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겠다, 프리랜서

프리랜서의 일상

by 정재이

정확히 7시 정각에 울려 대는 휴대폰 알람을 듣고 일어나 허겁지겁 씻은 뒤 적당히 단정한 옷을 챙겨 입으면 출근 준비가 끝난다. 서로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메이크업은 자동차 수납공간에 가져다 둔 도구로 해결하면 되고... 얼른 휴게실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시다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면 되겠지. 아, 물론 업무 시작 전 스마트폰을 이용해 최대로 딴짓을 많이 해두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엄지손가락으로 인스타그램을 훅훅 넘기다 보면 반드시 확인하게 되는 한 계정이 있는데, 바로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한다는 A의 사진과 동영상이다.


A랑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어쩌다 각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만난 A는 스스로를 프리랜서 번역가라고 소개했고 별다른 직장 없이 집에서 일한다고 했다. 최종 고객사가 유럽에 있는데 유럽 현지 시각에 맞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시간으로 늦은 평일 저녁부터 새벽까지 일을 하고, 종종 일감이 늘어나면 밤을 새우기 일쑤라는,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에겐 무척 신기하게 들려서 왜인지 부러움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신나게 늘어놓았다. 나는 일요일 저녁부터 출근할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는데 A는 월요병에 시달린 지 오래되었으며 일요일 새벽까지 침대에 누워 미드를 시청하거나 TV를 본다고 했다. 얼마를 버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적당히 먹고살고 있다고 말하는 모습도 뭔가 '있어 보였'다. 그날 이후 프리랜서라는 단어는 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A를 볼 때마다 프리랜서 하니까 진짜 좋지 않냐고 여러 번 물었다. 프리랜서가 정말 최고 같아서 진짜 부럽다고 말했다. 가끔은 사무실 모니터를 마주한 내 현실이 A의 것보다 한참 못한 것 같아 '좋아요' 버튼을 눌러주는 것도 힘에 부쳤고 업로드된 사진 한 장 보는 것도 꼴 보기 싫었다. 아 나도 너무 하고 싶다. 최고일 것 같다, 프리랜서는. 아니, 그도 그럴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마감을 맞춰야 한다느니 갑자기 일이 쏟아져 고생하게 됐다느니 하는 내용을 주야장천 올리는데, 자기 입장에서도 즐겁고 재밌으니 포스팅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배알이 꼴리기도 하고 솔직하게 부러워져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속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입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종종 길에서 마주친 A가 어두운 낯빛으로 인사와 안부를 전한 적이 있긴 했는데 외근 덕분에 잠깐 광합성하는 나와 편한 복장으로 노트북 들고 카페에서 나오는 A를 비교해보면, 어느 쪽이 행복지수가 높은지 뻔한 거 아니던가?


한 번은 A가 인스타그램에 왜 다들 프리랜서에 대해서 쉽게 판단하고 말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발끈한 어조로 포스팅을 올렸다. 혹시 날 저격한 건가 싶었다. 지나가다 보인 어두운 낯빛은 이 SNS 포스팅의 전조였던 걸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열 문장 쓰는 법> 8장에서 타인의 시선으로 글을 써 보라고 권했다. 한동안 '진짜 너무 좋지 않아, 프리랜서?'라는 말을 건넸던 B가 떠올라 그의 입장으로 글을 써 보니 앞뒤 사정이 이해가 갔다. 프리랜서는 호숫가를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란 말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물속 발길질을 절대 쉬어서는 안 된다는 그 말을 직접 해 보니 실감해서, 역시 뭐든 겪어 봐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을 가슴에 새기며 산다. B는 현재 프리랜서다. 본인이 원하는 형태로 프리랜서 일을 시작했고, 만족한다는 듯한 SNS 글을 올린다. 그리고 프리랜서가 된 이후, B는 단 한 번도 내게 프리랜서는 최고인 것 같다고 말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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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평소의 책상. 오른쪽은 여행 가서도 일을 해야 해 작업 공간으로 쓴 화장대. 저날 저녁 7시에 일정 마치고 새벽까지 일을 해서 면역력이 떨어졌었다.


*<열 문장 쓰는 법> - 김정선, 유유 출판사


일상에서 느낀 요즘의 생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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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의 일상 @yeonbly_i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