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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Oct 22. 2022

만해마을

장편 사랑의 흔적, 13-14쪽.

길은 자꾸 어긋났고 돌아갈 곳은 까마득하지 않으나 제 길을 가는 사람들 중 제대로 가고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건 달라이 라마가 했다는 말이야? 그가 물었고 나는 아니, 기억이 잘 안 나, 박목월이 했는지도 몰라, 하지만 아무튼 나는 만해마을에 가야 해, 하고 말해줬다. 그러자 그는 대뜸 물었다. 만해마을엔 만해가 사나? 만해마을엔 만해가 사나? 하고 그가 대뜸 말하자 나는 괜찮지 않은 마음으로 그에게 말했다. 그럼 영랑생가엔 영랑이 있나? 내가 괜찮지 않은 마음으로 영랑생가엔 영랑이 있나? 하고 그에게 묻자 다시 그는 내게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영랑생가엔 적어도 영랑의 ‘마음’이 있지. 그럼 만해마을엔 만해의 ‘임’이 있겠지. 나는 영랑생가엔 적어도 영랑의 마음이 있지 하고 무심한 듯 말하는 그에게 나는 괜찮지 않은 마음으로 대꾸했다.     


그러나 나는 만해의 그 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만해를 알기 위해 만해의 ‘임’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면 만해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도 할 수 있었다. 아무려나 만해마을은 멀리 있었다. 영랑생가는 가까이에 있었다. 나에게는 아니었으나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그에게는 행운이었다고 내게 행운이 아닌 것은 아니었으나 내게 행운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만해마을은 불교재단이 관리했다. 불교재단은 힘이 셌다. 나는 그에게 여전히 괜찮지 않은 마음으로 이번에는 연거푸 물었다. 영랑생가는 영랑재단이 관리하나? 영랑재단은 힘이 세나?     

 

아무튼, 나는 만해마을에 가야 했다. 가지 않아도 괜찮았으나 가지 않는 것보다는 가는 것이 괜찮았다. 나는 모바일에서 네이버 지도를 펼쳐놓고 집에서, 그러니까 내가 살고있는 고장에서 만해마을까지 대체 그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했다. 가늠해보고서야 만해마을이 생각이나 짐작이나 혹은 상상보다는 아주 먼 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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