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안 갔다. 바쁘다는 건 당연히 핑계였다. 조의금도 안 보냈다. 깜빡한 게 아니라, 일부러 안 보냈다. 몇 년 동안 연락이 끊기긴 했지만, 한때는 친하게 지냈는데... 그가 나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은 걸 굳이 핑곗거리로 삼으면서 나 자신을 스스로 다독거렸다. 어머니 영정 앞에 멀거니 앉아있을 후배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슬픔이 안쓰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 감정이 일지 않았다.
“통장이 비어갈수록 감성은 굳어진다”
모바일 청첩장이 왔다. 결혼 날짜를 확인하기도 전에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먼저 생각했다. ‘굳이 안 가도 될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자 마음이 편했다.
일거리가 줄고, 벌이가 시원찮아지면 밖에 나가는 게 꺼려진다. 조의금이나 축의금을 내야 될 곳이라면, 그곳에 안 갈 핑계부터 떠올린다. 그들을 위로해주고,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얼마든지 갈 텐데, 통장이 비어버리면 감성이 굳어버린다.
그분이 돌아가셨다. 얼마 전까지 나와 모바일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갑자기 사고로 돌아가셨다. 장례가 모두 끝난 뒤에야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지 않았을까? 지방이어도 기꺼이 갔을 텐데... 허탈하고, 마음이 아렸다. 갑작스러운 죽음처럼 갑작스러운 감성! 그 감성이 낯설게 느껴졌다.
- 먹고살만해지면 감성이 다시 꿈틀댈까. 그때는 일에 치이고, 지쳐서 감성이 메말라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