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또 오븐 앞에 섰냐고 물으신다면
얌전히 일이나 하면 좋았을 걸
어쩌자고 또 손에 밀가루를 쥐었는지 모르겠다
뭐 하나 쉽게 만들어지는 법이 없다
반죽을 섞고 휴지*하는 데 15분, 1차 발효에 1시간, 또다시 중간 휴지에 15분, 2차 발효에 1시간, 오븐 예열을 기다리며 마지막 실온 발효 20분...
툭하면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엉덩이를 수시로 일으키느라 진득이 작업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잘 만들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가도
발효가 시원찮아 반죽이 덜 부풀면 입술이 비쭉 나오고
냄새가 기가 막힌 것 같아도 막상 입에 넣으면
모자라서 넣지 못한 버터 2그램 때문에 풍미가 확 달라진다
반죽기가 없어 모든 걸 손으로 빚어내느라 어퍼컷 날리듯 반죽을 치대면 몸에 식은땀이 쭉 나서
나는 무엇을 위해 이것들을 만들고 있는가 온갖 물음표를 머릿속에 띄우곤 하지만
그러다 어찌어찌 동그란 모양새를 갖추고
먹음직스러운 냄새가 풍겨 오기 시작하면
나도 무언가를 할 줄 아는구나 싶어 안도감과 성취감에 젖어 들고
손쉬운 듯 복잡한 과정을 거쳐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모습을 보며
언젠가는 나도 그 모습을 닮아가지 않을까
노릇한 색감과 씹을수록 고소한 맛을 내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오븐을 연다
...고, 요즘 일이 없어 마음이 울적한 거냐며 어째서 고생스럽게 뭘 자꾸 구워대느냐고 묻는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일은 적당히 많이 있으니 걱정말라고도 덧붙였다.
*휴지: 요리를 할 때, 완성된 반죽을 다음 공정 전까지 일정 시간 동안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