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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이 Dec 31. 2016

Someone in the crowd-feat.라라랜드


<작년 2015년 12월 31일에 직접 찍은 사진들. 매년 새해 목표를 적어보곤 한다. 올해는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


12월 30일. 약속 없는 주말의 시작.
아침 10시쯤 일어나 씻지도 않고 뒹굴 거리고 있다가 대충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었다.
뭐하지...
다들 이런 날엔 어디서 누구랑 뭘 하는 걸까?
그저 평범한 금요일이 12월 30일이라는 날짜를 입었을 뿐인데 연인과 가족과..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 난 약속도 만날 사람도 없는 백조 28.9999살이다. 크흑.


밥을 먹고 뜨뜻한 담요를 온몸에 감아 지난 예능 프로 재방을 보기 시작했다. 머리는 더더욱 멍 해지고 시간도 의미없이 가는 것 같아 옷을 챙겨입고 영화관으로 나섰다.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이 많은 영화관 자리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영화를 관람했다. 2016년 28.9세가 선택한 영화는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라라랜드였다.

사람들의 평처럼 영화는 정말 멋지고 감동적이었다. 화려한 영상미와 음악도 그렇지만, 그때 그 시절 꿈꾸는 소년과 소녀가 만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며 행복하게 사랑했던 이야기라는 점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매순간이 좌절과 실망의 연속이지만 꿈 꾸기를 포기하지 않고 두 계절이 지나가도록 묵묵히 그 자리에서 노력하던 남녀가 그저 군중 속에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던 서로를 알아보며 함께 노래하기 시작한다. 각자의 꿈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하고 또 서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방법이 좋을지 밤새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둘은 함께였고 서로를 의지한다. 그리고 마침내 꿈을 이뤄낸다.

게다가 영화 속에선 마음을 콕콕 찌르는 대사들이 많았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그저 열정과 꿈만 가득했었으니 이젠 정신차리고 다른 걸 해야된다고 말하던 미아의 말이 내 고백처럼 들렸다. 약 3개월 뒤, 6개월 뒤 내가 하게 될지도 모르는 고백. 그래도 미아에겐 마지막 오디션을 전해 준 세바스찬이라도 있었지, 나는 뭐지. 아... 또 영화 주인공들에게 의문의 패배를 당한 것인가.
영화를 보다 다시 부러워졌다. 영화처럼 자꾸만 마주치는 두 사람. 호감을 갖게 되는 두 사람. 결국 서로를 알아보는 두 사람.



아, 히터는 빵빵한데 춥구나. 게다가 어째 영화 배경 장소는 전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던 곳이란 말이더냐.

하지만 영화는 영화같지 않게 끝난다. 여배우라는 꿈을 이룬 여주인공은 어느 재즈 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재즈 클럽의 간판이 자기가 세바스찬을 위해 디자인해 줬던 것과 똑같은 것을 발견한다.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남자는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고 여자는 그걸 바라본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꿈을 이룬 여자의 옆엔 세바스찬이 아닌 다른 남자가 있다.

지극히 현실 같으면서도 영화 같았던 마지막 클럽에서의 재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꿈으로 가득찼던 날 지지해 주고 응원해 줬던 사람,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렸던 내 마음과 생각을 소중히 해 줬던 사람,
비록 지금은 나와 함께하고 있지 않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도와준 사람.
그때, 거기 있어준 사람.

Someone in the crowd라는 노래가 영화 초반에 등장한다.
계절의 시작은 봄이 아닌 겨울이라던데, 그 둘이 겨울과 봄 내내 묵묵히 꿈을 간직하며 살아갔던 것처럼
나도 언제까지 이 자리를 지켜야할까
아니 언제까지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무엇보다 지키고 싶다는 내 자리는 어떤 모습일까
Someone in the crowd를 발견할 수는 있을까
누군가의 someone ine the crowd가 되어줄 수 있을까.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짓던 두 주인공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도 지금의 그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일단 내일부터 아홉수의 무게를 견뎌야하니까
생크림 가득한 커피나 한 잔 사 마셔야겠다. 총총.




*브런치에 올리는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에 주간 요즘이라는 카테고리에 함께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 혼자 시작한 포토 에세이 100편 쓰기에 도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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