 잠깐 아려오다 어쩔 수 없지 하면서.


나는 거절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에 대해 두렵고 힘겹다. 대답이 꼭 거절만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들을 수 있는 대답이 거절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그런 상황은 꼭 내가 을의 자리, 결정권과 주도권이 없는 자리에서 느끼는 불안감 같다. 내가 위선이 되어야 해! 이런 의미는 아니다. 항상 갑의 위치에 서 있어야 해! 이것도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예측할 수 없고 경우의 수가 2개 이상 있는 상황에 놓여 결정을 받아야 할 때 느끼는 공포와 같다. 내가 나한테 내 능력이 부족하고 나 하나쯤은 그냥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아이처럼 여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거절이라는 건 꼭 나에게 존재를 부정당하는 일처럼 크게 느껴진다. 거절하는 말이 두려워 핸드폰을 꺼 도망치는 일도 있고 안 보이게 숨었다 안전하다 느끼면 나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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