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는 독! 아이들은 다 알고 있어요
PART 4. 독서지도사 엄마가 실패했던 책육아의 순간들
- 강요는 독! 아이들은 다 알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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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간을 정해두고 “지금은 책 읽는 시간이야”라고 강요한 것
P 성향인 저에게도 육아에 있어서는 J가 되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육아서에서 규칙적인 생활과 일정한 루틴을 강조하고 있으며, 저 또한 아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는 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영유아기 내내 잠자기 전에 2권씩 읽는 루틴이 있었으므로 둘째도 똑같이 적용시키고 싶었습니다. 아이의 독서 습관을 위해 낮잠 자고 일어나 가장 기분을 좋을 때를 집중 공략하여 책을 읽자고 시간을 정해두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가만히 안겨 있기를 원했습니다. 책을 펼치자 징징거리며 제 품으로 더욱 파고들었습니다.
간식을 먹은 직후로 독서 시간을 옮겨 보았습니다. 하던 것을 내려놓고 억지로 무릎에 앉히는 자체만으로도 아이는 거부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그대로 거실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관심을 가졌습니다. 손가락으로 사과를 가리키며 사각사각, 아삭아삭 소리를 냈더니 좋아했습니다. 아이는 이처럼 ‘책놀감’을 통해 책에 스스로 다가가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저는 본격적으로 바닥에 책을 펼쳐놓기 시작했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쯤, 소위 말하는 ‘책태기’가 찾아왔습니다. 남편의 직장과 맞물려 초등학교 시기에 맞춰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그때 다시 독서습관을 다잡아볼까 하여 저녁 8시에는 모든 채널을 다 차단하고 샤워 후 나와 책을 읽자고 시간을 정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거부했습니다. 당시 저는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봐 망연자실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더욱 강요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당연히 아이는 싫다며, 차라리 누워있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습니다.
주말에 만나 나들이를 함께 다니던 남매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야기할 때 우연히 아이 눈빛이 반짝거리는 것을 포착했습니다. 평소 학습 만화에 부정적이었지만, 책을 다시 좋아하게 하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 학습 만화를 들였습니다. 이 학습 만화는 아이에게 다시 즐거운 책놀감이 되어 주었고, 아이는 다시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학습 만화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2. 유명하다는 그림책과 권장도서를 그냥 들이민 것
책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육아서나 그림책, 책육아 관련된 서적을 한두 권쯤 들추어보셨으리라 짐작됩니다. 육아서에서 추천하는 영아 대상 그림책들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사과가 쿵>, <잘 자요 달님>, <두드려 보아요> 등과 같은 유명 그림책은 역시 저희 아이도 아주 즐겨 찾는 책이 되었습니다. 저 또한 명작 그림책을 읽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에 잠기게 되더라고요.
다만, 그 시기를 지나면 아이들도 취향이 생겨납니다. 좋아하는 색이나 장면, 그림체, 읽어주는 소리 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게 됩니다.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다만, 누가 좋다고 했다거나, ‘기본템’이라 불리는 그림책들이 내 아이를 무조건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중고로 들였으니 망정이지, 새 책을 샀다면 아까웠을 법한 책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 책들을 무작정 들이기보다는 아이의 성향을 바탕으로 고려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폰으로 책을 검색하여 어느 페이지를 보여주고 ‘이거 뭐야? 사과? 아삭아삭? 음, 맛있어.’ 하고 소리 내 보았을 때 아이가 반응을 보이면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것이 ‘책놀감’의 시작이었습니다. 책은 무궁무진하며 하루에도 수천 권의 신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좋은 책은 자신에게 좋은 책이지, 유명한 책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하시고 아이에게 맞춰 책을 고르시길 바랍니다.
7세가 되어도 좋아하는 책만 읽었지, 골고루 읽는다는 느낌은 딱히 없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책만 읽혀서 그런가 봅니다. 한편으로 편독이 습관이 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입학 전에 읽히면 좋을 그림책 목록을 여기저기에서 다운로드하였습니다. 활동지를 같이 배포하는 목록을 받으려고 줄도 서 보았어요. 하지만 아이는 보자마자 싫다고 그냥 가버렸어요. “이 중에 제목과 표지를 보고 궁금한 책을 좀 골라볼래?’”라고 너그럽게 물었는데도, “내가 읽을 책은 내가 고를 거야!”라고 하더군요. 잘 다독이고 간식으로 설득해도 넘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강요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서점과 도서관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제 욕심에 앞서 좋다는 책을 무작위로 고르지 않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도록 말이죠.
3. 도서관과 친해지길 바라는 무언의 압박
앞에서 도서관과 관련해 잠깐 이야기했습니다. 도서관에 가서도 어떤 책을 볼 거냐, 그 책은 안된다, 이 책이 더 낫지 않냐 잔소리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역시나 가장 중요한 건 압박감이 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우리의 강요와 압박을 기가 막히게 잘 알아차립니다.
둘째가 도서관에서 간식을 먹듯 첫째도 도서관 매점이나 근처 빵집에서 간식을 사 먹이며 그 공간을 좋아하도록 이끌었습니다. 이전에 살던 아파트는 바로 뒤에 큰 시립 도서관이 있었기에 간혹 산책 삼아 다니기도 했었지요. 저 역시 도서관으로 함께 가서 아이에게 책을 골라 보라고 하고는, 옆에서 제가 은근히 원했던 책을 강요했습니다. 두세 번 그러다 보니 아이가 도서관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강요는 책놀감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됩니다.
그때쯤 TV 교육 관련 프로그램에서 ‘책벌레’가 되었다는 중학생과 함께 과거 도서관 공터에서 아이와 배드민턴을 쳤다는 아버지의 사연이 나왔습니다. 저도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게 도서관 매점이었죠. 도서관에 같이 가서 엄마가 빌린 책들을 반납하고 대출하는데 10분 정도 걸리니 그 뒤 지하 매점으로 가서 간식을 사 먹자며 아이를 설득했습니다.
두세 번 다녔을까요. 못마땅한 마음으로 따라나섰던 딸이 잠깐 어린이자료실을 구경하고 싶다더군요. 그리고 얼마 뒤 그림책을 골라 들고 책 읽는 언니 오빠들 틈에 앉아 책을 읽고 가자고 했습니다. 드디어 제가 원하던 반응이 나온 겁니다. 도서관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갔었는데, 그렇게 다닌 지 6개월도 더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지금은 무조건 다 취향껏 고르라 하진 않습니다. 학습만화에서 줄글로 넘어가야 하는 시기라 5권 중에 1권은 제가 골라줍니다. 물론 취향을 적극 반영해서 말이지요. 그래도 이제 첫째는 도서관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둘째 하원 때문에 서둘러 가야 하는 상황인데도 도서관에서 나오지 않아 혼나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일이겠지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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