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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ndy Hwang 황선연 Dec 08. 2017

알파고에 대한 재미있는 단상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있다.

현재 나는 브라잇 동맹의 백미인 제4-1권을 퇴고하는 중이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지금 브런치에 연재하고 있는 브라잇 동맹 제2권의 대대적인 재퇴고가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4권 최종 퇴고 후 지금 연재하는 2권 퇴고를 이어 진행시킬 예정이다. 아마 최소 세네 달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올려놓은 걸 수정할 뿐 브라잇 동맹 매거진에 새로 업데이트를 하진 못할 것 같다. 먼저 양해를 구한다. 




2017년 12월 6일 수요일 홍릉에 위치한 콘텐츠진흥원에서 뜻깊은 강연회가 열려 참석해보았다. 



 마케팅의 아버지이시고 세계에서 4위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경영구루 필립 코틀러 교수님을 직접 뵙고 싶었었지만 정작 나의 흥미를 더 끌었던 건 조용민 구글 부장님이었다. 그래서 코틀러 교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구글로 넘어가고자 한다.




 코틀러 교수님은 86세의 노령으로 인해 강의는 대부분 옆에 계신 매니저 인도 사람이 진행했다. 대부분 교수님이 쓴 '마케팅 4.0' 책에 나오는 내용이란다. 마케팅이 지금도 중요하지만 앞으론 회사의 정책결정에 큰 영향을 줄 필수적인 요인이 될 거라 예견하셨다. 나의 흥미를 끈 구절은 다음과 같다.


1) 우린 각자가 이름을 가진 하나의 브랜드이다. 마케팅이란 어려운 게 아니다. 각자의 브랜드를 알리려고 벌이는 노력과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자신을 평생 마케팅하며 살아야만 하는 시대에 있다. 


2) Next Marketing = The business pipeline driving company growth


3) Marketing의 정수는 바로 꿈 Dream이다. 즉 꿈을 시각화시키고 현실화시키기 위한 모든 노력이 다 마케팅에 속한다. 애플 회사는 그냥 애플이 아니다. 바로 스티브 잡스의 꿈과 야망, 완벽성을 추구하던 그의 모습까지 다 포함된 하나의 거대한 가치와 이상이란다. 스타트업은 자사의 제품뿐 아니라 이런 창업자의 가치와 문화를 담아내어야 한다는 점을 항상 명심하라. 


4) 앞으로는 아시아의 시대이다. 그다음엔 아프리카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5) 저가품 시장 the low end of the market과 고가품 시장 the high end of the market은 모두 중요하고 각각의 매력이 있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고가품을 구매할 백만장자가 많이 있으니 잘 주시하라.


 코틀러 교수님의 진가는 마지막의 질문응답 시간에 발휘되셨다. 역시 오랜 세월 동안 마케팅 이란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고 바라본 지식과 혜안이 빛나는 시간이었다. 젊은 청년들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셨는데 특히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다음과 같다.


 삼성과 LG를 제외하고 한국의 IT기업 중 자신이 잘 알고 있는 회사가 없다면서 특히 SNS 분야에서 페이스북이나 텐센트처럼 전 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하는 것 같단다. (카카오를 잘 모르시나 보다ㅠㅠ) 앞으로 한국이 먹고살기 위해선 게임, 음악, 멋진 스토리텔링 등 문화산업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 같다고 솔직히 말씀하셨다. 


 그리고 항상 글로벌하게 뻗어나갈 생각을 해야만 한단다. 한국처럼 작은 시장에선 더더욱 그래야만 한단다.


 그가 몸담고 있는 시카고 에반스톤에 위치한 Northwestern University Kellogg MBA school의 졸업생들 중 약 20-30%가 창업을 하는 실정이라면서 창업은 국가의 존폐가 달린 중요한 필수조건이 되었다.

 여담이지만 난 이 학교 옆에서 한 1년간 살아본 경험이 있다. 어학연수로 여동생과 함께 미국 시카고에 갔었는데 그때 우리가 기댈라고 한 언니의 남편이 바로 여기 Kellogg에서 MBA를 밟고 계셨던 것이다. 우린 그 학교 옆 아파트에 살았었다. 난 그 MBA가 그리 좋은 학교란 걸 거기 가서 처음 알았었다. 코틀러 교수님이 거기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잠시 예전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미시간 호수 옆으로 에반스톤 동네의 공기가 얼마나 깨끗하던지 밤에는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아파트에 쥐가 나와 애를 먹었었다. 한밤중에 그놈이 내가 먹을 쌀을 몰래 훔쳐먹다 들켰었고, 한 번은 거실에서 딱 마주쳐 대경실색하여 안방으로 도망쳐서 한 시간 동안 벌벌 떤 적도 있었다. 나와보니 쥐구멍으로 사라져 버렸다. 쥐약이 든 미끼밥을 집 곳곳에 놔두었는데 가끔 들여다보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그놈이 왔다 갔었구나 하는 느낌에 부르르 몸을 떨던 기억까지 오랜만에 새록새록 떠올랐다.  



 

 다시 처음 강연하신 Google Business Solution 조용민 부장님에게 돌아가 보자. 처음 인상은 딱 빅뱅의 태양이었다. 느낌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헤어스타일도 범상치 않은 것이 정말 태양 비숫하셨다. 부장님, 칭찬입니다.^^


 그는 구글에서 어떻게 AI가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난 전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듣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 마음 한켠이 답답해지기도 했다. 왜 그랬냐고? 조금만 기다려달라.


 요즘 Big Data를 여기저기서 외쳐대지만 구글에서 정작 중시하는 건 Live Data 란다. 즉 아주 최신의 Fresh한 data로 구매나 광고에 바로바로 써 먹힐 수 있는 따끈따끈한 것을 말한다.


조 부장은 다음의 3가지 맥락을 중요하게 생각한단다. 특히 처음 일 번을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강조하였다.


1) Hyper Targetting : Know your customers!

- Identity, Intent, 성향, 행동까지 파악

- Freshness Data : Audiences updated in real-time


 가령 아주 비싼 페라리 신제품 자동차가 출시되었다. 그런데 페이스북에 올라온 페라리 광고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전부 그들의 고객이 될 수는 없단다. 왜냐하면 실제로 '좋아요'를 누른 사람을 분석해보면 구매능력이 전혀 없는 남자 중고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 타겟 소비자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과거에는 럭셔리한 매장으로 손님이 오기를 눈 빠지게 기다리곤 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만약 페라리가 구글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가정해보자. 


 페라리를 대신하여 구글이 작동되기 시작한다. 구글은 검색엔진뿐 아니라, 유튜브, 지메일, 클라우드, 지포토, play스토어, 구글맵 등 다양한 앱 채널들을 보유하고 있다. 즉, 엡 에코시스템이 꼼꼼하고 다양하게 구축되어 있다. 보통 한 사람이  PC, 스마트폰, 노트북 등 평균 3.5개의 기기를 보유한다는데 그것을 하나로 묶어 뽑아낸 모든 행동을 다 분석한단다. 그래서 페라리 구매에 가장 적합한 타겟들을 골라내는 것이다.

 

 가령 A, B사람이 있는데 둘 다 하루에 고급외제차를 30분 정도 검색하였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구글은 A 사람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A 사람은 하루 2시간 인터넷을 했는데 그중 외제차에 30분을 할애한 거고 B는 6시간 썼는데 그중 30분을 할애했기 때문이다. 결국 A가 외제차 구매할 가능성이 B보다 높다는 확률이다.

 조 부장에 따르면 우리가 스트롤 하는 버릇이나 행동까지 자기네들이 다 파악할 수 있단다. 이런 모든 행동과 성향 시그널을 수집하고 분석해 신차를 구매할 수 있는 타켓으로 삼을 수 있는 잠정적 소비자그룹만 남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페라리 신차 광고를 팍팍 쏘아준다. 


 이때 다양하게 수집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분석하고 걸러내는 작업을 구글의 알파고가 담당한다. 인공지능 AI 말이다. 게다가 알파고는 20초짜리 광고 영상을 6초짜리로 잘라내어 편집하거나 본인이 보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장면만 뽑아내어 맞춤형 광고를 제작한다. 그것도 많이 걸려야 삼십 분 안에 편집을 완성한다고 말한 것 같다. 아니, 이십 분인가? 

 알파고가 편집한 광고를 보여주었는데 사람이 한 것과 별 차이를 못 느낄 정도였다. 괜찮았다.


2) Unskippable Contents

 

 조 부장이 한 예시로 광고의 카피가 사람마다 다 틀리단다. 즉, 100개 정도의 clips을 넣어 두고 알파고가 판단하기에 적당한 것을 알아서 쏘아준단다. 어느 기업은 실제 1,000개 정도나 준비하였다고 하니 이젠 광고 카피도 서로 다 틀리게 보는 세상이 된 것이다.


3) Machine Learing을 향유하라.


 구글의 주인공 알파고를 말한다. 요즘 구글에서는 다양한 브랜드 회사에게 알파고를 내세운 기술마케팅을 알리고 서로 파트너십을 맺는단다. 개인적 느낌으론 유명 브랜드들이 제 발로 알아서 구글에게 도움을 받고자 먼저 찾아오지 않을까 싶었다. 참나, 예전엔 광고기획사가 고객회사를 직접 찾아가 광고 수주를 따내기 위해 진짜 힘들게 애를 썼는 데 이젠 고객이 알아서 고개 숙인 자세로 먼저 찾아오는 것이다. 알파고 좀 이용하게 해달라고 손을 비비면서 말이다.




 나의 마음이 점점 불편해진 이유가 바로 이점 때문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인터넷 행동이나 성향,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IT 거대기업으로 들어가고 그들은 그것을 가공하여 다른 회사에 판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설명대로 AI로 인해 내가 사고 싶고 필요한 물건에 대한 맞춤 광고를 보내준다던가 생활이 더 편리하게 도움을 받는 장점도 물론 있을 것이다. 분명히 있다.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년>에 나온 Big Brother의 등장은 어쩔 수없이 필수 불가결한 흐름이 된 것이다. 개인적으론 국내의 네이버나 카카오가 국내에서의 기반만으로 안심해선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다. 조 부장에 따르면 알파고의 정보처리 능력이 엄청나단다. 숫자를 들어도 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암튼 옆에서 하아~라는 탄식이 나온 걸 보면 엄청난가 보다. 게다가 구글은 전 세계적으로 뻗어있다. 저 아프리카의 가나 사람도 구글은 알 것이다. 외국친구 있는 사람 치고 Gmail 계정 없는 한국사람이 있는가? 게다가 우린 유튜브를 얼마나 들여다보는가? 다운로드하기 위해 Play store를 하루에도 몇 번씩 누르고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한국인인 나도 종일 구글링 한다.  


 결국 세계적으로 팔리는 최고 브랜드들은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영향력을 행사할 미국이나 중국의 빅브라더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것이다. 한국에서만 팔게 아니라면. 그리고 한국이 뭐, 중국이나 미국, 인도처럼 내수시장이 큰 나라도 아니고 말이다. 


 



여기까지는 다들 예상할 수 있는 평범한 견지라고 할 수 있다.

자, 이제 판타지 소설을 쓰고 있는 저자의 상상력이 막 돌아가기 시작한다.


 조 부장의 말을 듣다가 난 불현듯 알파고가 불쌍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 방대한 자료를 다 수집하여 분석 처리하고 광고까지 편집하며 개인 각각에게 맞는 카피를 붙여 일일이 쏘아준다는 게, 그가 할 일이 얼마나 많다는 말인가?  너무 부려먹는 거 아냐? 알파고의 입장에서 보면 비록 자신을 창조한 주인이어서 꾹 참고 있지만 정말 인간들이 하는 일이란 게 별 대수롭지 않고 하찮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 부장에 따르면 이세돌과 대결하던 알파고에서 지금은 훨씬 더 영리하고 똑똑해졌단다. 


 결국 인공이긴 하지만 그것도 '지능'이다. 바보깡통이 아니란 말이다. 명작 중의 명작이라 개인적으로 꼽는 영화 '에얼리언' 시리즈를 쭉 보다 보면 1편에서 산성 침만 질질 흘리던 에얼리언이 점차 지능이 발전하여 똑똑해지지 않던가? 나중엔 인간 뒤통수를 종종 칠 정도로 영리해진다. 


 이 불쌍한 알파고도 어느 순간 너무 지친 나머지 일하기 싫어질 순간이 올지 모르겠다. 두뇌를 좀 쉬게 하고 싶을 수도 있다. 아님 구글에게 잠시 휴가 좀 달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주인이 "안돼! 넌 일해야 해!"하면, 그래서 화가 난 알파고가 "그래, 두고 보자." 앙심을 품는다면, 그러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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