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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Nov 06. 2021

레깅스와 아저씨

- 기피와 경계의 대상

요즘은 계절에 상관없이 레깅스를 입은 여자들을 자주 보게 된다.


나는 정장 차림인 여자에게 호감이 간다. 이지적이고 우아하면서도 왠지 까도녀 같은 이미지가 끌리기 때문이다. 


레깅스는 상반된 패션이니 그것을 입은 여자들한테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Real! 길거리나 아파트 단지에서 레깅스를 입은 여자와 마주치면 눈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여버린다. 상대를 쳐다보고 싶지 않을뿐더러 괜히 오해받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런 여자들이 꽤 많다. 레깅스를 입고 있으면, 남자들이 자신을 훔쳐볼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들..... 그래서 주위에 남자, 특히 아저씨가 있으면 괜히 쌜죽거리는 젊은 여자들.....


엘리베이터라도 같이 타게 되면, 자기 몸매를 힐끔힐끔 쳐다보거나 도촬이라도 할까 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젊은 여자도 종종 있다. 


그럴까 봐 나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 바짝 서서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숙여버린다. '당신한테 아무 감정, 아무 관심도 없거든'이라는 시그널이다. 어쩌면 오히려 내가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들이 무조건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매력 없는 젊은 여자보다 차라리 나이가 많더라도 슈퍼모델 출신 이소라와 배우 김성령 같은 중년 여자를 더 좋아한다. 


그런 줄도 모르고,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자들이 모든 아저씨를 음흉한 남자, 변태 취급하는 경우가 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반바지에 양말까지 신은 채 샌들을 신은 아저씨 패션... 그것을 싫어하는 여자들이 많듯이 레깅스를 입고 돌아다니는 것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저씨들도 꽤 많다. 


그들이 못마땅해서 째려보는 것인 줄도 모른 채 레깅스를 입은 젊은 여자들이 자기 몸매를 훔쳐보는 걸로 알고 불쾌해하니 B급 시트콤이자 개그다. 




물론, 레깅스를 입은 여자들을 보면 대놓고 수컷 본능을 드러내는 아저씨가 많다. 그들을 볼 때면 오히려 내가 나서서 "그만 좀 보시라"며 따지고 싶어 진다. 


그들 때문에 나 역시 도매금으로 음흉한 아저씨 취급을 받는 게 싫으니... 어느새 중년이 된 것도 서러운데, 젊은 여자들한테 기피와 경계의 대상인 개저씨가 되는 것은 더욱더 싫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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