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시여, 너의 건강은 나의 노후 대비이니라
2024년 6월 28일 저장해둔 글.
너의 건강 유지는 나의 노후 대비니까, 술 좀 작작 마셔줄래?
그냥 '애주가'라는 말로도 서러울 '애애애애애주가'님 남편에게 며칠 전 밤에 던진 말이었다. 근위를 손수 볶고, 와이프가 해놓은 된장찌개를 식탁에 차려 완벽한 안주다! 하며 소주 한잔을 기울이려는 남편에게 기어코 한 소리를 해버렸다.
물을 떠서 영양제와 함께 식탁 자리에 올려놔도 먹지 않는 남편이시여. 당신의 머릿 속에 있는 감정은 불안이가 다섯 쌍둥이 일 것이다. 그리고 버럭이와 당황이 옆에 조그마한 기쁨이 정도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추측이 된다.
불안이 투머치한 남편은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담고 산다. 뽀얗고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외모지만 마음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여기저기에서 가시덤불을 모아 마음 속에 차곡차곡 모아두는 모양이다. 마음은 분명 여리고 순한데 어찌 그런 못생긴 말들로 철벽을 치는지. 나는 그 방식이 한편으로는 짠하지만 생각할 수록 답답하고 속상하다. 딸들이 그런 방식의 '마음 먹기'를 배우면 어쩌나 걱정도 앞선다. 아이를 둘 낳고 나도 불안이가 두 명쯤은 생긴 것 같지만 난 기쁨이가 원래 3명이 있었던 사람이라 괜찮다고 합리화 해본다.
고맙게도 남편은 가게 오픈 전이나 한가할 때나 마감 하기 전에 항상 전화를 주는데 오늘 전화에서는 "아, 거지같아." 라는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급하게 "어제 그랬다고~" 하며 미지근하게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지만 난 절대 참지 않는다. 왜 내 기분도 거지같이 만드느냐! 그런 말을 해서 기분 좋냐! 그것도 아닌데 왜 자꾸 그런 부정적인 말을 하느냐! 모든 것에 감사하다 해봐!! 말티즈처럼 깡깡 소리지르고, 꽥꽥 다그치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응 조심할게- 하며 순순히 끊는 것은 계획이 있기 때문이 분명하다.
최근 너튜브에서 검색하여 찾아 본 영상으로는 '혈당쇼크'와 '가속노화식단', '60대에도 굶지 않는 자격증' 이런 것 들이다. 40대를 눈앞에 두고 노후 대비를 시작하려는 나름 지혜로운 태도였다고 자부했다. 아이들의 사교육에 너무 힘쓰지 않기로 마음 먹은 이후 맘카페를 들락날락하며 정보를 얻는 시간이 줄어서 좋다 했는데 결국 알고리즘은 나를 또 다른 불안 앞에 앉혀 놓았다.
그러다가 어제 오후 설거지를 하며 김미경 선생님 강연을 보다가 '남자도 길을 잃는 것 아세요?'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혔다.
"그도 무지 힘들어. 이거는요, 그 엄마한테 배울 수 있는게 아니에요. 어짜피 마흔이나 되어야 깨닫고 배울 수 있는 걸 그 남자도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창업은 그냥 매달 내 월급 안가져가도 좋으니 있는 직원 두명 월급만 주게 해달라고 새벽 4시마다 일어나서 기도하게 되는 걸 창업이라고 부릅니다. 고걸 3년은 빡시게 통과할 수 있어야 4년차부터 돈 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4년차부터 잘, 별 사고 없이 계속 매년 2-3-5프로 성장해야 15년간 돈을 버는거예요."
"이렇게 살아보고 나니까 인생이 뭐예요, 인생이 원래 행복해서 지혜로워지는게 아니잖아요.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지혜가 조금씩 쌓이기 시작하다보니까 30대 때, 화살을 남한테 많이 쏴봤는데 쏴봤자 아무 소용 없으니까 사람이 지혜로워졌다는게, 남한테 향하는 화살을 다 거둬서 이걸 저한테 갖고 오는거지. 그래서 40대가 바빠지기 시작하고 인생에 안한 걸 하기 시작합니다. 이전에 안했던 생각이 자꾸 들기 시작하는 거예요."
남편이 올해 만 나이로 마흔이 되었고, 가게 운영을 시작한지 딱 1년이다.
올해에 꼭 시작했으면 좋겠는거, 마흔이 살아야 그 뒤가 산다.
내가 그의 손을 잡고 "일어나!" 라고 외치고 싶다.
내가 꿈이 있고 기획이 있어야 일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로드가 되었나 늘 챙기는 유튜브 중에 '소울정' 이라는 채널이 있다. 공부를 제대로 할 줄 아는 윤소정이라는 CEO가 주인공이다. 이 여자의 말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엉덩이가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나랑 동년배의 이 사람이 하는 말에 내공과 지식이 가득하다고 느껴진다. 듣다보면 괜히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것처럼 전율이 흐르는 것 같다. 난 이 분의 영상을 하나씩 끄적이며 그녀의 말대로 깨끗한 학습에 대해 배우고 있다. 영상을 보며 나의 경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한뒤 그 생각을 직접 써보고, 이어지는 피드백을 듣고 또 끄적이다보면 정말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고 이미 시작하고 있는 것도 같다. 살아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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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불만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내가 '나'를 제일 뒷전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요즘 귀찮은 게 많은 아홉 살 아이와 기어다니는 속도가 부쩍 빨라진 아기를 돌본다. 그리고 K-장녀 답게 동생 둘의 무탈을 챙기며 엄마아버지의 안부도 묻는다. 아버님어머님과의 관계도 유지해야하고 지인들의 생일도 챙겨야 한다. 가게에서 쓰는 물품 중 온라인 주문은 내 몫이고, 알바 공고를 올리고 면접을 잡는 것도 내 일이다. 하지만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남편의 케어다. 우리 신랑은 할 줄 아는 것도 많고 알고 있는 것도 많지만, 용기가 크지는 않다. 세상은 모르고 어려운 것 투성이인데 부딪히고 깨질 작정을 하는 것이 힘든 사람이다. 겁 없이 덤비는 나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가끔 지나치게 진중한 남편이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남편이 장난처럼 입버릇처럼 늘 하는 말, "나는 질 게임에는 승부를 걸지 않아."가 아마도 진짜 그의 모토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커갈수록 내 시간은 늘어날 것이란 사실을 안다. 나를 케어하며 남편을 잘 케어해서 나중에 오롯이 단 둘만 남게 되었을 때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답답하고 화날 때가 물론 많지만 두 딸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참아지고 넘어가게 된다.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고 생각하고 잔소리를 줄이자, 남편에게 측은지심을 갖자, 진심으로 대하고 대화하자 마음 먹는다. 니가 못하면 내가 하면 돼. 괜찮아, 까짓것.
따로 또 같이 혹은 번갈아가며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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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김미경 씨의 이야기를 무작정 메모해둔 것.
남편에 대한 태도를 늘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보고 싶은 이야기라 아래에 남겨둔다.
60에 하고 싶은 것. 기획이 있어야 한다. 내가 나를 만들어 가는 것. 70대 김미경은 60대 때에 내가 다 만들어 둔 것. 인생 건축물. 내가 지금 집이 있으면 그건 10년 전에 집을 지어둔 것. 그날 계획 세워서 일주일 뒤에 되는 건 없다. 애들도 다 20년 전에 만드는 것. 영어도 공부했고, 돈도 모아뒀고.
40대 제일 중요한 건 "습관", 내가 나를 일으키는 습관 특히, 남자들! 왜 자녀들 한테는 한달에 백만원 백오십만원 막 쓰면서 남편한데는 왜이렇게 인색해요? 그 남자한테 투자하는 게 더 남는거 모르겠어요? 아까 결혼이 창업이라고 했죠? 직원 둘이 들어왔죠. 그럼 퇴직금 들고 나가. 걔네는 서른쯤부터 계열사로 나가. 우린 그때 본사가 되는 거예요. 특히, 남편 공부 가르치는데 쓰세요. 여러분 이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게 60세 넘는 남자가 열등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 100살까지 같이 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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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60 먹은 남자가 할일 있어, 한달에 2-300만원 뭔가 버는 게 있어. 동호회 모임도 하고 커뮤니티도 이끌고 재미있게 돈도 벌고 뭐 공부도 하고 이러면서 하루를 되게 신나게 내가 주인이 돼서 직장이 아니고 내가 주인이 돼서 사는걸 너무너무 잘해. 여러분 이모습을 계속 지켜보면서 70, 80. 이게 안으로 향하고 밖으로 향하고 너무 즐겁게 봉사활동도 하고. 40대는 직장인인 줄만 알았는데 70대 되니까 되게 존경스럽네 이 남자. 이거 누가 키운거야, 내가 키운거지. 어른도 수시로 망가집니다. 방치해보세요 한번 서로. 안가르치고 잘했다 칭찬 안하고, 어떻게 살거나 말거나 그냥 내버려 두고 그럼 65세 남자가 그냥 완전 망가져요. 어른도 계속 케어해줘야 안망가져요. 그래야 자신감을 잃지 않고 계속 살아갈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