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역시나 흘러갔다.
브라잇 동맹 2권 올렸던 것의 퇴고를 거의 다 마무리해가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아주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바로 1월에 열린 CES 2018이다. 물론 난 가지 못하고 한국에서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고 블로그나 직접 홈페이지에 접속해 살펴봤을 뿐이었지만.
나의 작품을 어떻게 IT 기술과 버무릴 수 있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오랫동안 찾아왔던 난 우연히 가상현실/증강현실이란 걸 알게 되었고 직감적으로 이거야! 하며 유레카를 내뱉었었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나 실리콘밸리에서의 그것들의 흐름을 멀리서나마 주시하고 있다.
CES 2018 의 가상현실/증강현실 VR AR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대목들이 있어 한번 정리해 볼까 한다. 작년은 아마존의 알렉사가 주인공이었다면 올해에는 구글과 AI 플랫폼, AI 비서, 자율주행이 큰 주목을 받았단다. 그러나 난 오로지 VR/AR에만 집중하려 한다.
1. 안타까운 사실은 올해에는 VR을 비추던 조명이 AR 증강현실로 많이 넘어갔다는 점이다.
VR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나 관심이 낮고 비싼 VR기기를 구매해야 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AR은 HMDs 같은 비싼 기기가 꼭 필요 없이 스마트 폰으로도 구현시킬 수 있어 더욱 많은 대중을 즉각적으로 만날 수 있단다. 그리고 대중의 인식도 역시 VR보다 훨씬 낫다는 기대감이 반영되었다. 이미 나이앤틱의 '포케몬고'가 전 세계를 점령했었던 경험에서 증강현실이 뭔지는 다들 알고 있다는 것이다.
CES2018 패널토론에서 나온 Greenlight Reserach 자료에 따르면 AR 산업은 2019년 $3.6 billion에서 2023년 36 billion으로 확대될 전망이며 같은 기간에 VR/AR HMDs(헤드셋이나 장비류)의 판매는 전체 장비 판매류의 약 53%를 차지할 예정이란다. AR HMDs에 대한 소비자 소비지출도 2023년엔 전체 관련된 소비의 53%를 차지할 것이라 전망한단다.
수치로만 본다면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더군다나 여기에 뛰어든 기업들을 보자면 뭐,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IT백상아리 들이다. 한마디로 다들 뛰어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
1) 구글 - ARCore- 안드로이드 사양에서 작동됨. 구글 글라스에도 AR기술이 들어감.
VR플랫폼 '데이드림'도 가지고 있음.
2) 애플 - ARKit -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AR개발플랫폼. AR 안경을 만들 거란 소문이 있음.
3)페이스북 - '페이스북 스페이스'라는 VR소셜을 가지고 있고 현재는 AR로 더욱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임. 올 5월 초에 획기적인 AR VR 발표한다고 큰소리쳤음.
4)인텔 - AR 스마트 안경 출시
5)마이크로소프트 - MR헤드셋(혼합현실)과 차세대 홀로렌즈 개발 중
최근 우리나라의 KT나 SKT, 삼성에서도 점차 AR/VR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겠다는 의향의 기사를 볼 수 있다. 그만큼 실리콘밸리의 움직임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리라.
이런 추세와 발맞추어 AR 게임들도 활발이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이 참여한 Epic Games의 '우주 전쟁', 탐정 게임, Lenovo와 디즈니가 선보일 Star Wars게임 등등 제2의 포켓몬고가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어제 찾아보니 우리나라의 4:33 스타트업과 소니픽쳐스가 손잡고 고스트버스터즈 (Ghostbusters World) AR 게임을 개발 중이란다.
CES 2018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다음 문장으로 1번 항목을 정리해볼까 한다.
"2017 is shaping up to the dawn of AR. And these first games and apps are just the beginning of what this new technology can deliver."
2. CES 2018는 작년부터 VR AR 관계자들이 그렇게나 기다린 2세대 VR 하드웨어(HMD)가 아름답게 등장하는 무대였다.
이전 세대와 다른 중요한 특징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그 거추장스럽던 선들이 사라진 점이다. 무선이다.
둘째는 독립형 기기 Stand-alone이다.
즉 VR 헤드셋이 하나의 스마트폰, PC라고 보면 된단다. 센서가 장착되어 사용자 움직임을 즉각적으로 파악 가능하단다. 공간의 제약에서 해방되니 마음껏 뛰고 구르고 걷고 뭐, VR에 자유를 선사했다나 뭐라나? 그저 기술의 발전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셋째는 디바이스 가격들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렴해지는 가격의 다양한 VR 디바이스들이 출시되면 기업뿐 아니라 개인 유저도 AR/VR 시장으로의 진입이 쉬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대중의 인식과 활용도가 늘어날 것은 자명한 사실. 시장이 확장되고 대중적으로 흐를 것이다.
CES 2018에선 다음과 같은 패널토론이 진행되었다.
"Understanding AR and VR content challenge"란 주제로 3명의 연사가 나와 토론을 진행하였다. 물론 자막 없는 영어였다. 짧은 나의 실력으로 알아듣기 위해 어떤 구간은 여러 번 반복해 듣기까지 했다. 그래도 한 50% 정도만 알아들은 것 같다.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영어를 잘하시는 분은 직접 들어가 보기 바란다.
난 강연장에서의 패널토론을 중요시한다. 생각지 못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고 본 강의보다 더 함축적인 인사이트를 종종 얻었기 때문이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훌륭한 인사이트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게다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기술발전의 속도가 무척 빠르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럼 패널들이 제안한 VR AR 콘텐츠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가야 하나?
1. 현재 미국 대중의 VR AR awareness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삶과 동떨어진 머나먼 미래의 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을 단번에 부식시킬 VR AR 킬러콘텐츠가 절실하다. 대중들이 "와우!", 영어 표현으론 그들을 Blow away 시키는 콘텐츠가 나와주어야 한다.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롭고 다채로운 경험, 아니 또 다른 가상의 현실로 그들을 끌어 들어야 한다.
2. VR AR기술을 이용한 User Generated Content (UGC)를 촉발시켜야 한다. 즉,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다.
Social VR 같은 것들이 나와주어 지금의 페이스북처럼 퍼져야 한다. 그러려면 VR 콘텐츠 만드는 비용이 확 줄어들어야 하고 Visionary thinking이 필요하다. 기존의 페이스북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서로 연결하는 길이 열린다면 분명 대중은 관심을 보이며 호의적으로 넘어올 것이다.
세계와 소통 연결하는 Visual Communication 플랫폼 시대를 준비하라.
3. B2C뿐만 아니라 B2B적 접근도 필요하다. 기업을 소비자로 삼아 영업을 해야 한다. 패널 한 명이 예를 들길, 최근 이케아에서 수백 명 임직원들에게 VR기기를 선물했단다. VR category에서 가구 쇼핑하는 걸 미리 준비시킨다는 의미에서. 내가 다른 데서 찾아보니 월마트도 가상현실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CES 2018에서 자동차 시승 같은 걸 VR 체험으로 대체했단다.
지구 상의 수많은 기업들에게 VR AR을 퍼트려라. 그들과 파트너십을 맺어라. 그리고 마켓을 만들어라.
영상에서 나온 마켓 기회는 다음과 같단다.
4. VR AR의 대중화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교육과 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의 학교들에서 VR AR 과목과 학과가 생겨나고 있단다. 이들은 앞으로 VR Natives가 되어 지금 사람들이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듯이 VR AR이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는 세대가 될 것이다. 즉 AR VR이 현재의 IT를 이끈 WEB (www.) 같은 망으로 발전될 것이다.
5. 현재 대부분의 IT 공룡들이 AR에 뛰어든다는 사실은 결국 VR시대의 도래를 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AR이 성숙되면 성숙될수록 이미 현실과 접목된 가상을 맛본 사람들이 더욱더 완전하고 완벽한 가상현실을 원하는 욕망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R의 성숙단계가 바로 VR시대의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는 예상보다 일찍 찾아올지도 모른다.
6. 스마트시티 조성이 전 세계적으로 붐이다. 스마트시티에선 더더욱 AR VR의 상용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내가 쓰고 있는 판타지 소설 '브라잇 동맹'을 가상현실로 구현시키고 싶은 생각을 늘 품고 있다. 그런데 CES 2018을 들여다보면서 실험적으로 증강현실도 카테고리에 포함시켜야겠구나 싶었다.
한 남자가 구글 안경을 쓴 채 뉴욕 거리를 걷는다. 가게 표지판 옆으로 안경에 어떤 가상의 표시가 뜬다. 바로 그곳이 브라잇 동맹과 연관이 있다는 알림이다. 그는 그곳으로 들어간다. 이때 그 가상의 표시는 딱 하나밖에 없다. 1권을 본 독자라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창조한 브라잇 동맹 중 난쟁이 왕국인 '딥언더니아'의 웅장한 원형광장을 잠시 포르셰 자동차 전시장으로 빌려주면 어떨까?
브라잇 동맹 중 디저트를 만드는 요정들의 왕국인 '스위티니아'에 나온 한 동네 이름이 '자하 토르테'이다. 바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그 초콜릿 케이크 자허토르테에서 따온 이름이다. 난 직접 자허 카페를 방문하기까지 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케이크다. 스위티니아의 자하토르테의 빵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하여 요정이 만든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하게 한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진짜 집으로 배달이 된다면? 그저 꿈일까?
암튼 재밌는 상상을 하며 일취월장하는 기술의 발전을 흐뭇하게 맞이한 경험이었다. 참으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