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일상
살아가며 별로 바랄 것은 없고,
그저 술 있고 오래 살았으면.
- 도연명 <독산해경>
프리랜서를 시작하면서 바랐던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적당히 벌고, 잘 살기. 프리랜서를 꿈꾸던 때에 읽던 책 제목이기도 했다. 그 책에는 좋아하는 일을 찾거나 자신의 적성을 살려 조금 더 즐겁고 자유로이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좋아하는 것이라도 일이 되는 순간 즐거움의 빈도가 낮아지기 쉬운데도 책 속에 나온 인물들에게는 그런 걱정이나 힘듦이 없어 보였다. 동경이란 콩깍지가 씐 상태에서 읽었기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간에, 조금이라도 즐겁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삶에 임하는 그들의 세심한 마음을 닮고 싶었다. 물론 한쪽에서는 회사 수입의 두 배를 벌면서 원하는 시간에만 일하는 허영적 일상을 꿈꾸기도 했다. 오히려 프리랜서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사회적 호기심과 편견을 받는 자가 되고 싶었다. 분명 적당히 벌어서 잘 '사는' 것을 하고 싶었는데, 많이 벌어서 '잘' 사는 것에 더 관심이 있었나 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그런들 어떠하리. 갈수록 '잘'이란 부사에 매달리기 시작하니 스스로를 괴롭히는 날이 많아졌고 매 달 찍히는 숫자를 근거로 직접 나 자신의 가치를 매기며 지냈지만,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지금을 한층 잠잠하게 항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산해경>에 나온 한 구절을 읽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잠시 허공으로 눈을 들어 요즘의 나는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본다. 순수한 초심으로 반짝였던 눈빛을 떠올려본다. 보란 듯이 잘 해내고 말겠다며 열정과 분냄으로 휘갈겨 적었던 일기장의 끄적거림을 어루만져 본다. 그리고 반대편 허공으로 눈을 돌려 회상해 본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니까 너희들은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고, 나의 첫 제자들에게 말했던 그때를.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를 걱정하고 내 삶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내가 그런 말을 내뱉을 자격이 되는 자인가를 생각하다 웃음이 난다. 이런 삶의 방식을 따라 살아 보겠다고 결심한 순간, 사회는 물론 스스로가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파도를 매일 같이 거슬러 헤엄치겠다고 결단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음을 그땐 미처 몰랐구나 싶어서. 그리고 뭐 그리 대단한 인물이 되고 싶어 지금을 끙끙 앓으며 심각하게 울상짓고 있나 싶어서.
살아가며 별로 바랄 것은 없고,
그저 오늘처럼 실없는 대화에 웃고 오래 살았으면.
번역으로 쌉싸래한 커피 한 모금 살 수 있는 쌈짓돈이나 꾸준히 벌 수 있었으면.
이야말로 적당히 잘 벌고 잘 사는 프리랜서의 삶의 표본이 아닐는지.
일상에서 느낀 요즘의 생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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