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예희 Mar 27. 2017

13. 페나 궁전, 여기 뭐죠

신트라Sintra의 페나 궁전Palácio Nacional da Pena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사각사각한 스티로폼 덩어리에 달콤한 색을 입혀 쌓아 만든 것 같은 페나 궁전의 곳곳을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어디부터 어떻게 봐야 해? 하며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니








조개껍데기 안에 쭈그려 앉은 채 이리 오렴 어흥 하며 팔과 다리를 쫙 벌리고 계신 쩍벌 그분









이제 보니 다리 대신 꼬리를 쩍벌중이십니다.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부위가 심금을 뎅뎅 울리는구먼.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드님 트리톤! 그리스어로는 Τρίτων, 영어로는 Triton, 포르투갈어로는 Tritão인 그분이셔요. 

아니 시방 트리톤 오빠의 디테일도 디테일이지만 오빠가 깔고 앉은 조개 껍데기와 그 아래 산호 디테일 저거 어쩔것이여. 산호들은 요 조개 껍데기 밑에서 시작해 좌우로 확 퍼져 입구 아치 주변을 장식하는데








위에서부터 쭉 내려오다 맨 아래에선 요렇게 조개, 소라 껍데기들과 만납니다. 

하고 많은 신화 속 인물들 중 왜 하필이면 바다의 왕자 트리톤인가 하면 역시 우리는 해양 대국이야 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아치 안쪽을 장식한 타일들도, 어이구 요거 보세요. 이건 분명 해조류를 표현한 것 같거든요. 산호, 조개 껍닥, 소라 껍닥에 미역 ㅋㅋ 뭔가 제대로 상식을 파괴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바다! 해양! 해산물! 요런 건 아닙니다. 다양한 패턴들이 곳곳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어요. 요런 반복적, 추상적 패턴은 무어인의 영향을 받은 듯 하고









또 요런 건 무어인 때찌때찌를 표현한 것이 분명하니(포르투갈의 역사를 생각하면 후두려 맞고 있는 쪽은 분명 무어인이것죠) 보면 볼 수록 웃음이 나옵니다. 이런 디테일들이 모여 페나 궁전을 묘한 곳으로, 독창적인 곳으로,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만들었구나!









실제로 이곳 페나 궁전은 당시의 유행을 싸그리 다 갖다가 붙인 곳으로 유명합니다. 중세 유럽풍 성곽에 고딕 스타일의 돔형 지붕, 아랍풍 타일에 역시 아랍풍 아치, 거기에 요런 꼬아 놓은 밧줄 느낌의 기둥 디테일은 해양 강대국임을 뽐내고 싶었던 포르투갈 고유의 마누엘Manueline 양식일테구요. 

요 사진 한 장만 봐도 겉 기둥은 마누엘 양식인데 안쪽 기둥이랑 아치는 완전 아랍 스타일이고 하여간 짬뽕도 이런 짬뽕이 없세요. 대체 건축주가 누구길래 요런 결과물이 나왔는가 하는 것은 차차 말씀드리것습니다. 일단은 조금 전 트리톤 오빠 밑 산호 아치를 통해 안쪽으로 들어가 보려구요.








그리하여 안으로 들어와 보니









다짜고짜 전망 끝내주는 샛노란 테라스가 나옵니다요. 트리톤 오빠의 이름을 딴 테라쏘 도 트리타웅terraço do Tritão이야요. 

새파랗게 맑은 하늘과 샛노란 벽채의 색깔 대비, 그리고 동글동글 뚫린 구멍과 아치. 아름답고 거대한 액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신트라가 한 눈에 들어와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싶어져요.







테라스는 성벽을 따라 연결되어 있어 쩌어기 붉은 색 성벽 쪽까지 쭉 둘러 볼 수 있어요.









오늘 날이 왜 이렇게 쨍해, 기미 주근깨 어쩔거야 하며 투덜댔던 두어 시간 전의 제 뒤통수를 후려치고 싶어집니다. 이년아 날이 좋으니 이 풍경이 나오는 거 아녀. 날이 좋아도 지랄이여.









그리하여 화창한 날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붉은 성벽 쪽 좁은 공간을 따라 한바퀴 빙 돌아보는 중. 









캬 요쪽에서 보니 트리톤 테라스가 이렇게 바라보입니다. 일행이 있었다면 저어기 아치 앞에 서 있거라 한 다음 요쪽으로 뽈뽈뽈뽈 건너와 사진 찍었것지 싶구만요.









저어쪽 봉우리 꼭대기엔 기일다란 성채가 있습니다. 

어우야 이 날씨에 누가 또 저런데를 가? 라고 생각하는 1인. 

그러나 이때는 미처 알지 못했지...몇 시간 후 미친듯이 헥헥대며 맨 위까지 올라가게 된다는 것을...








테라스 옆의 아담한 예배당으로 쏙 들어왔습니다. 유일한 창문을 장식하고 있는 고운 스테인드 글라스.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한 예배당이라 마리아의 모습과 포르투갈의 왕, 왕비가 모험(이라는 것은 식민지 찾으러)을 떠나는 바스코 다 가마를 축복하는 모습이 담겨 있어요.







그나저나 멋진 왕과 충성스러운 기사, 귀족, 뭐 이런 옛날 이야기들은 어릴 적엔 무척 멋지다 하며 열심히 읽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우 살인과 약탈, 무력과 강간 등이 난무하는 인권 따위 나몰라라인 것들이 대부분이잖아 싶어 식겁합니다. 









라며 단체 견학을 온 어린이들에게 찬물을 촤악 끼얹어 보는 여인. 

근데 이야 다들 핸드폰이 하나씩들 있구나. 








제가 요만할 때는 박물관이라던가 요런 궁전 같은 곳 견학을 가면 부지런히 공책에다 설명 베껴 쓰곤 했는데 요즘은 간단히 촬영하는 걸로 끝나겠네요. 조... 좋은 시절이여...









자아 이 스테인드 글라스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아는 사람? 이라는 선생님의 질문에 저요! 하고 손을 번쩍 드는 학생(일 거라고 추측하는 신예희씨)









그렇게 트리톤 테라스, 테라쏘 도 트리타웅terraço do Tritão과 예배당을 둘러보고 다시 요 미역 타일 가득한 아치 문을 빠져 나갑니다.









오빠 쫌전에 웃기게 생겼다고 비웃어서 미안해... 테라스 진짜 멋있었어... 근데 오빠 쩍벌은 여전히 좀 웃겨...









그리고 드디어 궁전 안으로.

입구에 떡 버티고 계신 이분은 바로 이 페나 궁전의 주인 동 페르난도 2세Don Fernando II 님이십니다. 자자 드디어 주인님 등장. 

이 양반은 당시 여왕이었던 도나 마리아 2세Dona Maria II의 남편이에요. 작센 왕가 출신의 왕자인데 포르투갈 여왕에게 장가를 든 것이죠.








옛날 옛적 중세 시대, 요 신트라 산 위에 성모 마리아가 두둥 나타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멋진 수도원을 지었는데 300년 후인 18세기에 큰 벼락이 떨어져 폐허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노는 땅이었던 것을 우리 동 페르난도 오빠가 이 근처에 왔다가 오~ 여기 땅 괜찮은데? 평당 얼마에요? 해 갖고 통채로 구입했어요. 









근데 또 마침 와이프인 도나 마리아 2세가 어떤 사람이었느냐면 예술가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고런 쪽에 조예가 깊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둘이 쿵짝이 맞아 온갖 유행하는 양식을 신나게 섞어 가며 으쌰으쌰 재미나게 페나 궁전을 지은 것이죠.








하이고 이건 또 뭔놈의 석류 장식이여. 귀여워 죽겄습니다. 본격적으로 내부 실내 장식을 보기도 전에 가볍게 회랑부터 돌아보는 중인데도 벌써 흥미진진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페나 궁전의 실내 곳곳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12. 또스따 미스따 먹고 신트라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