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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Nov 09. 2021

인생이 종합 격투기

- 낭만 인생

종합 격투기 MMA 경기를 아예 안 본다. 의식을 잃은 채 링에 누워있는데도 상대 선수가 위에 올라타서 무자비하게 주먹으로 얼굴을 내려칠 때, 마치 TKO 당한 선수가 나 자신처럼 느껴진다.


이 세상과 누군가에게 TKO 당한 적이 있다. 종합 전적이 승보다 패가 훨씬 많다. 상대를 향해 공격이나 제대로 해봤는지 기억조차 나지를 않는다.


나만 그럴까. 누군가와의 경쟁에서 패해 쓰러졌을 때, 상대가 확인 사살이라도 하듯 주먹으로 내려치고, 발로 짓밟아서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그 상황을 즐기듯 상대가 얼굴에 미소까지 뗘서 더 비참한 심정이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인생이 한 편의 영화와 같다면, 누군가의 삶은 로맨스, 멜로처럼 아름답고, 누군가의 삶은 코믹처럼 밝다. 나의 삶은 어떤 장르일까. 나의 삶이 스릴러, 호러처럼 섬뜩하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일까.




방송 작가의 경우, 봄 개편 때 실직자가 되는 것과 가을 개편 때 실직자가 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봄 개편 때 실직자가 되면, 화창한 봄 날씨 덕분에 '새로 일할 곳을 찾아보면 되지'라는 희망이 생긴다.


하지만 가을 개편 때 실직자가 되면, 을씨년스러운 날씨 때문에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움츠러든다. 희망보다 절망이 먼저 다가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2021년 11월 8일, 갑자기 계절이 하루 만에 가을에서 겨울로 변했다. 세찬 비바람에 낙엽과 은행잎들이 힘없이 우수수 떨어졌다.


비에 젖은 채 길바닥에 지저분하게 쌓인 낙엽과 은행잎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 역시 길바닥에 쌓인 낙엽 같고, 은행잎 같다.


그동안 딸이 한 달 정도 ‘수시’로 여러 대학 입시를 치렀다. 이번 주부터 합격자 발표가 시작된다. 딸은 나처럼 비에 젖어 길가에 쌓인 낙엽과 은행잎이 된 것 같은 심정을 느끼지 않기를 간절히 빌뿐.....




- "종합 격투기 선수처럼 입에 마우스피스를 끼운다. 이제 비에 젖은 낙엽과 은행잎처럼 빗자루로 쓸어도, 쓸어도 쓸리지 않는 존재가 되려고 한다. 낭만 인생이 될 것이냐, 악몽 인생이 될 것이냐는 스스로 연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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