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을 쓰면서 정율성의 전기적 사실에 관해서는 이종한 선생의『항일전사 정율성 평전-음악이 나의 무기다』(지식산업사, 초판 2006)와 김은식 선생의『중국의 별이 된 조선의 독립군 정율성』(이상,2016)을 전적으로 참고했다. 두 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소설의 배경인 중국과 조선과 일본의 정세 등에 대해서도 여러 논문을 두루 참고했다. 다만 새롭게 창조한 허구적 인물은 물론이거니와 정율성을 비롯한 실존 인물의 경우에도 그들의 생애를 재구성하였다. 소설은 실재 그대로가 아닌 허구적 재창조인 때문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억압에 맞서 투쟁했던 항일운동가들이 그 시절 불가피하게 공산주의자가 되거나 그들과 손잡았다는 이유로 배척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썼다. 정율성은 뛰어난 음악가였고 불굴의 항일전사였다. 그는 중국에서 공산당에 입당했고 해방 이후 북한으로 들어가 당의 방침에 따라 북한 공산당원이 되었다. 옌안에서는 중국인민해방군가를, 평양에서는 조선인민군행진곡을 작곡했다. 까닭은 그가 음악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김일성과 마오쩌둥의 교조주의, 개인숭배에 결코 동의하지 않았다.
그가 친일행위를 했던가? 일본제국의 특무(간첩)였던가? 만주국 혹은 관동군의 장교가 되어 독립지사들을 잡아넣고 고문하고 살해했던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강점하고 아시아를 전쟁의 광풍으로 몰아넣을 때, 어떤 사람들이 가족을 돌보지 못한 채 헐벗고 굶주리고 고문을 받으며 혹은 겨울 골짜기에서 죽어갔는가를 냉정하게 돌아보기를. 이 소설의 의도는 오직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