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7월 13일 목요일 다-다 오픈강좌에서는 "메이커 아티스트의 로봇 퍼포먼스"란 강의가 진행되었다.
김준섭 문화창조아카데미 감독님이 강의를 이끄셨는데 2009년 독일에서 한국 최초로 아티스트가 직접 제작한 로봇 퍼포먼스를 선보이셨단다. 원래 뮤지컬이나 무대 연출을 전공하신 분이 강의를 이끌어주셔서 그런지 두 시간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아마 같이 들은 다른 분들도 그리 느꼈으리라.
김 감독님은 로봇 내부의 어려운 공학적 메커니즘 설명이 아닌 현재 선보이는 다양한 로봇들의 영상들을 보여주시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곁들여주셨다. 로봇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앞으로 어느 분야에든 다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단다. 놀랍게도 한국도 전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 즉 공장이나 제조라인 로봇분야가 유명하단다. 현재 중국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아직 미국이나 일본 등이 앞서고 있지만 다가올 미래는 장담하기 힘든 것 같았다.
그리고 전 세계가 유심히 눈여겨보고 있는 분야는 '가정용 서비스로봇'이란다.
강의가 끝나고 회사로 돌아가던 난 정말로 큰 충격에 빠져 이내 할 말을 잃어버렸다. 기존에 갖고 있던 로봇들의 어색한 움직임이나 자빠지고 넘어짐, 뭔가 부자연스럽던 이미지가 와장창 깨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렇게나 발전되었나 싶었다.
난 '로봇'하면 우선 SF영화 '아이로봇'에서 나오는 사람 같은 사이보그나 트랜스포머 같은 깡통로봇 같은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근데 그건 영화 속 이야기다. 실제 현실은 분명 다르다. 몇 년 전 외국 다큐멘터리에서 보았었는데 미국 Boston Dynamics에서 개발 중이던 청동 황소 같은 거무딩딩한 드럼통에 다리들이 달린 것이 푸른 언덕배기를 뒤뚱뒤뚱 내려오다 장애물을 발견하곤 옆으로 돌아 가는데 엄청 굼뜨던 장면이 불쑥 떠올랐다. 암튼 현실에서는 로봇은 뭔가 어색하고 넘어지고 모자란 그런 이미지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았다. 이미 청소로봇이나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 구글의 자율주행차 같은 전자기기 등도 엄밀히 로봇분야에 들어간다. 앞으로 다양한 일상 분야에서 로봇들이 사용될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당신이 브런치를 읽는 지금도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중소기업과 심지어 로봇을 좋아하는 취미를 가진 개인메이커들까지 직접 로봇 개발에 뛰어드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는 물론, 반도체 생산하는 인텔까지 최근에 뛰어들었다는데 왜 그럴까? 왜 이렇게 난리를 치는 것일까? 그런 바로,
1가정 1로봇 시대
가 현실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로봇이 마치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고 자연스레 공존하는 미래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AI 인공지능을 탑재한 서비스로봇에 대한 연구투자가 전 세계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본 이 로봇 영상을 클릭해서 한번 보기 바란다.
영상에서 보여주는 걸 따라가다 보면 아하, 결국 이 로봇이 내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자연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이라고 말하고 있구나를 알 수 있다. 겉모습이 동글한 게 너무 귀엽다.
난 판타지 소설을 쓰는 취미 작가이기에 언젠가는 나의 작품을 디즈니나 넥플릭스 같은 곳에 팔고 싶은 희망이 있다. 그런데 이 강연에서 '디즈니 Disney'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세상에나, 현재 Disney Research Lab. 이란 곳에서 다양한 휴머노이드 로봇들과 만화영화 등장인물들의 로봇을 제작하고 설치하는 중이란다. 영상을 보니 'Walt Disney Imaginnering'의 연구원들이 등장하는데 여기가 핵심 부서인 것 같다. 상상(Imagination)과 기술(Engineering)이 만나는 곳이라니, 부서 이름이 참 디즈니답다.
내가 본 영상에서는 인어공주의 우르술라 마녀를 로봇으로 만들어 디즈니 파크에 설치해서 전 세계에서 온 아이들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나도 신기한데 아이들은 오죽하겠는가? 근데 우르술라의 움직임을 좀 봐보라? 저게 로봇 같은가? 너무 자연스럽지 않은가? 과거의 로봇들은 다 잊어버려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의 시선을 정말 한눈에 사로잡은 회사가 있다. 보는 순간 "어머나~" 감탄사를 내뱉었으니. 독일의 "FESTO"란 회사인데 자연의 다양한 생물들에서 영감을 받은 바이오닉 로봇들을 제작하고 있다. 가오리, 해파리, 새, 캥거루, 개미까지 다양하다.
그중 최강은 단연 가오리이다. 우선 링크 영상을 보시라.
"진짜 가오리가 아닙니다. 로봇입니다."
눈으로 보고도 난 믿기지가 않았다. 저 움직임이 어떻게 로봇인가?
여기 하늘을 나는 가오리도 있다.
페스토의 하늘을 나는 새나 나비 로봇도 환상적이다. 한번 찾아서 보시길...
하늘을 나는 가오리를 보는 순간 난 불현듯 화이트 드래곤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 연재하고 있는 '브라잇 동맹'의 백미인 4권의 마지막 장면은 전쟁씬일 것이다. 그때 중국 '열하'의 상공 위를 화이트 드래곤이 날게 될 터인데 이 회사에서 그 용을 만들어준다면, 그래서 저 가오리처럼 파란 하늘로 날려준다면 얼마나 멋있고 신이 날까? 혹 모르는 일이니 이 회사의 이름을 내 뇌리에 깊이 각인시켰다. ㅎㅎ...
춤을 추는 로봇도 있었고 정말 사람처럼 옷을 입고 얼굴을 찡그리며 입술을 오므려 말하는 사이보그들도 있었다. 꽤나 그럴싸했고 사람처럼 치장한 사이보그를 볼 땐 징그러울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꼭 귀신같았다. 감독님은 우리 인간이 기계를 보고 이렇게 소름이 끼치고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을 Uncanny Valley라고 부른다고 알려주셨다. 바로 '불쾌한 골짜기'란 의미로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해 느끼는 두려운 감정을 의미하는 로보틱스 이론이란다.
바로 Uncanny Valley를 극복하기 위해 아티스트의 직관과 상상력을 발휘하여야 한단다. 이어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앞으로 로봇뿐 아니라 다양한 과학기술적 메이커 운동이 더욱 활발해질 터인데 아티스트들도 적극적으로 기술동향을 뒤따라가며 그들과 함께 공유, 협업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오픈 마인드를 지녀야 한다며 강의를 마무리지으셨다.
로봇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서로 공존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우리 아티스트들이 파고들어 협업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길 수 있다. 더욱 나아가 예술 방면에서 기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기술로 다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을 우리 아티스트가 채워준다면 서로 윈윈 하는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날 강연의 중요한 결론이다. 저걸 도출하려고 그 많은 영상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건 비단 아티스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될 수 있다.
그러므로 향후 다가올 로봇이나 AI 인공지능 세상을 두려움이나 공포 어린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고 상생할 미래로 그려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난 그럴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