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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셜리 Jun 11. 2022

읽을 수 없는 속마음





#5. 이건 뭐라고 불러요?

어릴 적 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친하게 지내기 어려웠다. 그 이윤, 엄마가 내가 누구와 말을 하고 친하게 지내는 상호작용 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했다. 어릴 때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도 될 것 같다가 도 이해는 안 된다.


오후가 되면 빨간색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집에 도착한다. 매일 그랬듯 엄마는 일하고 있었고 집에 오면 티비와 컴퓨터를 켜 혼자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 당시 10평도 안 되는 작은 원룸 집에 살았는데 옆 집엔 주인집 백발의 할아버지가 사셨다. 매일 야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느라 매일 애가 탔다.


그런데 어느 날, 주인 할아버지가 우리 집을 노크했다. 나는 문을 열고 공손하게 인사했다.


“방금 엄마한테 전화 왔어, 늦을 것 같다고 나한테 널 부탁했다. 우리 집에서 엄마 기다려~”


할아버지는 엄마가 날 부탁했다고 했다. 응? 엄마가?!

근데 이유가 꽤나 그럴 듯 한 느낌이다.

‘엄마’ 이 단어는 나에게 큰 의미라 엄마가 그랬다고 하면 그런 것으로 알았다. 그래서 별 의심 없이 큰 백발의 주인 할아버지를 따라 우리 집과 다른 그 큰 집으로 놀러 갔다.

할아버지는 내 눈높이로 이것저것 물어보셔서 내가 아는 만큼 대답해드렸다.


시간이 30분 지나 1시간이 넘어가고 밤 8시가 되어도 엄마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게 문제였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할아버지의 눈빛이 달라졌다고 느꼈다. 그 중간의 기억은 없지만, 내가 큰 일을 당할 뻔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리고 위험할 뻔한 그 순간에 검은색 옷을 입은 엄마가 나타났다는 것도 기억한다.


그날, 엄마에게 먼지 나게 혼났다.

이유는 단순했다. 어째서 자신의 허락도 없이 그 집에 갔으며 왜 거기서 있었냐고. 억울했다, 분명 엄마가 그랬다고 했다. 내가 그곳은 간 건 어린 내 눈에 할아버지가 거짓말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엄마는 마치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 집을 먼저 간 게 아니라 대문을 연 순간 바로 주인집으로 달려왔다는 걸.

그만큼 집과 집 거리가 가까웠고 대문 역시 가까워 인기척이 다 들렸기 때문이다.


왜 혼나는지, 왜 그리 화가 났는지, 누구의 말이 맞는 건지 하나도 모른 채로 몸통을 잡혀 집으로 끌려 들어가 먼지 나게 혼나 밤새 엉엉 울기만 했다.


엄마는 항상 이상했다, 정말로 이상했다.

위험하게 나 혼자 집을 지키게 하며 엄마만 바라보길 바랬다. 그렇다고 엄마만 보면 엄마는 쉽게 질려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보통의 날처럼 오후가 돼서 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집에 왔는데 열쇠가 말을 안 듣는다. 아무리 돌려도 안 열려 문을 실컷 두드려도 아무도 없는 집에선 문을 열어 줄 수 없는데도 훌쩍이며 문을 두드리다 쪼그려 앉아 언제 올 지 모를 엄마를 기다렸다.


근데 큰 소리에 아줌마가 목을 빼 두리번거리다 날 발견하셨다. 그리곤 조심히 대문을 넘어오셨는데 뒤에 쪼르르 따라오는 여자애가 보였다. 내 또래처럼 보였다.


“어머, 문이 안 열리니? 집에 누구 없어?”

“네..”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하자 아줌마가 열쇠를 달라 하셨고 알겠다 대답한 후에 열쇠를 드렸다.

문이 뻑뻑한 건지 건네받은 열쇠로 아무리 돌려도 문은 당최 열릴 생각을 안 했다. 한 10여분 넘게 실랑이하다 우리 셋은 결국 포기했다. 아줌마는 숨을 크게 몰아내 쉬더니 한 가지 재미있는 제안을 해주셨다.


“아줌마는 앞 집에 사는데…, 괜찮으면 엄마 오실 때까지 아줌마 집에서 놀다가 갈래?”


분명 신나고 재미있는 제안인데 한 번 크게 혼난 탓에 주춤거렸다. 그걸 알고 계셨는지 다시 물어보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동네가 떠나가라 울고 불고 난리 쳤고 엄마 목소리도 워낙 커서 유명하지 않았을까 싶다. 골목에 있는 집들이라 작은 소리도 다 들릴 수 있는 곳이었다.


“엄마가 오시기 전에 집에 있으면 혼나지 않을 거야, 걱정하지 마.”


고갤 끄덕끄덕, 강한 긍정을 표하며 웃었다. 그렇게 난 앞 집에 놀러 갔고 또래 여자애는 나랑 동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아인 나보다 더 많은 종류의 장난감도 갖고 있어 그날은 정말 재미있게 놀았다. 그 후에도 가끔은 열쇠를 잃어버려서 혹은 그냥 놀고 싶어서 그 앞 집에 자주 놀러 갔다. 그때마다 아줌마는 항상 반가워해 주셨다. 그 아이와 잘 놀 수 있게 장난감도 구경시켜주고 간식도 챙겨줬다.


한 두 번은 엄마 모르게 그리 놀 수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엄마가 알고 있었다. 앞 집에 놀러 간 것을 들킨 날은 노발대발하며 끌고 집으로 가면 항상 동정의 눈빛으로 아줌마가 날 바라보셨다. 그래도 두세 번 몰래 놀러 갔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앞 집 아줌마에게 난리 치고 나를 몇 번 때린 이후엔 앞 집과 더 이상 놀 수 없었다.

나를 피하기도 하셨고 더 이상 날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또 나는 혼자가 되었다.


엄마는 왜 타인과 친해지는 걸 극도로 싫어했을까. 친해지면 나는 이유를 모른 채 혼났는 가. 이유라도 충분히 들었다면 엄마가 하지 말란 행동은 안 했을 것이다.

자신만 바라보길 바라면서도 정작 부담스러워하는 엄마의 태도에 정말 혼란스러웠다.


그때도, 성인이 된 지금도 엄마가 한 행동은 정말 날 위한 행동? 날 사랑해서 한 애정표현이라고 여긴 적이 없다.

‘사랑’ 이름으로 할 수 있는 범위는 벗어났다. 분명 그랬다.

엄마에게 왜 그랬는지 물어볼 수 없다. ‘기억이 안 난다’라는 말로만 무마하기 때문이다. 나에겐 엄마가 준 첫 번째 정말 큰 상처를 기억이 안 난다는 말로 없는 일처럼 만드는 엄마의 마음을 도저히 알 수 없다. 그때 그랬고 지금은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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