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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이 Mar 30. 2023

결국 출판사를 차렸다

지속 가능한 나의 독립 출판을 위해

2021년부터 독립 출판 활동을 하고 있다. 원하는 이야기를, 원하는 형태와 원하는 방식으로 꺼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나를 닮은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신기하다. 물론 적당히 팔려야 신이 난다. 어쨌든 이것은 자선사업이 아니니까.



프리랜서 7년, 독립 출판 3년 차에 결국 출판사 대표가 됐다. 지난 북페어에서 책을 판매하면서 나는 이 활동을 당분간 지속하게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고생스럽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나의 탐구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날로 달려갈수록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 이 활동을 할 수 있을 때 더 열렬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연령대가 달라서일까, 지치기는 커녕 더 쌩쌩해 보이는 옆 부스의 작가님을 보며 생각했다). 그래서 직원 하나 없이 혼자 일하는 출판사를 차렸다. 방은 각종 포장 용품과 책 재고로 인해 더욱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이름표 없이 매대에 올라 있던 내 책에 명찰을 달아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기쁘다.



출판사 등록을 했지만 1년도 버티지 못하고 폐업 신고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1종도 제대로 출간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넉넉지 않은 자금과 팔리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소량 인쇄를 고집하는 나의 출판사도 365일을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다시 일어서 보겠다고 마음을 먹는 그 순간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 그렇다면 겁먹지 말고 나서 보기로 했다. 어차피 4대 보험 챙겨 주는 회사도 없는데, 내가 차려서 내가 챙겨주지 뭐.



독립 출판을 생각할 때 묘하게 마음속 심지가 타오른다. 만듦새가 매력적이고 글이 세련된 누군가의 작품을 보면 질투를 넘어 시샘하기도 하고, 나의 최선이 담긴 책을 보면 쑥스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며, 갑자기 꺼내고 싶은 이야기가 머릿속에 불쑥 튀어올라 본업을 멈추기도 한다. 특정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던데, 그래야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다던데.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면 일관된 분위기를 내지 못할까 걱정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다가 내가 지은 출판사의 이름을 생각해 본다. ‘언디클레어드(Undeclared)’. 정해지지 않아서 많은 것을 탐구할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이번에는 프리랜서와 번역가라는 직업의 이야기를 떠나 내가 누구인지를 탐구하며 보냈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프리랜서도 번역가도 ‘나’이지만 조금 더 깊은 내면에 숨겨져 있던 ‘나’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일상 속에서 사진으로 기록한 이미지들을 출력해 손수 붙여서 표지를 완성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무언가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본래 탐구라는 것은 약간의 두려움과 용기, 설렘을 동반하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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