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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Dec 24. 2021

생애 최고의 크리스마스

- 몸은 늙어도 기억은 늙지 않는다.

20대 청년이었을 때는 '크리스마스'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설렜다.


길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캐럴을 듣기만 해도 크리스마스 기분이 나고, 감성이 자극됐다.


그러다가 군에 입대했는데, 전혀 기대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졌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자 고참들이 산에서 나무를 베어와 트리를 만들었다.


꼬마전구와 금박지, 은박지로 내무반 안도 그럴듯하게 꾸몄다.


산타클로스가 주고 간 선물은 아니었지만, 과자와 사탕이 들어있는 종합 선물 세트도 크리스마스 특별 부식으로 받았다.


중고등학생들이 보낸 위문편지를 읽으면서 과자와 사탕을 먹을 때, 그곳은 군대가 아닌 리조트였다.




부대 안이 온통 어둠에 잠기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다.


크리스마스트리를 감싼 꼬마전구가 반짝거리고, 그 은은한 불빛이 내무반 곳곳에 매달린 커다란 양말과 눈사람 장식을 비추면, 고급 별장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크리스마스 기분이 안 난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어 먹고, 와인을 마셔도 군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냈을 때처럼 마음이 들뜨고, 설레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 기억이 역주행을 하고, 추억이 소환되듯 군 생활을 했던 그때가 자꾸만 그리워진다.


이 몸은 늙어가도 기억만은 늙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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