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을 독립 출판하다
작년 브런치 공모전 겸 신작으로 준비했던 원고를 모아 자비로 독립 출판을 했다. 출판사 신고를 마치고, 거칠었던 원고를 다듬고, 직접 표지 시안을 기획하고, 정말로 이것을 세상에 꺼내는 것이 좋을까를 오래도록 고민하다가 책에 ISBN이라는 이름표를 달아 인쇄를 마쳤다.
근 몇 달간 이 일은 나에게 무척이나 중대하고 필요한 일이었다. 예로부터 선비가 가난하게 산다던데, 책을 내는 일은 고달프지만 그에 준하는 관심과 돈을 벌기는 어렵다. 하고 싶은 것을 지속하기 위해 다른 일을 추가로 해야 하고 내가 넉넉히 할 수 있는 일은 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열정페이를 지급해주는 것뿐이다. 그 예시로, 얼마 전 출판사를 냈다고 쓴 나의 브런치 글도 업로드 순간부터 메아리만큼이나 희미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속에 있는 것을 꺼내야만 살 수 있겠는데 어쩐담. 내 돈 내가 들여 내가 만들어야 팔리는 문제는 나중으로 차치한다 해도, 해야 속이 후련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또 다시 '내책내낸'으로 돌아갔다. 원래는 '내 책은 내가 낸다'의 줄임말인데, 나는 이미 완성했으니 과거형으로 바꿔보겠다. 내 책을 내가 냈다.
<내가 사랑한 화요일>은 경도 우울감으로 인해 매주 화요일마다 상담소를 찾아가 착실하게 눈물을 흘렸던 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혼, 비정규직(프리랜서), 월세 살이 경기도민. 나는 나 자신에게 이 세 가지 딱지를 붙이고 오래도록 우울해했다. 누군가의 우울에 비하면 가벼운 것일지 몰라도, 분명 또 다른 누군가는 나와 비슷한 딱지들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에게 나도 당신과 같다는 말을 하고 싶기도 했고, 첫 상담을 갔을 때에 비하면 나는 분명히 성장했기 때문에 한뼘 자라난 나의 마음을 기록하고 싶었다. 부디 필요한 이들에게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이것이 내책내낸의 핵심이니 말이다.
책 소개
겨울을 앞둔 늦가을의 어느 날,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비정규직, 미혼, 월세 살이 경기도민. 나는 내가 나에게 붙인 각종 수식어들과 함께 우울의 세계를 부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하길 원했다. 화요일마다 지정된 장소에 앉아 착실히 눈물을 흘렸고,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다. 우울이 무르익고, 나는 한 뼘 더 자라났다.
110x188, 122페이지, 13,000원
작가 정재이 @jaeitamin_
프리랜서 영한 번역가. 일상에서 포착한 소재들로 글 짓는 것을 좋아한다. 전자책 <런던에서 보낸 일주일>, <번역가로 지내는 중입니다>, <2년 만에 비행기 모드 버튼을 눌렀다>를 썼다.
https://smartstore.naver.com/justorage/products/8316363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