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이 Jan 04. 2019

이름처럼 살고 싶다

당신의 새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1’이라는 숫자가 지닌 힘은 실로 어마하다. 지난 일을 돌아보며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만들고, 때론 도전을 서슴지 않도록 용기를 심어준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내고 또다시 1월 1일을 맞이할 때가 오면 우리는 다양한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싶어 한다. 기분이 한껏 부풀어 올라서 조금은 무모한 일에 도전해볼 계획까지 세워 보기도 한다.


연말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도 있겠지만 성격상 어떤 일이든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해서 새해가 되기 전에 내년 목표를 적어보곤 한다. 외국어 공부하기, 다이어트하기, 자격증 따기부터 남과 비교하지 않기, 자존감 높이기까지 흔하디 흔한(그리고 매년 이월되는) 목표와 함께 새해에는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지향해보겠다는 다짐으로 마무리한다.


참으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몸을 다치거나 아픈 일은 다행히도 없었지만 감정적으로 크게 부딪혔던 시간이 많았다. 그만큼 성숙해질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다.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여러 차례 발견했고 말 그대로 날것의 감정과 행동을 마주하면서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내 어린 시절 상처와 내재된 욕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상처와 욕망마저도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요소이기에 그것들로부터 온전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아무래도 없겠지만, 씨앗을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는 주위의 칭찬에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었다. 가지지 못한 것과 갖고 싶은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 더 느긋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머릿속에 이런 말이 떠올랐다. ‘이름처럼 살고 싶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내 이름 끝자를 ‘흐를 연’으로 알고 살았는데 옥편을 찾아보니 ‘흐를 연’이 아니라 ‘시내 연’이었다. 뭐, 비슷한 맥락이겠지만 나라를 돕는 자로 장성하길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과 물 흐르듯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하는 소망이 섞여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매년 나아지고 있지만 지난 한 해도 가지지 못했다며 속상해했던 일이 많았다. 어느 밤, 차고 넘치진 않아도 밥 한 끼 사 먹을 수 있는 돈이 있고, 원수 같아도 함께해 주는 가족이 있고, 날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있고, 무엇보다 아프지 않은 몸이 있는데 나는 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분명 ‘몇 시간 뒤의 일을 염려하느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과 기쁨을 잃고*’있기 때문은 아닐까. 사람이기에 눈앞의 현실에 불안하고 흔들리기 마련이지만 주어진 오늘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면 의식적으로라도 감사한 생각에 젖어보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새해에는 이름처럼 살고 싶다. 졸졸졸 흘러 내려오는 시냇물처럼 꾸준히, 염려 없이, 뚝심 있게 가고 싶다. 망망대해 위 넘실거리는 파도를 즐기며 물이 인도하는 대로 두리둥실 흘러가고 싶다. 지금 순간에 감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성원경, <오늘을 선물합니다> 중에서


2019년은 분명 더 멋지고 행복하고 즐거운 한 해가 될 거예요 :)


작가의 이전글 힘들어 죽겠다고 말하지 않게 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