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그 사람 어때?
나 복권 같은 사람이에요.
선배 기대감을 갖게 해줘?
나 아뇨. 매번 날 실망시켜요.
15년이 넘게 거의 매주 2, 3만원어치씩 복권을 샀다. 복권을 산 뒤 당첨에 대한 희망을 품고 지내다가 번호를 맞춰보면 늘 한숨만 나왔다. 그 돈으로 차를 한 대는 뽑았을 텐데...
복권은 교활한 사람을 닮았다. ‘이제 그만 사자’고 결심하면 4등에 당첨이 된다. 그 타이밍이 절묘하다. 마음이 흔들려서 다시 복권을 사고 부질없는 희망을 품는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내가 단순한 인간이다.
복권을 닮은 사람이 있다. 매번 나를 실망시키는 사람! 그가 못되게 굴어서 멀리했는데. 어느 날부터 나에게 정성을 다해준다. 낚이지 않으려고 경계했건만 서서히 판단이 흐려진다. 이성이 흔들리니 감성도 무너진다. 강산은 바뀌어도 사람 본성은 안 바뀐다. 얼마나 또 된통 당하려고 모질지를 못할까. 그가 언제 본색을 드러낼지 몰라서 초조하고 불안하다. 이것 역시 누구를 탓할 수가 없다. 내가 단순한 인간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나?' 그가 본색을 드러낼 때가 한참 지났는데 여전히 정성을 다해준다. 무언가 빼먹을 건더기라도 있다면야 그가 진득하게 ‘물밑 작업’을 벌인다고 여길 텐데, 나는 그런 축에도 못 끼는 사람이다. 그럼, 대체 뭘까?
큰 병을 앓고 나더니 본성이 바뀌었나? 그는 변함이 없다. 복권이 나를 매번 실망시켜도 사람은 다르기를... 그가 끝까지 나를 실망시키지 않으면, 1, 2등은 아니어도 최소한 복권 3등에 당첨된 것처럼 기쁘고, 그만한 가치와 의미도 있을 듯하다.
- 복권에 대한 희망은 아득하지만 사람에 대한 기대는 그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