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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Sep 24. 2022

당신이 나를 부를 때

-오늘의 기분, 273-274쪽

작년에 서울에서 택시노동자 둘이 잇달아 분신을 했잖아요. 저는 되게 웃겼어요. 내가 택시운전을 하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상황이라 관심을 좀 가졌어요. 그런데 카풀 탓에 택시노동자들 생계가 힘들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최저임금 탓에 자영업자들이 먹고살기 더 힘들어지는 것도 아니고요. 택시는 어차피 한계산업이에요. 곧 자율주행 자동차가 거리를 쏘다니게 될 텐데, 그때가면 자율주행 자동차를 불 지르겠다는 사람들이 나올 지도 모르겠어요. 문제는 노동에 대한 착취구조가 누가 어떻게 해 볼 여지가 전혀 없을 만큼 강고하게 제도화되어 있는 것인데, 사람들이 그 말은 잘 안 해요. 이해하기도 귀찮고, 어려우니까요. 어려운 건 아닌데 정부나 기업이나 특히 학자들이 어렵게 설명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은 잘 이해를 못해요. 


제가 대리운전을 해보니까, 이게 막장이더라고요. 지금은 많이 없어졌는데, 석탄을 캐러 어둡고 깊은 탄광 아래로 맨 아래로 내려가면서 두려움과 슬픔의 감정을 숨겨야 했던 광부들 생각이 나더라고요. 대리운전이 딱 그래요. 그런데 누구나 처음부터 택시노동자가 되거나 대리운전을 하는 건 아니에요. 운수노동자로 태어나는 건 물론 아니고요. 그들 중 일부는 말도 거칠고 생각도 단순하지만, 그래서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래서 울분에 쌓여 있고, 그런 악순환의 늪에 갇혀 있죠. 누구나의 생명은 소중하고 노동은 신성하다, 그건 무슨 성공한 혁명의 선언문에나 적혀 있을 테죠. 우리들 대학의 시간강사나 운수노동자들이나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저는 믿어요. 그러니 선생님, 혹시라도 저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는 마세요. 저는 기적 없이 잘 살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고요. 그냥 꿈을 꾸듯이, 잘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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