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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영의 Dec 11. 2021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

끝이 없는 노동. 아무도 날 이런 고된 노동에서 구해줄 수 없구나 하는 깨달음.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러니까 내가 염려하는 건 언제나 죽음이 아니라 삶이다.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는 동안엔 끝나지 않는 이런 막막함을 견뎌내야 한다. 나는 이런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엄마가 세상의 전부라고 알던 아이. 내 말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성장한 아이. 아니다, 하면 아니라고 이해하고 옳다, 하면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던 아이. 잘못했다고 말하고 금세 내가 원하는 자리로 되돌아오던 아이. 이제 아이는 나를 앞지르고 저만큼 가버렸다. 이제는 회초리를 들고 아무리 엄한 얼굴을 해 봐야 소용이 없다. 딸애는 세계는 나로부터 너무 멀다. 딸애는 다시는 내 품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내 잘못인지도 모르지.     


-김혜진 소설, 『딸에 대하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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