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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Nov 10. 2017

실감형콘텐츠(VR,AR,MR)의 미래를 엿보다

Next Content Conference 2017-10/24


 내가 콘퍼런스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 둘째 날 때문이었다. 첫날은 주로 AI와 IT기술이 플랫폼에 큰 변화를 주고 콘텐츠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것에 치중했다면 이 날은 콘텐츠 자체에 푹 빠져서 논의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 내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가상현실콘텐츠산업 미래전망 포럼'이 열릴 예정이었다. 이것이 콘퍼런스를 참석한 원 목적이었다. 난 '한국가상증강현실산업협회'가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둘째 날 두 선택지 중에서 403호를 선택하였다. 전날 의자가 부족했던 경험 때문에 한 시간이나 먼저 도착해 앞자리를 맡아놓았다. 벌써 자리가 많이 맡아진 걸로 보아 콘텐츠산업의 뜨거운 열정은 다시 한번 감지할 수 있었다. 




 옆 벽에 붙어 동료와 이상한 네모 고철상자 같은 걸 만지고 있던, 히피 분위기를 폴폴 풍기는 한 미국인이 유독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처음 시작하는 강연자 오스카 샤프 Oscar Sharp였다. 영화감독이란다. 옆의 동료는 로스 굿윈 Ross Goodwin이라고 아티스트 겸 컴퓨터 공학자란다. 

 그들이 만지던 그 이상한 고철상자는 이름을 갖고 있었다. 벤자민 Benjamin이라고. 

 로스는 그것을 컴퓨터랑 연결시켜 명령어를 입력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출품작 영화 <Sunspring>의 두세 장면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배우들의 의상에 금색이 꼭 들어가는 게 무슨 SF단편영화 같았다. 근데 좀 이상했다. 배우들 사이에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고 가끔 엉뚱한 시적 표현이 나오질 않나, 갑자기 여자가 대화중에, 그럴 상황이 전혀 아닌 것 같은데 외롭다며 사랑고백을 하질 않나. 기존에 보던 영화의 줄거리나 대사처리와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나의 영어가 영 시원치 않아서 그런가 보다 그리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나 달라, 그 영화의 시나리오를 저 고철상자 벤자민이 쓴 거란다. 잉? 저것이? 난 놀라서 몇 초 쨰려보았다. 하드 디스크보다 좀 더 큰, 저 쇠붙이가 시나리오 작가라고???


 오스카와 로스는 NYU대학교에서 처음 만났단다. 요즘 예술가들에게 이 학교는 꽤나 매력적인가 보다. 한마디로 창조적 산실이란다. 오스카 말로는 그곳에 가면 조각가, 시인, 배우, 자기 같은 영화감독 등의 예술가들이 한편에 있고 다른 편에는 기술공학도나 엔지니어들이 포진해 있단다. 그래서 서로 팀을 짜거나 각자의 작업에 도움을 얻는 환상적인 곳이라 소개했다. 아무튼 교실에서 로스가 컴퓨터로 프로그램을 짜는 걸 유심히 살피던 오스카는 그에게 같이 일하자 제안했고 바로 인공지능 벤자민 제작에 착수했단다. 벤자민은 장단기기억(LSTM)신경망을 갖췄으며 1980-90년대 공상과학영화를 학습했고 현재 시나리오를 쓴단다. 


 로스는 청중 몇 명을 선택해 즉석에서 원하는 단어나 문장을 말해보라고 시켰다.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배신" "사랑" 등등 짤막한 단어를 주었던 것 같다. 그는 벤자민과 연결한 노트북 자판을 몇 자 두들겼다. 몇 초 후 벤자민의 이마에 뚫린 카드 구멍에서 하얀 종이가 지지직~ 영수증처럼 출력해 나오기 시작했다. 영화 스크립트였다. 로스는 그것을 뜯어 오스카에게 전달하였고 그는 직접 데리고 나온 두 배우에게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짧은 영어의 내가 듣기에도 표현들이 꽤나 시적이었다. 무슨 셰익스피어 시대의 내레이션 같았다. 나중 진행자 역시 내가 느낀 느낌을 똑같이 받았는지 질문을 하자 오스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벤자민이 셰익스피어는 마스터했다는 건지, 아님 현재 마스터하고 있는 중이라고 대답한 것 같다. 동사시제를 잘 못 들었다.


 그들의 작업이 누군가의 눈에는 무슨 장난 하는 식으로 보여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스카와 로스 역시 미국내에서도 미친 짓이며 시간낭비라는 욕^^을 많이 듣는 단다. 그러나 자신들의 작업이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된 영화의 초석 단계라 여긴단다. 현재는 벤자민의 줄거리나 대사가 좀 어색하지만 앞으로 열심히 그를 학습시켜서 정말 멋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인공지능과 예술은 서로 윈윈할 수 있고 아니,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보지 못했던 새로운 표현이나 예술을 창조할 수 있다는 그들의 믿음과 긍정성이 참으로 좋게 보였다. 

  

 난 '브라잇 동맹'을 쓸 때 제일 힘든 과정이 퇴고할 때이다. 뭔가 어색한 문장 같은데 고치려고 보면 헷갈리고 잘 모르겠다. 대략 3번 정도 퇴고 과정을 거치는데 하다 보면 눈은 아프고 머리는 핑핑 돌고 소화도 잘 안된다. 어디서 들으니 퇴고하다 토까지 한다고 하더라ㅠㅠ. 그래서 가끔 퇴고 좀 해주는 기계나 조수가 있었으면 바랄 때가 있었다. 유명한 작가에겐 퇴고해주는 전문가나 출판사 편집자가 있다는데 나 같은 무명은 꿈도 못 꾸니 직접 할 수밖에. 그럴 때 벤자민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 싶었다. 

 혹시 이럴 수도 있지 않을까? 앞으로 예술가는 아이디어만 제공한다. 즉 나 같은 경우에 줄거리만 제공한다. 


"벤자민, 들어봐. 이안이랑 수진이 뱀파니아 왕국에서 열리는 무도회에 갔는데 세상에나 너무 우아하고 장엄하면서도 화려한 거야. 뱀파이어들의 가면무도회이니 오죽하겠어? 그런데 그때 파티를 망치며 공격하는 무리가 있었어. 누구게? 늑대인간 군단이었어. 그들은 무도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피 튀기며 죽이는데 이안은 수진을 구해 나오느라 엄청 고생하는 거야......"


그러면 다 들은 벤자민이 스스로 알아서 소설을 쓴다. 대화까지 넣어서...아, 참으로 꿈만 같다...



   

 서울대학교 이준환 교수님이 나오셨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문기사 생성을 연구하고 계신단다. 컴퓨터는 분류와 예측에 강하다. 그래서 재난재해 같은 초분을 아끼는 사고가 생겼을 경우, 아님 스포츠 경기가 있어 승리가 결정될 시각에 알고리즘이 스스로 관련 기사를 작성하여 그때그때 바로 쏘아줄 수 있단다. 현재 한국의 여러 신문사들에서도 그런 방면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사를 뽑아낸 후 사람이 한번 수정하는 식으로 사용한단다. 교수님이 예시로 들어주신 15줄 기사 같은 건 인공지능이 쓰는데 대략 2,3분 정도 걸린다 하니 허허, 그 속도가 놀라울 뿐이었다. 

 

 앞으로 콘텐츠 개발과정에 알고리즘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중요해진다면서 더욱더 자연스럽고 사람이 쓴 것 같은 긴 기사를 쓰는 인공지능으로 발전시키고 싶단다. 특히 데이터에 기반한 기사 작성과 배포는 점점 각광을 받을 거라 강조하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권호영 연구원님이 나와 VR과 인공지능에 대한 최근 트렌드를 말씀하셨다. 그동안 발표하셨던 분들 중에서 가장 PT개수가 많았다. 내용은 보고서 같았는데 나의 관심을 끈 것만 정리하였다.


 VR 디바이스는 HMD가 표준으로 최고는 HTC바이브오큘러스 리프트, 독보적인 기술을 가진 소니의 Play Station VR, 저가 제품으로는 삼성 기어VR, 구글 카드보드, 그리고 최근에 나도 들은 intel과 MS가 협력해 AR, VR이 가능한 알로이 가 있단다. 


 그런데 VR 시장에서 '공통표준의 부재'로 인해 기계끼리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결국 VR선도기업들이 독자적인 VR표준을 발표하고 있는 상황이란다. 하지만 2016년 12월 '세계가상현실협회(GVRA)'를 출범시켜 공통표준제정을 착수하기 시작했단다. 음, 고무되는 소식이다.


 그리고 또 문제가 있단다. 바로 VR 기기는 나날이 발전해나가고 있는데 거기서 실행시킬 VR콘텐츠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란다. 그나마 오큘러스가 다른 것에 비해 콘텐츠 제작에 자금을 쏟고 있고 양질의 것을 만들어 축적해나가고 있단다. 오큘러스는 페이스북이 소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은 Milk VR을 통해 VR게임과 영상을 제공한다. LG전자는 LG프렌즈닷컴을 오픈해 개발자 사용자간의 참여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중이다. 그 외엔 지자체 공사나 벤처에서 VR콘텐츠를 만들어내긴 하지만 너무 국소적이고 질적으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미국인들에게 물은 작년 설문조사를 보면 VR콘텐츠 중 여행/모험, 영화/게임/엔터테인먼트 등을 가장 선호한단다.


 한마디로 VR콘텐츠의 양과 질이 현저히 낮다는 결론이다. 



 역시 콘텐츠진흥원 연구원님 답게 앞으로 콘텐츠에 입각한 미래 전망을 발표하셨다. 

 기존의 콘텐츠와 플랫폼은 현재 나오고 있는 다양한 IT기술들(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AR/VR..)을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각각에 맞는 개인맞춤형 콘텐츠가 각광을 받을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콘텐츠 생산에 영감과 조언을 줄 수 있다. 휴머리즘(Human+Algorithm)콘텐츠로 기계의 연산능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창조성을 확대하는 새로운 미디어 형식을 제공하고 기계는 다시 그것을 학습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작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창의성을 확대시켜주는 보조 도구로 발전될 것이다. 

  



                                            가상현실콘텐츠산업 미래전망 포럼

 


 포럼의 첫 타자인 크리스티나 헬러(Christina Heller)가 나왔다. 몸이 여리여리하신게 첫인상은 얌전한 소녀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미국 할리우드에 위치한 VR Playhouse의 CEO란다. 그녀의 회사와 파트너로 있는 기업들이 아주 짱짱하단다. 디즈니가 가장 큰 고객이고 이어 대부분의 영화사와 유명한 기업이 많단다. 그녀는 주로 자사가 다루는 VR 프로그램들과 회사 소개를 하였다. 내가 관심 있던 것만 간추려본다. 


 VR콘텐츠를 만들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먼저 생각해봐야 한단다. 왜냐?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드니까.


- What are your goals?

- Why is VR better than framed video?

- How will the user experience it?

- Focus on enviroemtn and character?


 그리고 그의 회사가 눈여겨보고 있는 VR 적용분야는 다음과 같단다.


 VR applicataion

- Live Events : a rock conert, far away wedding, never miss another moement.

- Experiences :  360돔, Layered Exprience, Branded Headsets, Mixed Reality, 

                            Branded AR content, Multi-sensory Actications.

- Amusment Parks

- Large Format Projection 


 그러나 VR 현재의 아쉬운 점은 실감형 VR, AR이 많이 화자 되고 있지만 실상은 그만큼 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단다. 일반인들에게 이런 경험과 개념은 생소할 수 있고 제일 큰 문제는 VR기기가 꼭 있어야 하는데 아직 대중화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VR영상을 만드는 건 기존의 카메라 앵글을 찍던 것과 확연히 다른 분야이므로 감독과 관련자는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VR기업들의 표를 보여주었는데 참고하시라.






 포럼에 유일하게 하얀 반바지를 입고 나온 카얌 와킬(Khayyam Wakil)이 이어 바통터치를 받았다. 현재 Live Planet의 Chief Strategy Officer로 소셜미디어와 실감콘텐츠(Immersive Content) 기술분야에서 10년 넘게 경험을 쌓은 전문가란다. 트위터에서 일했었고 구글 Street View를 창안한 Immersive Media에서도 경력을 쌓았단다. 발표의 많은 부분이 그가 몸담고 있는 Live Planet에 대한 소개였다. 그리고 그분께 죄송하지만 내가 많이 졸았다. 사탕도 먹고 얼굴도 때려봤지만 소용없었다. 앞에서 꾸벅 고개를 떨어뜨리는 날 보고 혹 자책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죄송함다~ 재미없었던 게 아니고 제가 허약체질이라 그랬어요~~


 그런데 그가 마지막 토론시간에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난 듣고 전율을 느끼기까지 했으니까. 청중 한 분이 VR이 미래에 더욱 흥할지 아님 지금 이렇게 달구어지다 식어버릴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집었다.


"Money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겁니다. 무서운 점은 현재 미국에서 Facebook을 비롯한 IT 대기업들이 막대한 거금을 들여서 VR/AR 생태계를 Educating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할 일이 없어 그렇게 막대한 돈을 들이는 건 아닐 겁니다. 다 투자인 거죠. 결국 우리는 어떻게든 그것에 대한 교육을 받을 것이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살 수밖에 없게 될 겁니다. 그저 training 정도가 아닙니다. 사고를 바꾸는 Education입니다.
결국 VR/AR생태계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올 거라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난 그 말을 듣는 순간 불현듯 역사책에서 읽었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커피의 역사에 관한 거였는데 미국에서 커피가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원인은 잘 알고 있는 보스턴티 사건도 물론 전혀 영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커피 상인의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란다. 역사상 일어난 주요 변화들이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상인의 숨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단다. 미국에서 커피 판매가 너무 저조하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의 커피 상인들은 머리를 싸매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그들은 '이전에 없던 욕구를 창출하기 위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로 결심한다. 멋있게 커피하우스를 짓고 교양 있는 현대인은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문화를 열심히 교육시켰다. 그 결과는 지금 길에서 보는 그대로이다. 교육이라는 건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위한 교육을 시작했단 말을 듣고

'게임은 끝났다!' 난 여겼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우리는 그들이 깔아놓은 VR/AR/MR생태계에 곧 빠져들게 되리라. 그리고 기업들은 더 많은 VR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멋진 콘텐츠를 원하리라.

 우리 작가들은 여기를 파고 들어가야 한다. 꼭 출판이란 개념이 종이책으로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멋있고 환상적인 VR/AR/MR출판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나의 브라잇 동맹도 이 흐름을 잘 따라가길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피곤이 극에 다다를 무렵 VR크리에이터이자 '멀미왕'으로 유명한 장진기 님이 연사로 나오셨다. 현재 가상현실 멀미왕 VR 유튜부 채널 크리에이터로 구독자 4만 명을 보유한 유명인이란다. 그는 뭐든 새로 나오면 직접 몸에 걸쳐보고 벽을 뚫어 VR기기를 설치하여 다 실험해본단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있는 VR플랫폼 콘텐츠 대략 3000개 정도를 진짜 하나하나 몸소 다 해보셨단다. 왜 본인을 '멀미왕'이라고 명했는지 드디어 이해가 되었다. 아래는 각각 VR플랫폼에 따른 콘텐츠 개수이다.

 


 


 그런데 무척 실망스럽게도 '그나마 좀 낫네' 싶은 콘텐츠는 그중 단지 30여 개 정도에 불과하단다. 3000개 중에서 말이다. 우린 '최고네'가 아니고 '좀 낫네' 란 그의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정도로 VR콘텐츠의 품질이 양에 비해 현저히 낮단다. 그나마 위의 채널들 중 오큘러스가 다른 곳에 비해 질이 높은 편이란다. 오큘러스를 소유한 페이스북은 자체플랫폼을 구축하고 거금을 들여 VR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고객들에게 신뢰감과 선택의 다양성을 주려 노력 중이란다.  


 그러나 VR콘텐츠의 화질 저하, 왜곡현상/ 비싼 구매비용 /떨어지는 편의성과 접근성 등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양질의 VR콘텐츠를 양산, 지속적으로 보급하여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가상현실 시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그가 보여준 관련 사진이다. 



  실제 그가 참여한 멀티플레이 VR게임 속 현장이나 VR소셜콘텐츠인 Facebook Space상의 본인 아바타도 보여주었다. 생각보다 꽤나 재미있었다. 이때부터 나의 졸리던 머리는 멋있는 영상들을 보면서 서서히 깨어났다. 




 포럼의 마지막 연사이신 (주)바른손의 강신범 대표님이 나오셨다. 다들 대표님이라 하여 딱딱한 강연이 참으로 지루할 거라 예상했었다. 나도 별 기대조차 하지 않았었으니까. 그런데 그는 우리의 이런 기대를 완전 저버리고 정말 유머스럽고 흐뭇하게 이끌어가셨다. 개그와 유머 감각이 대단하셨다. 동시에 진지해야 할 때는 목소리를 깔고서 담담하고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현재 (주)바른손은 바른손팬시와 완전히 분리된 회사로 영화/게임/VR/AR/홀로그램 콘텐츠전문기업이다. 국내에서 VR게임과 VR시네마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국내 유일의 150명 정도의 세계 최고 수준의 VR전문가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말씀하시는데 대표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했다. 앞에서 크리스티나가 감탄하며 그런 규모는 미국에서도 보기 드물단다.


바른손은 앞으로 가상현실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는데 다음의 네 가지 영향 때문이란다.


1) Hardware : VR/AR hardware 2세대가 2018년 3월에 나올 예정이란다. Oculus의 Santa Cruz, Microsoft의 MR 2세대, Qualcomm Spectra 2세대 등등. 예전에는 벽을 뚫어 선을 연결해야 즐길 수 있던 VR의 불편함을 최소화하여 무선이나 최대한 가볍게 나올 예정이란다. 물론 가격도 저렴하게.. 이런 하드웨어의 혁신이 점차 그 한계를 줄여줄 것이다.


2) Contetns : 멀미왕이 앞서 꼽은 VR콘텐츠 품질조사 30개도 아주 후한 점수를 준 거란다. 대표님 눈에 보기에는 한 열개 정도나 봐줄 만하단다. 그러나 계속 품질이 높아지고 있고 검증이 되어가는 중이라 하셨다.


3) Driving Force : 실리콘밸리가 그렇게 거금을 들여 VR/AR/MR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이니 자기네는 고마울 따름이란다.


4) Government :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얼마 전 자사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한 VR시네마 시연장에 문재인 대통령이 찾아오셨는데 이런 지속적인 관심과 규제개혁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VR게임의 트렌드는 예전에는 '액션슈팅아케이드' 중심에서 점차 '어드밴쳐내러티브시뮬레이션'으로 옮겨가고 있단다. 


 VR영화 (Cinematic VR)은 다음 세 가지로 구성되는데


1) Frame X : 카메라 들고 영화 찍던 감독이 VR영화를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 앵글잡기나 감독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어진다. 그래서 VR영화는 우리가 보는 일반 상업영화와 전혀 다른 장르라고 꼬집어말하셨다. 


2) Sound : 가상현실에서 청각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건 아주 당연한 사실. Spatial Audio의 투자가 절실하다.


3) Aggressive :이젠 관객들이 직접 영화 안으로 들어와 간섭하기 시작할 것이다. 관객과 creator에게 엄청난 가능성을 줄 수 있다. 


 그는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나가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죽으나 사나 "콘텐츠"라고 강조하셨다. 예술가와 creator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보충해주는 도구로 VR을 이용해 콘텐츠를 만들고 더욱더 그렇게 될 거라 예상하셨다. 


 나중 질의응답 시간에 난 깜짝 놀랐는데 바로 (주)바른손이 예전 '세컨드 라이프'의 에이전시였단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세컨드 라이프는 처음 한국에서 인기를 좀 끄는가 싶었는데 2년 하다가 갑자기 사업을 접은 게임이다. 아니 게임이라고 하기도 좀 그런, 암튼 다르고 기이하다고 여겨지는 상품이었다. 그동안 우리에겐 완전 잊혀버렸다. 


 강 대표님은 비록 세컨드 라이프가 한국에서 망하고 자사의 영화들도 그렇게 확 뜬 것은 없다고 솔직히 고백하시면서 아직도 영화나 게임이 출시될 때면 한 달 전부터 약을 챙겨 먹어야 하는 직업병까지 생겼다고 헛헛 허탈한 웃음을 지으셨다. 인간미도 지니셨네. 그나마 올해 자사 게임의 매출이 좋아져 다행이란다.


 

세컨드 라이프


 나는 신의 인도하심을 받아 그 자리에 앉았나 싶을 정도로 그때 어떤 계시로 느꼈었다. 가끔 난 브라잇 동맹을 이리저리 굽기도 하고 튀기기도 하는데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게  '세컨드 라이프'였던 것이다. 그게 불과 세 달 전이었는데 회사 대표를 그날 만나게 되다니. 갑자기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콘텐츠진흥원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가상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서로 만나 살아가는, 지금 현생의 삶과 다른 두 번째 삶, 두 번째 국적이라 볼 수 있다. 아직 원제작사인 미국에선 그래도 명맥을 이어가긴 하나 예전의 영광은 퇴색해버린 분위기이다. 한국은 망해나갔고. 


 세컨드 라이프는 왜 실패하게 되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론 독특한 세계관은 있지만 재미있는 스토리가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사람들을 오래 끌어당길 이야기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당시 기술에 비해 약간 앞질러 간 게 아닐까 란 생각도 들었다. 세컨드 라이프는 오직 PC 인터넷으로 가능했지만 가상현실은 한 가지 채널로만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게 내 개인적 생각이다. 즉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만나는 융합현실 MR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짜처럼 느껴질 테니까. 아마도 '가상공간에서의 생활'이라는 아이디어가 시기상조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지금처럼 VR/AR/MR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것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을 까란 조심스러운 전망도 해보았다. 나 스스로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다. 




 이틀간의 콘퍼런스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비용이 무료인 것도 참으로 고마운데 덤으로 많은 걸 느끼고 배운 뜻깊은 시간이었다. 좋은 자료가 든 비매품 책들을 얻는 행운도 얻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감사합니당~ 열심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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