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의,『소설에 대하여』, 한국문화사, 2018, 253-258쪽
우리가 흔히 동화라 부르는 문학 장르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아동문학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앞에서 우리가 살펴보았던 소설과 시와 희곡과 수필 등은 그 대상이 성인임에 반해 아동문학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문학이라는 중요한 특징을 갖는다. 그런데 특별히 아동만을 대상으로 한 문학이 필요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동의 이해력이 어른들의 그것과는 큰 차이를 가지고 있으므로 아동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식과 내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즉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본 이야기 세상을 어린이에게 이해되는 문장으로 쓴 문학을 우리는 아동문학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아동문학에는 동화, 동요, 동시, 동극 등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동화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자 한다. 필요에 따라 동화와 아동문학이라는 용어를 같은 의미로 사용하게 될 것이다.
동화를 비롯한 아동문학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다. 우선 아동이 이해하기 쉬운 형식과 내용을 갖는다. 아이들이 잘 알 수 있는 어휘와 아이들의 생활에 관계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을 가질 것이 필요하다. 다음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인 까닭에 소박․단순한 것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의 경향은 동화의 경우에도 매우 사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지만(우리의 삶이 날로 복잡 미묘한 양상을 띠게 된 현실을 반영하는 까닭에) 그런 경우라도 인간의 자연적인 성품을 강조하는 소박한 정신의 강조는 여전히 동화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동문학은 대상 독자의 계층이 많고, 따라서 작품 내용의 난이의 차가 심한 편이다. 아동문학의 독자는 문장을 읽을 수 있는 때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아동이다. 특별히 유아를 대상으로 한 문학을 유아동화(그림동화를 포함하여)로, 청소년기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 문학을 청소년문학이라고 구별하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아동문학의 독자는 여타 문학의 독자에 비해 매우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아동문학의 대상이 아이들인데 반해 아동문학의 작가는 성인인데서 오는 문제가 발생한다. 성인인 작가가 아이들의 생활과 그들의 마음 상태 등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여 적절한 내용과 표현을 통해 그들의 공감을 얻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바로 이 점이 생각처럼 쉽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아동문학의 경우 대체로 어떤 목적의식을 갖고 창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장에 좋은 양식이 되기를 바라는 의식이 아동문학을 창작하는 작가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기가 쉬운데, 그런 까닭에 자칫 문학 본래의 감동으로서가 아니라 교훈을 주고자 하는 성급함이 노정되기 쉬운 때문이다. 다른 문학 장르에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말이지만, 문학은 설명이 아니라 형상화라는 것, 특히 교훈적 설명과 그런 의도는 아이들을 문학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잔소리는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에게서 충분히 들을 수 있으니까.
동화는 우리 주변에 있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친구를 배려하는 따듯한 마음, 불평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어린이의 분한 마음이 손에 잡힐 듯 전해져 와야 한다. 동화를 쓰려면 그래서 어린이에 대한 이야기와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어린이의 눈높이로 보고 쓸 것이 필요한 일이 된다. 어떤 아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어떤 아이는 슬픈 이야기를, 또 어떤 아이는 무섭거나 불가사의하거나 모험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따라서 위의 조건에 부합하는 소재를 찾아야 한다. 그 소재는 사실상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을 발견해내는 눈만 있다면, 그리고 어린이가 공감할 수 있게 어린이의 시선으로 사물과 대상을 볼 수만 있다면, 어린이들에게 사랑받는 동화를 창작하는 일이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동화(fairy tale, 童話)는 산문이면서 시적이요 공상적인 이야기로서, 발생사적으로는 소설의 모체라 할 수 있다. 안데르센의 <신데렐라 Cinderella〉나〈장화 신은 고양이 Puss-in-Boots〉같은 대중적인 민담(전래동화)과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쓴〈행복한 왕자 The Happy Prince〉(1888)처럼 후세에 창작된 창작동화가 있다. 민담은 예로부터 문학의 소재가 되어왔고, 그와 반대로 문학 작품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구비 전승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문학 작품에서 나온 이야기와 구전에서 비롯한 이야기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을 일이다.
동화가 소설과 다른 점은 동화는 추상적이요 공상적인 요소를 가지며, 서술에 있어서도 줄거리에 치중하면서 디테일한 묘사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소설이 치밀한 묘사와 정확하고 과학적인 계산 아래 씌어지는 데 반해 동화는 함축성 있는 단순한 묘사로 그 내용에서도 공상적이며 초자연적인 세계를 그리는 것이 하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아이들의 호기심과 공상력이 그것을 잘 받아들이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이 환상이나 공상은 현실도피의 위험이 있는 반대급부로 현실 너머의 세상을 보게 하는 힘이 있다. 현실의 규제, 곧 근대의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관념에서도 자유롭다. 아이들은 인생에서 가장 혈기왕성한 시기를 지내지만 현실에서는 어리다는 이유로 제약받는 때가 많기 때문에, 현실 너머의 공간에서 억눌린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욕구에 가득 차 있다. 동화가 곧잘 환상적인 이야기 구조를 갖는 까닭과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동화를 비롯한 아동문학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의를 갖는 것일까? 예로부터 지금까지 어린이들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하면서도 힘든 일은 어린이가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려면 어린이는 성장 과정에서 많은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 어린이는 성장하면서 단계적으로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고, 타인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며, 결국에는 서로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게 된다. 보다 심오한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사람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뛰어넘어야 하며, 자신이 세상에 어떤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삶의 일시적인 역경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스스로 내면적인 자질들을 개발해야 한다. 즉 감수성, 상상력, 지성과 같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는 내면적 자질들을 개발해야 한다. 긍정적인 감정은 우리에게 이성을 강화할 수 있는 힘을 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은 어쩔 수 없이 부딪쳐야 하는 역경 속에서 우리를 지탱시켜 주기 때문이다. 문자로 기록된 이야기(옛이야기를 포함하여)는 읽기 능력을 포함한 어휘력의 습득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내면적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데 기여한다. 어린이는 이야기를 통해서 감정의 동요를 극복할 수 있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타인의 삶과 감정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도 있고, 그것을 기초로 어린이는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