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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Nov 10. 2021

활어처럼 팔딱팔딱

- 감성 불빛

백열등 불빛은 황도 복숭아 속살 같고, 달빛 같다. 그 아늑한 불빛이 넘실대는 전통 시장에 가면, 감성이 활어처럼 팔딱거린다.     


백열등 불빛이 은은하게 번지는 시장 안의 과일 가게 풍경은 왠지 모를 그리움과 그윽함을 자아낸다.     


가게 앞에 수북이 쌓인 단감과 감귤은 백열등 불빛을 머금어 빛깔이 곱고, 탐스럽다. 상인의 손짓이 아니라, 그 불빛이 나를 붙잡아 세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어묵이며 호떡을 파는 노점 안에도 아늑한 백열등 불빛이 가득하다.     


정겨움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 짭조름하고, 뜨끈뜨끈한 어묵 국물을 마시면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그 국물이 커피 전문점에서 마시는 카페 라테 못지않은 운치를 자아낸다.    


백열등 불빛이 고단한 일상에 지친 상인의 몸을 품어 안고 다독여준다. 길게 드리워진 내 그림자도 품어 안는다.




“백열등 불빛처럼 아늑하고, 그윽한 사람이 있다”         


비록, 자주 못 만나지만 그는 볼 때마다 정겹다. 술잔을 비우다 보면 그에게서 아늑함이 느껴진다.


그는 시름이 없을까. 그도 삶의 무게로 어깨가 무거울 텐데, 나의 한숨과 불평에 귀를 기울여주며 백열등 불빛처럼 따뜻하게 감싸준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백열등처럼 아늑하고, 그윽한 불빛을 머금고 있을 듯하다.


그에게 나는 어떤 불빛일까. 가족과 다른 사람은 나를 어떤 불빛처럼 느낄까.          


"반딧불 같지"


아내가 그랬다. 밝지도 않고, 그저 희미한... 아내가 피식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지만, 뼈 있는 말처럼 들린다. 최소한 어둠을 밝히는 플래시 불빛이라도 돼야 할 텐데...     




내 마음속에도 백열등 하나를 걸어두고 싶다.



- "백열등은 공간만을 밝히는 전기적 조명이 아니라, 일상에 지친 우리 마음을 보듬어주는 감성적 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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