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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Oct 21. 2022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말

장편, 사랑의 흔적, 5-6쪽.

이 소설은 많은 삽화로 이루어져 있다. 삽화들이 모이는 중심은 없다. 그래서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상관없다. 소설 속의 이야기들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 위태롭게 자리하고 있다. 이 소설은 서로 다르면서도 결국 같은 모습일 것이 분명한 무수한 그녀들과 함께 숱한 죽음의 이미지를 호명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얼마나 폭력적인 구조와 상황 속에 놓여 있는가 하는 일종의 은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핍의 빈 공간을 메우고자 하는 작중 인물들의 노력은 보상받지 못한다. 왜냐하면, 세계는 불화와 폭력으로 가득 찬 공간이어서 따뜻하고 그리운 세계는 너무 멀리 있거나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나는 기억과 연대와 열정에 관한 소설을 쓰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결국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된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아닌 것도 아니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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