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읽어 봤어?
후배 아직요. 요즘 바빠서요.
나 아, 그래? 바쁜데 부담 줘서 미안해.
후배 나중에 읽어보고 얘기해 줄게요.
정성 들여 쓴 글을 종종 주위 사람들에게 전해주면서 평가를 부탁한다. 바쁜데도 짬을 내서 꼼꼼히 읽어보고 진지하게 조언해주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에 대한 기대가 없어서인지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 서운하다거나 자존심이 상하기보다는 서글퍼진다. 내가 능력이 부족하고, 제대로 노력도 안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책감이 든다. 자책이 자학이 되면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 흉물스럽게 보인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 친한 사람에게 상처를 더 받는다. 그들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차갑게 식혀도 가슴은 뜨거워진다. 그 달아오른 감성이 가슴 속에서 용암을 분출시킨다. 그나마 이제 나잇값을 하는지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면서 힘을 내자고 다독인다. 가슴 속 통증이 ‘성장통’이라고 여기며...
친한 선배가 전화를 했다. 그가 머쓱해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두 달 전에 그가 글을 보내주면서 한번 읽어보고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깜박하고 잊어버렸다.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 되는데 너무 미안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가 않았다. 내 안에만 갇혀 있었다. 나만 힘들고 아픈 걸로 착각했다. 그래서 상처가 아물지 않았나보다.
- 새도 알을 깨고 나오는데, 나는 여전히 틀 안에 갇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