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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Sep 24. 2022

부정한다고 그래, 사라진답니까

-오늘의 기분, 226쪽.


나는 가끔 그런 생각을 해. 이제 내 생에도 그리 많이는 남지 않았구나 하고 말이야. 곧 정년을 하겠지. 그 다음엔 뭘 하면서 소멸에까지 이를까, 그런 생각을 하지. 정년을 한 다음에는 1년 정도는 명예교수로 대접해 주고, 몇 시간짜리 강의를 주니까 그때까지는 교수님 대접을 받을 테지. 


그런데 그 다음은? 내가 그동안 이루었다고 생각되는 학문적 성과라는 게 사실 뭐가 있겠어? 변변찮은 게지. 연구논문이란 게 다른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공부해서 써놓은 글들 적당히 옮겨와 하나의 글을 만들었을 뿐이고. 저서라는 것도 그런 논문들을 모아서 엮어낸 것에 불과하니 새롭거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논문이나 저서의 내용이란 게 다른 이들과는 다른, 이를 테면 학문의 발전에 이바지할 만한 특별한 내용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면 참 허무하게 느껴지거든. 건강도 당연히 예전 같지 않고. 요즘엔 발기도 잘 안 돼. 그래도 남은 즐거움이란 젊은 여자와 섹스 한 번씩 하는 것 말고는 없어요.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그런 감각 말고는 없어. 감각만큼 솔직한 것도 없고. 그래도 우리는 전임이라 퇴직금도 나오고, 훈장도 받고, 연금도 생활할 정도는 나오니까 여생을 구차하게 보내지는 않을 테지. 


김 선생과 같은 강사들이 좀 어렵겠어요. 퇴직금도 없지, 연금도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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