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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Nov 02. 2017

10. 석탄 광산 No.5 - 1

10. 석탄 광산 NO. 5     


 두 마리의 아나콘다 조각상이 서로 으르렁대며 천장을 휘젓고 다녀 식사를 마친 아이들에게 돌가루를 뿌려대던 시각이었다. ‘침묵을 지키는 복도’ 입구에서 한참을 들어가 왼쪽 벽의 한 문이 갑자기 덜커덩 소리와 함께 바깥으로 확 열리었다. 차가운 지하 바람이 밖으로 새어 나오자 문은 계속해서 삐걱거렸다. 주변에 움직임이 없을 때는 기름을 아끼기 위해 복도에 띄엄띄엄 설치되어있는 횃불이 자동적으로 꺼지었다. 바람이 잦아들자 문의 움직임은 거의 멈추었다. 복도의 횃불 조명도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었다.


 모서리가 마모되어 갈라진 그 문 안의 실내는 끝없이 펼쳐진 어둠뿐이었다. 불현듯 여섯 개의 붉은 광선이 어둠의 저 멀리서부터 나타나더니 빠르게 문 쪽으로 내달려왔다. 그리고 밖으로 파닥 튀어나왔다. 그것은 귀에 거슬리게 헐떡거리며 복도 안쪽을 따라 바람처럼 달려 사라졌다. 횃불들이 순식간에 빛나다 확 꺼지며 따라 달리었다. 곧 문은 스스로 닫히었다. 복도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차가운 정적과 어둠에 다시 잠기었다.




 캠프의 오후 일정은 '침묵을 지키는 복도'의 입구에서 왼쪽으로 열세 번째 문이었다. 특별히 사복이 허용된 이 시간에는 아이들이 답답한 단체복에서 벗어나 잠시 편안해질 수 있었다. 문 안은 컴컴한 동굴로 이어졌다. 어제 수정동굴로 향하던 때보다 분위기가 더욱 으슥했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너비에, 불투명한 유리 램프가 천장에 드문드문 걸려있어 꽤나 어두웠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 안으로 들어서자 점차 넓어지며 바닥에 석탄재가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곧 사방이 석탄재에 둘러싸였다. 검은 바닥에는 트랙이 깔려있었는데 나가는 출구를 막고 서 있는 검은 천 장막 밑으로 쭉 이어졌다. 장막은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거렸다. 


 맨 앞면에 자동차 라이트처럼 빛이 쏴지는 램프를 장착한 낡은 나무 수레 두 대가 트랙 위에 올려져 있었다. 수레의 뒤편 정 중앙에는 아주 기다란 쇠막대기가 왼쪽으로 60도 정도 기울어진 채 딱 고정되어 있었다. 수레 왼편으로 나있는 문은 바깥으로 활짝 열리어 그 아래로 나무 계단이 내려왔다. 


 신이 난 아이들은 계단을 올라 수레 안으로 들어갔다. 의자로 보이는 긴 널빤지 두 개가 서로 마주 보며 양쪽에 놓여있는데, 그 위로 손을 낄 수 있는 커다란 쇠고리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있었다. 뒤에 놓인 수레의 내부 역시 앞의 것과 똑같았다. 아이들은 수없이 오르내리며 떠들고 웃는 등 부산스레 구경하였다.


“뚜벅 뚜벅 뚜벅” 


 그들이 들어왔던 동굴 쪽에서 신발 굽 소리가 나더니 낮은 흥얼거림이 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청력이 예민한 뱀파이어인 이안과 안젤라가 먼저 알아차렸고 곧 다른 이들도 움직임을 멈추고 그들이 주시하는 곳을 같이 응시했다. 소리는 점점 커지면서 입을 크게 벌린 괴물처럼 생긴 그림자가 바닥과 벽면에 길게 늘어진 채 다가오고 있었다. 왠지 무시무시했다. 겁에 질려 바라보는 그들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갔다. 하지만 곧 모습을 드러낸 괴물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자그마한 키에 선한 인상을 가진 딥언더니아인이었다.


 그는 앞면에 빛이 반사되는 찌그러진 놋대야를 뒤집어쓴 모양의 안전모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할보다 조금 더 큰 키에, 검은색 반팔 티와 검은색 멜빵 청바지를 입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검정 고무장화를 신고 있었다. 장화와 옷 여기저기에 검은 재가 한 움큼씩 묻어있었지만 색깔 때문인지 그렇게 티가 나지는 않았다. 얼굴에도 재가 묻었는데 시커먼 그의 손이 얼굴을 만질 때마다 점점 더 검게 변해갔다. 노란 수염을 두 갈래로 나뉘어 가지런히 따서 묶었고 재를 뒤집어쓴 머리카락은, 아마도 노란색인 것 같았지만, 꽉 묶어 등 뒤로 늘어뜨렸다. 왼쪽 어깨에는 그의 키만 한 곡괭이가, 오른쪽 어깨에는 키만 한 삽을 짊어지고서 황금 눈동자를 반짝이며 천천히 그들 쪽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수레에서 재빨리 내려와 그의 앞에 모여들었다. 그는 어깨에 짊어진 도구를 땅에 내려놓은 후 우렁찬 목소리로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 나는 딥언더니아에서 최고의 광부로 꼽히는 ‘마스쿠’야. 오늘 나와 함께 광산으로 가서 반나절 동안 열심히 석탄과 광물을 캘 예정이란다. 운동도 되고 일도 하니 아주 뜻깊은 경험이 될 거라 믿는다. 미리 기쁜 소식 하나 알려주자면 자신이 캔 석탄과 광물 하나쯤은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단다.”


 거친 숨소리가 간간히 섞여 말을 마친 그의 얼굴 표정은 재에 가려져 명확히 알 순 없었지만 방긋 웃는 눈꼬리만으로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노래를 다시 흥얼거리며 땅에 내려놓은 도구를 번쩍 한쪽 어깨에 짊어지고 앞수레로 다가갔다. 수레 왼편 문 아래 달려있는 나무 계단의 제일 밑 발판을 앞으로 잡아당기자 평평하게 일자로 펴지면서 위로 들어 올려졌고, 그 뒤로 도구들을 실은 비밀 짐칸이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것을 안에다 집어넣은 후 일자로 펴진 판자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동시에 그것을 밀자 뒤로 접히며 다시 계단이 만들어졌다. 그는 카할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최대 5명까지 탈 수 있으니 너희들은 뒤에 있는 것을 이용하도록. 어이, 저거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알지? 딥언더니아인은 아기 때부터 수레 운전법을 배우니까. 양쪽 균형을 맞춰 앉히고 잘 따라오렴.”


 카할 옆에 섰던 수진과 우란, 티앤 단까오는 그를 따라 뒷수레로 갔다. 이안도 그들을 따라가려는데 마스쿠가 큰소리로 불러 세웠다.


“어이, 너는 여기 타렴. 저긴 딱 4명이어서 양쪽 균형이 맞는다고.”


 오른편 의자 맨 앞에 앉은 안젤라가 자기 뒤로 오라며 이안에게 손짓을 보냈다. 그러나 그는 무시하고 왼편 의자의 해마 뒤로 가서 앉았다. 못마땅한 표정의 그녀가 입을 삐죽거렸다. 마스쿠는 이안 뒤에 앉아 60도로 기울어진 쇠막대 끝을 잡았다. 뚱뚱한 왕허준이 안젤라 뒤에 앉자 수레의 무게 균형이 얼추 맞춰졌다. 


 카할의 수레에는 그와 티앤 단까오가 왼편에 앉고 오른편으로 수진과 우란이 나란히 앉았다. 카할 역시 마스쿠처럼 제일 뒤에 앉아 자신 뒤로 뻗어진 쇠막대기 끝을 잡았다. 즉 거기가 수레의 조종석 자리였다.


“카할, 정말로 운전할 수 있니?” 


 수진이 저 앞에서 펄럭이는 장막을 쳐다보다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며 물었다.


“걱정하지 마. 우린 어릴 때부터 광산을 방문하기 때문에 수레 운전은 기본이야. 얼마나 쉬운데? 지금 너한테 가르쳐 줄 수도 있어.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이것은 브레이크거든. 이것을 똑바로 들어 올리면 브레이크가 빠지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방향은 어차피 트랙을 따라가니까 따로 신경 쓸 필요는 없고, 그때그때 트랙을 조정하는 리본만 잡아당기면 돼.”


“간단하네. 근데 리본은 안 보이는데 어디 있는 거야?”


“때가 되면 나타날 거야.”


 마스쿠가 몸을 돌려 출발해도 되냐고 묻자 카할은 기분 좋게 오케이를 외쳤다. 브레이크에 손을 댄 체 그는 앞과 뒷수레에게 마지막 당부를 했다. 


“의자 사이에 낀 쇠고리들 보이지? 수레가 달리는 동안 꼭 잡고 있어야 한다. 트랙이 울퉁불퉁한 곳에서는 차체가 많이 덜컹거리고 유턴하다 잘못되면 밖으로 튕겨 날 수 있거든. 튕겨나가면 바로 저승행이니 다들 알아서 잘하라고. 

 그럼 출발해볼까? 어이, 거기, 내가 떠나고 10분 뒤에 출발하도록. 그리고 역사에서 2번 트랙으로 맞춰 놓을 테니 따로 만질 필요는 없을 거다. 잘 알겠지만 리본은 절대 건드리지 마라. 그럼 다들 이따 만나자꾸나. 오늘도 안전운행!”


 그가 브레이크를 들어 올리자 앞수레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수레는 펄럭이는 검은 장막 뒤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 함성과 처절한 비명소리가 메아리처럼 뒷수레에까지 들려왔다. 



 수진은 조금씩 겁이 났다. 여태껏 롤러코스터 한번 타 본 적 없는 그녀였기에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10분이 지나자 카할은 브레이크를 위로 들어 올렸다. 수레는 출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진은 엉덩이 양쪽에 고정된 쇠고리들을 힘껏 쥐어잡았다. 검은 장막이 머리 위를 지나가고, 말 그대로 아주 컴컴한 암흑 사이를 수레가 홀로 덜컹거리며 나아갔다. 어두운 곳에 들어오자 수레 앞의 라이트가 자동적으로 켜지었다. 빛은 앞으로 펼쳐져 있는 또 다른 검은 장막을 비추었다. 그것의 아랫자락이 불안한 얼굴들을 쓰다듬으며 지나갔다.  


“쿵.” 


“캬아악~”

“엄마, 엄마!” 


 갑자기 수레가 70도 각도로 툭 떨어졌다. 사실 그것은 급경사 트랙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꼭 추락하는 것만 같았다. 그 구간이 몇 초 더 길었더라면 수진은 하마터면 심장마비에 걸렸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수레는 곧 완만한 각도의 트랙 위를 달리었다. 이젠 공포가 다 지나갔다 여기며 그녀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그런데 이게 또 웬일인가? 누가 주먹으로 뒤통수를 후려친 것 같은 충격이 그녀를 강타해버렸으니 수레가 높은 지점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트랙을 받치고 있는 가느다란 기둥들이 아슬아슬하게 흔들거리면 차체는 양옆으로 더욱 덜컹거렸다. 트랙 옆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었다. 


 저 앞으로 먼저 떠난 마스쿠의 수레 불빛이 희미하게 비치었다. 그런데 이런, 수레의 라이트 불이 곡예라도 부리듯 올라갔다 내려오고 또 올라갔다 내려오고, 계속 빙빙 돌고 있었다. 그것을 본 수진의 얼굴은 거의 흙빛으로 변해갔다. 그녀의 입술은 오랜 가뭄이 든 저수지 바닥마냥 바짝바짝 말라갔다.


“다들 꼭 잡아. 이제 무서운 속도로 달릴 거라고.”


 카할의 떨리는 목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수레는 꼭대기에서 잠시 정지하였다. 수진의 심장박동이 어찌나 쿵쾅거리는지 앞에 앉은 우란에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자, 간다!” 


 카할이 브레이크를 들어 올리자 수레가 앞으로 바짝 기울더니 트랙을 따라 무섭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까아악~” 


 영혼, 혹은 정신이라 부르는 것이 육체에서 이탈하려 하자 그들은 힘껏 비명을 내질렀다. 그중 수진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수레는 점점 가속도가 붙어 바람과 같은 속도로 낭떠러지에 걸쳐진 원형트랙 위를 정신없이 돌고 또 돌았다. 모두들 회전할 때마다 떨어지지 않기 위해 쇠고리를 양손으로 꽉 붙잡아야만 했다. 빛나는 돌이나 광물이 박혀있는 벽면이 오로라처럼 이곳저곳에서 빛나며 수레 옆을 빠르게 지나쳐갔다.

 

 그러던 중 운전을 마음껏 즐기고 있던 카할이 순간 당황하였다. 저 앞으로 트랙이 꽤 길게 툭 끊겨 있었기 때문이다. 마스쿠의 수레가 붕 날아 그것을 넘어가는 것을 이미 목격하긴 했지만 그에게는 난생 처음 해보는 도전이었다. 그러나 이미 달리고 있는 수레를 멈출 수는 없는 법. 그는 잠시 걸어두었던 브레이크를 완전히 풀어 힘껏 달리도록 만들었다. 수진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앞을 향해 마구 괴성을 질러댔지만 그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곳에 거의 임박하여 그가 단호하게 외쳤다.  


“모두들 꽉 붙잡아!”


 정말 그들은 표현 그대로 쇠고리가 으스러질 정도로 힘껏 붙잡았다. 


“타다닥.”


 수레가 트랙에서 벗어나 허공으로 붕 날아올랐다. 그대로 시간이 멈추는 듯했다. 그리고 슬로우 모션처럼 날아가던 수레는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밑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공포가 극에 달해 아무런 비명조차 입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았다. 다들 이렇게 죽는구나 여기던 그때였다.


“쿵”


 수레는 다시 이어진 트랙 위로 간신히 떨어져 휘청거렸다. 


 달리기 시작한 수레는 곧 사방으로 뻗은 두 개의 트랙 교차점을 향해 나아갔다. 갑자기 오른쪽 끝에서 딥언더니아 광부들과 석탄을 가득 실은 수레 3대가 나타났다. 그것들은 교차점을 향해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카할의 수레와 부딪친다는 신호로 저쪽에서 욕설과 손짓 발짓 같은 동작을 마구 해댔다. 순간 카할의 얼굴에 떠오른 공포. 그는 브레이크를 서서히 내리기 시작했다. 겨우 아슬아슬하게 광부들이 먼저 교차점을 지나 왼쪽 트랙으로 넘어갔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앞으로 4미터 높이의 거대한 문이 달린 역사가 트랙 위에 세워져 있었다. 문 천장에서 10개의 서로 다른 색의 리본들이 아래로 쭉 늘어뜨려져 있었다. 마스쿠가 자리에서 일어나 2번이라고 쓰인 파란색 리본을 밑으로 확 잡아당기자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리본에 연결된 2번 트랙으로 길이 연결되었다. 


 다음으로 도착한 카할은 그의 충고대로 그것을 건드리지 않았다. 이 깊은 땅속에서 엉뚱한 곳으로 향했다가는 크게 잘못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여러분은 잘 알고 있으리라 사료된다.

 

 역사를 지나자 수레는 내리막으로 이어지며 속도가 붙었다. 저 멀리 마스쿠의 수레 불빛이 롤러코스터처럼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돌아 내려오자 카할은 쇠고리를 꽉 붙잡으라고 다시 경고했다. 그의 수레는 3번을 더 회전한 후 마침내 검은 장막이 처진 굴 안으로 들어와 정차했다. 



 허옇게 질린 아이들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잠시 정신을 차릴 시간을 가져야만 했다. 겨우 수레에서 내린 수진은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옷에 재가 묻든 말든 상관없었다. 머리는 빙빙 돌고 속이 좋지 않았다. 그녀의 상태가 영 좋지 않자 티앤 단까오가 다가와 뭔가를 쑥 내밀었다.  


“한번 씹어볼래?”  


 빨간 풍선껌이었다. 그녀는 재빨리 입에다 넣고 씹었다. 목캔디를 빨 때 느끼는 것처럼 시원하고 쾌청한 기운이 아랫배로부터 올라와 그녀의 가슴과 머리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미소 짓자 그는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풍선처럼 한번 불어봐.”

 

 그녀가 불자 풍선이 아닌 자신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부풀자 두둥실 몸이 허공에 뜨기 시작하는데 이안이 달려와 손을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천장 가까이까지 날아오를 뻔했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겁이 전혀 나지 않고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그녀는 다리를 천장으로 향한 채 까르르 웃어댔다. 이안이 그녀의 팔을 자기 쪽으로 잡아당기며 티앤 단까오를 향해 화를 냈다.


“다시 원래대로 돌려놔. 이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티앤은 뭐 그리 예민하게 구냐는 표정으로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뭐 어때? 수진, 기분 좋아?”


“응, 날아갈 것 같이 너무 좋아.”


 아이들이 다가와 그들을 빙 둘러쌌다. 수진은 붙잡히지 않은 팔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헤엄치듯 이리저리 꿈틀대어 이안의 화를 더욱 돋웠다.


“가만히 좀 있어! 잘못하면 팔을 놓칠 수 있단 말이야. 빨리 그녀를 원상 복귀시켜놔. 이런 상태로 어떻게 광산에 들어가?”


“10분만 지나면 껌 기운이 떨어져서 다시 내려올 거야. 그때까지 잘 잡고 있으면 된다고.”


 이안이 영 못마땅한 표정으로 티앤을 흘겨보자 그의 장난기 넘치던 태도는 어느새 사라졌다. 그는 차갑고 냉랭한 눈초리로 이안의 시선을 맞받아쳤다. 이안은 순간 속으로 뜨끔했다. 


‘이 녀석 쳐다보는 것 좀 봐, 왜 이리 거슬리지?’


 이안이 그녀를 더 꽉 잡아당겨 거의 어깨에 둘러멘 상태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보자 안 그래도 그녀를 미워하던 안젤라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마스쿠는 그런 소동에 일체의 관심을 끈 채 비밀 짐칸에서 연장과 안전모를 인원수대로 꺼내어놓고 손을 흔들어 불렀다.


“이리 와서 각자 곡괭이, 삽, 안전모를 가져가렴. 안전모 사용법을 알려줄 테니 잘 들어라. 이렇게 들고 원하는 부위를 오른쪽으로 박박 문지르면, 봐라!”


 그는 놋대야가 뒤집어진 모양의 안전모를 손바닥으로 박박 문질렀다. 그러자 하얀빛이 손전등 불처럼 표면에서 품어 나와 주변을 비추기 시작했다. 모두 입을 쫙 벌리며 신기해하자 그는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다른 곳에는 없을 유일무이한 물건이지. 이 놋쇠에는 마법이 걸려있거든. 자, 이렇게 필요한 부분만 오른쪽으로 문지르면 헤드라이트 불빛이 나오고, 불빛을 끄려면, 이렇게 반대, 왼쪽으로 문질러주면 되는 거야. 알겠지?”       


 잠시 후, 카할은 하트 모양, 우란은 옥수수 모양, 안젤라는 뾰족구두 모양, 해마는 물고기 모양, 티앤 단까오는 케이크 모양의 헤드라이트가 천장과 벽으로 발사되었다. 게으른 왕허준은 특이한 모양 없이 그냥 막 문질러 안전모 앞면이 다 빛났다. 이안과 수진은 카할과 우란이 각각 씌어준 후 한 번만 쓱 문질러 기다란 페인트 칠 모양으로 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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