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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Nov 07. 2021

아내 몰래 만난 여자들

- 미팅과 소개팅보다 심쿵한 부킹 

"헬스클럽은 몸의 근육을 키워주고, 나이트클럽은 감성의 근육을 키워준다"



미팅, 소개팅과 부킹은 비슷한 듯하면서 다르다. 미팅과 소개팅은 미리 상대의 신상을 어느 정도 알고 난 후에 만남이 이루어지지만 부킹은 별다른 데이터조차 없다. 그래서 더 긴장되고, 설레고, 신선한 느낌이 든다.


웨이터가 지맘대로 이성을 데려오는 경우가 있고, 고객의 요구에 맞춰서 모셔올 때도 있다. 


처음에는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상대가 어느 정도 경계를 푼다. 하지만 계속 예의만 지키면 상대가 지루해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들은 면접관이 아니다. 그들도 즐기러 온 것이기에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면서 재미있게 해줘야 한다. 어느새 이 말이 '고전 유행어'가 됐지만, 뻐꾸기를 제대로 날려야 되는 것이다.




상대가 웃으면서 말을 받아주면, 그때부터 분위기가 달짝지근해진다. 확실히 아내와 대화하는 것과 다르다.


아내와는 주로 진지한 얘기를 하느라 웃을 일이 거의 없다. 돈 얘기처럼 심각한 대화를 나눌 때는 서로 목소리가 높아지고, 둘 중에 한 명은 집에서 퇴장한다.


어린 딸도 나와 대화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나이트클럽에서는 낯선 이성이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니 '귀인'처럼 보인다.   


상대가 편안한 여자 동창이나 여사친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귀여운 여자 후배처럼 보일 때도 있다.


서로 말이 너무 잘 통해 전화번호를 주고받은 후, 따로 만난 여자도 있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 눈에 띌까 봐 심장이 쫄깃해지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 긴장감조차 그립다.




마지막으로 나이트클럽을 간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이트클럽의 쿵쾅거리는 음악처럼 이 심장도 다시 쿵쾅쿵쾅 뛸 수 있을지..... 사이키와 미라볼 조명처럼 이 삶도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날 날이 올지..... 그때가 그립다.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 누군가를 만나 마음이 설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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