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이제는 혼자 읽을 수 있지?
PART 5. 혼자 읽으라고 방치했던 시기
-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이제는 혼자 읽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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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독립을 위해 애썼던 이야기를 간단하게 해보겠습니다.
큰 아이는 근처 유치원 내에 소장하고 있는 책이 가장 많고, 가장 많이 노는 유치원을 찾아 입학시켰습니다. 코로나가 맞물렸지만 덕분에 아이는 꾸준히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도서를 관리하는 엄마 모임에 들어가 회장을 맡으며 아이의 독서를 도왔습니다. 독서논술 공부방을 운영하며 병행하느라 모든 책을 읽어줄 수 없었고 때로는 힘에 부쳐 버거운 날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의 독서 습관이 큰 탈없이 유지되어 온 부분에 대해 운이 무척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유치원에 갈 때마다 책을 한 권씩 들고 등원하는 일이 많았는데, 장난감은 금지 품목이었지만 책은 언제든지 환영해주셨던 유치원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유치원 선생님은 아이들 앞에서 첫째가 가져간 책을 가끔 읽어주시기도 했다고 합니다. (고맙습니다!)
1학년에 맞춰 다른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아이는 또 다시 책태기에 빠졌습니다. 유치원 친구들을 다 버리고 이사 왔다며 징징거리는 날들이 이어지고, 해야하는 일들을 다 내려놓고 그저 누워있거나 간식만 먹으려고 했습니다. 사실 아이는 가벼운 우울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마침 저는 만삭이었던지라 책을 읽어주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때다 싶어 읽기 독립을 시키려고 평소 좋아했던 책을 들이밀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거부하더군요. 아예 책장에 손을 대지 않는 일이 약 3개월 정도 지속됐습니다. 이대로 독서 습관이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해졌어요. 그 당시 아이가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이런 게 진짜 있었어?”, “실제로 있었던 일이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옛이야기를 들이기로 결론 내렸습니다. 실제로 읽기 독립을 위해 많이 활용되는 책이 전래동화이기도 하거든요.
옛날 이야기는 우리 조상의 옛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전래동화는 기승전결이 분명하여 아이들이 읽기가 수월합니다. 권선징악의 주제는 아이들의 인격 형성에도 큰 자양분이 되며 마지막에 ‘악’이 벌을 받을 때 생겨나는 통쾌함을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짜릿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책을 재미있다고 느껴 다시 책을 꺼내 들게 됩니다.
읽기 독립을 꿈꾸며 책을 들였는데 초반에는 아이가 읽어달라고 가져왔습니다. 언제까지 다 읽어줄 수는 없어서 혼자 읽어보라 한 적도 있고, 아는 이야기는 미리 간단하게 들려주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자꾸 만삭인 제 무릎 위에 앉아 책을 같이 읽고 싶어 했어요. 문득 5학년 아이가 잠이 들때 곁에서 심청전을 읽어준다는 교육열 높은 한 학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이사해서 낯선 친구들에게 스트레스가 있겠지, 더군다나 둘째가 곧 태어날테니 그전까지만이라도 집중해주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옆에 앉히고 책을 펼쳐 옛이야기를 읽어주는데 아이는 몸을 비비적거렸어요. 그렇게 책을 같이 읽는 동안 아이는 깔깔 웃기도 하고 무섭다며 안기기도 했으며, 결론을 먼저 보려고 책을 후루룩 넘기기도 했습니다. 이 아홉살 원님은 어떻게 저런 생각을 떠올린 건지 놀랍다며 감탄하기도 했어요. 아이는 가벼운 우울감에서 벗어나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고 10권을 채 읽어주기도 전에 혼자의 힘으로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세계 명작도 전 권도 함께 들였습니다. (전래, 세계 명작 모두 중고로 들였습니다) 결국 아이는 두 전집을 한 권도 빠짐없이 다 읽었으며 좋아하는 이야기는 4-5번을 반복해서 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거실 책장에 둘째 아이 책을 꽂아야해서 읽던 책들을 방 안 책장으로 옮겨두자 했더니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그래서 책장 한칸을 비워주고 두 전집 중 좋아하는 이야기를 스스로 골라보도록 했습니다. 이제 그 한 칸은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깐 쉴 틈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 읽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큐레이팅한 책들을 오히려 더 즐겁게, 더 자주 들춰 보았습니다.
읽기 독립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들여주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읽어달라고 하면 읽어주세요. 한 권이 힘들다면 반을 읽어주거나 한 바닥만 읽어줘도 좋습니다. 읽기 독립은 아이가 원해야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로 읽는 것이 스스로 읽는 것보다 느리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는 곧 답답함을 느낄 것입니다. ‘책놀감’을 통해 책과 재미있게 노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면, 곧 혼자만의 힘으로 책을 읽게 될 겁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힘내세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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