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꿈은 수영인

수린이도 아니고, 갓 배밀이 시작한 수애기 입니다.

by 시즈 SYES
애기들 배밀이 하는 것처럼 천천히 하면 돼요. 남들 신경 쓰지말고.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든 떠요
가라앉을 것 같으면 발차기를 해요. 앞으로 나아가면서 균형이 맞춰져요.
애기들한테 말하듯이 스스로 말해줘야해요. 걱정말아요. 괜찮아요.


나보다 연배가 있어 보이는 선생님이 말했다. 수업에 나간지 3일차였다.

4월에 새벽 오픈런으로 등록한 뒤 6번의 수업이 있었지만 2번 출석 뒤에 꼬맹씨가 아팠다. 그래서 수업을 연이어 3번이나 빠졌다. 6일차에 다시 수업을 나갔고 큰 아이와 나이가 같은 딸을 둔 워킹맘과 대화를 텄는데(드디어 수친이 생긴 것인가!) 그 사이 자유영과 배영 발차기를 나갔다고 했다.



pexels-jess-vide-4321521.jpg 깊은 바닷물에서 헤엄치고 싶어라


아, 아직 나는 물에 눕는 게 어렵다. 초중고급 각자의 레일 물 속에서 노래에 맞춰 준비운동이 끝나고나면 "누우세요" 를 하는데, 수영장 천장을 향해 물 위에 누워있으면 물안경 너머로 보이는 수면이 시야에 들어온다. 물결따라 울렁울렁 포물선이 밀려오는데 물이 코로 몰려올수록 심장이 쪼그라들고 가슴이 두근댄다. 그래, 어쨌든 이제 물에 뜨는 법을 배웠으니 뒤집기는 한거지. 괜찮아 괜찮아.



KakaoTalk_Photo_2025-04-14-11-59-48 001.jpeg 수영 첫날 인증샷 뿌듯하도다


새벽 수영 첫날, 날이 추웠는지 몸이 떨렸는지 뭐가 먼저인지 모르겠다.

정말 후덜덜덜덜덜덜 떨었다. 샤워하는 도중에도 덜덜 떨렸고, 수영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도 몸이 떨렸다.

그러다 수영장에서 클론 노래가 커다랗게 흘러나오고 백 여명의 사람들이 물 속에서 준비운동 하는 진귀한 광경을 목격! 힘차게가 아닌 설렁~ 설렁~ 대~충 하는 선생님과 사람들을 보니 웃음이 픽 나서 긴장이 조금 풀렸다. 제일 벽면으로 붙어서 물 속에 발을 넣는 순간 생각보다 따뜻한 온도. 잔뜩 쪼그라든 마음이 많이 풀렸었다.


첫 날 수업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물 무서워하죠?" 라고 선생님이 말했다. 유아풀에서 허우적거리며 줄줄이 나아가는 초급반 6명 사이에 선 채로 "네, 맞아요." 라고 답했다. 유아풀 수위가 낮아 아마 뻘쭘해하는 내 몸이 다 보였을 것이다. 밖에서는 30초 넘게 숨을 참을 수 있는데 물 속에서는 왜이렇게 숨이 찰까.

"유튜브에 나오는 최재천이라는 교수가 인간은 원래 두려워하는 존재라고 했어요. 그 마음이 있는 건 당연한거예요."

"침대에 누워있다 생각하세요."

"부적을 딱 붙였다 생각하세요."


어쩐 일인지 큰 아이 어린이집 입소하고 용기내어 처음 수영 배웠을 때 보다는 물에 뜨는 시간이 짧았다. 허우적대며 오고가는 동안 초급반 유아풀 레일 4개를 동시에 지켜보던 선생님이 쌩초보(내가 있는 곳) 레일로 가까이 다가왔을때 잠깐 망설이다가 선생님께 호흡에 대해 물었다.

"물 속에 들어가자마자 숨을 내쉬나요? 아니면 참다가 조금씩 나누어 내뱉나요?"

"아니죠~ 일단은 참아야죠. 최대한 참다가 나올때 파, 하고 뱉거나 조금씩 끊어서 뱉거나 해요. 정답은 없으니 몸을 봐가면서 하면 돼요."


코로 물이 들어오는게 너무 싫다. 몸이 물에 안뜰까봐 뻣뻣한 채로 버둥거린지 어언 몇십년이다. 중학생때쯤 가족들과 계곡에 갔다가 물에 빠진 적이 있었다. 한번만 슈웅 헤엄쳐가면 되겠지 싶은 거리여서 손 끝을 깊은 골을 가로지르게 한다음 바위를 뒷발로 힘껏 찼는데 하필 제일 깊은 골 끄트머리에 멈췄다. 결국 발이 안닿아 꼬르륵 허우적대던 것을 가장 가까이 있던 이모부가 발견하고 나를 건져줬다.


20대 때에는 열심히 하던 동아리가 있었다. 함께 물놀이만 가면 선배들이 그렇게 여자 후배들을 들쳐업고 물에 빠뜨려댔다. 남들을 보는건 재미있지만 내가 몇번 빠지고 나니 겁이 났다. 짖궂은 선배들은 기어코 물 밖으로 나오려는 머리를 다시 힘주어 눌러버리거나 곧장 발을 걸어 숨쉴 틈이 없게 물 속으로 넘어트린 적도 있었다. 당시 나는 감투를 쓰고 있어서 모임에 빠지면 책임감이 없는 것처럼 스스로가 느껴졌고, 물놀이 후에 먹는 라면과 삼겹살은 20대 여자에게도 아주 치명적인 맛이었다. 그 두가지가 아니었다면 물놀이 가자고 할때마다 정색하며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KakaoTalk_Photo_2025-04-14-11-59-49 002.jpeg 두번째 수영 이후로 꼬맹씨가 아파 일주일간 STOP


그냥 숨만 참으면 되는 것인데 왜 그걸 못 하고 중간에 자꾸 일어서는 것인가. 두려움 때문에 호흡이 안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안되는 것이다. 물 속에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다. 다시 태어난 것처럼 눈부시고 낯설다. 다시 자궁 속 세포의 조각이 된 것 같이 몸뚱이가 조그맣다 못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90cm 남짓 되는 유아풀이, 언제든 일어서면 그만인 그곳이 망망대해처럼 까마득하고 무섭다.

정말이지 수영, 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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