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마음 내가 전문이지

by 심영의


어떻게 살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빚도 지고 남자들이랑 잠도 자면서 살았지. 그렇게 살면 이렇게 평안하고 재미있어진다. 사실 나만 재미있지 않고 송년회마다 만나는 애들이 다 그렇게 재미있게 산다. 우리는 원래 스무 살 때부터 재미있는 애들이었으니까. 나이가 들고 세상이 나빠져도 여전히 재미있지. 하지만 그렇게 말 할 수는 없었다. 구덩이만 보더라도 세실리아는 그렇게 재미있게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으니까. 가여운 세실리아. 그 마음 내가 전문이지. 밤은 오고 잠은 가고 곁에는 침묵뿐이고 머릿속은 시끄럽고 그러면서도 뭐 또렷하게 어떤 생각은 또 할 수 없어서 그냥 나 자신이 깡통처럼 텅 빈 채 살랑바람에도 요란하게 굴러다니는 듯한 느낌.


-김금희 소설 「세실리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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