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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이 Apr 19. 2019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 보기로 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 체험기 - 여행지에서 일상을 보내는 일이란


지금은 일본. 또 일본에 왔다. 두 번째로 긴 혼자 여행이다. 이번에는 8박 9일간 머물 예정이다. 달력 날짜를 잘못 세서 7박 8일이라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그 정도로 정신이 없었나 싶었다.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일본에 집을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그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바라 답했고, 뒤이어 해외 부동산을 구입할 돈은 물론 깡도 없으니 가끔 또 떠나겠노라고 답했다.


나는 그 누구보다도 여행지에서 일상을 보내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일단 멋있어 보였고, 내가 좋아하는 여행과 일을 결합한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유유자적 길을 걷다가 분위기 괜찮아 보이는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음미하며 타자를 두들기는 나를 상상하니, 생각만 해도 흐뭇했다. 떠나는 날까지 생각이 많았다. 오늘까지 디지털 노마드로 지낸 지 4일째. 아직 4일이 더 남았지만 아직 떠나보지 못했거나 디지털 노마드를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을 위해 몇 가지 느낀 점을 적어보려 한다.



1. 우선순위를 잘 정하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니다


스스로 여행과 일의 밸런스를 잘 맞추지 않으면 그저 '노마드'가 되어 버릴 확률이 높다. 나의 경우 도쿄가 세 번째라서 쇼핑가를 중심으로 동선을 계획하지 않았다. 가지 않아도 아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쿄는 양파처럼 까도까도 끊임없이 발견되는 매력이 있어서  여기도 맛집이고 저기도 핫플레이스라서 다 가 봐야 한단다. 문제는 이런 말에 쉽게 휘둘린다면 디지털 노마드는 될 수 없다. 그냥 여행을 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시간을 정해 그 시간 동안에는 일에 온전히 집중하고 일을 마친 이후에 홀가분하게 관광을 즐기는 것이 좋다. '일'을 한다는 건 말 그대로 '일을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완성도를 높이려면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밖은 햇볕 좋고 바람도 부는데, 이렇게 카페에 앉아 타자만 두드릴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컴퓨터는 두고 오는 게 좋겠다.



2. 가급적 여유롭게, 익숙한 곳으로


사람마다 디지털 노마드로서 가 보고 싶은 장소는 다양하다. 장기간 유럽 여행을 떠나는 김에, 물가가 비교적 저렴한 동남아로, 가까운 일본으로, 또는 세련된 감성이 가득한 아메리카로, 각각의 취향과 상황에 맞게 목적지를 선택한다. 개인적으로 한 번은 가 봤던 곳에서 일상 보내기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익숙한 곳이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는 데다 한 번 보고 스쳐 지나갔던 새로운 풍경이 또 다시 보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주로 일을 하던 사무실에서 업무 능률이 오르고, 몇 년간 쓰고 있는 내 침대 위에 누워야 잠이 잘 오는 것처럼 어떤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알고 있는 장소에 간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다. 그게 아니라면 일정을 여유롭게 계획하는 것이 좋다.  언제 어디서든지 졸리면 잘 자고, 잘 먹고, 일도 잘 하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다.



3. 지칠 때는, 반드시 쉬어 가기



아침 10시 기상. 12시까지 아침 겸 점심 식사 후 간단한 세면을 하고 나면 1시부터 나만의 일과가 시작된다. 오후 4시에서 5시까지 책을 읽거나 감수 작업을 하거나 혹은 글을 쓰고 나면 어느새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된다. 그리고 나서 저녁 8시부터 일을 시작한다. 특이점이라면 재택 근무라는 점이다. 즉 평소에 많이 걷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여행지에 나오면 반나절은 무척 바쁘게 걷고 움직이고, 나머지 반나절은 머리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일을 해야 해서 저녁에 숙소에서 일을 할 때면 머리가 아파온다. 왜냐? 졸려서. 자고 싶어서. 평소에 해치우던 작업량보다 한참 모자른데도 그저 누워 뒹굴거리고 싶어 몸이 배배 꼬인다. 따라서 미리 일의 양을 가볍게 줄여오거나, 그럴 수 없다면, 여행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수밖에. 서두르지 않으면 계획한 일정에 차질이 생겨버리고 말겠지만, 지친 내 몸부터 달래주지 않으면 여행은 물론 일에도 지장이 생긴다. 모든 걸 멈추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하지 않을까. 디지털 노마드란 정해진 곳 없이 차분하게 걷고 타국의 일상을 음미하며 나의 하루를 탄탄하게 빚어가는 사람을 뜻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일상에서 느낀 요즘의 생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더블제이 스튜디오 https://blog.naver.com/kk646

프리랜서의 일상 @yeonbly_iam



밥도 먹어야 겠고 키보드도 두들겨야겠고. 바쁘네요, 디지털 노마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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