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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Dec 08. 2021

그런 마음 내가 전문이지


어떻게 살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빚도 지고 남자들이랑 잠도 자면서 살았지. 그렇게 살면 이렇게 평안하고 재미있어진다. 사실 나만 재미있지 않고 송년회마다 만나는 애들이 다 그렇게 재미있게 산다. 우리는 원래 스무 살 때부터 재미있는 애들이었으니까. 나이가 들고 세상이 나빠져도 여전히 재미있지. 하지만 그렇게 말 할 수는 없었다. 구덩이만 보더라도 세실리아는 그렇게 재미있게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으니까. 가여운 세실리아. 그 마음 내가 전문이지. 밤은 오고 잠은 가고 곁에는 침묵뿐이고 머릿속은 시끄럽고 그러면서도 뭐 또렷하게 어떤 생각은 또 할 수 없어서 그냥 나 자신이 깡통처럼 텅 빈 채 살랑바람에도 요란하게 굴러다니는 듯한 느낌.


-김금희 소설 「세실리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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