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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Oct 20. 2021

눈치 없는 식욕

- 어쩌다 삼겹살

"저녁에 삼겹살이나 구워 먹을까?"


참 이상하다. 일이 없어서 백수 생활을 할 때는 식욕이 엄청 왕성해진다.


고기, 회, 짜장, 피자, 김치전 등등 등등 다 먹고 싶어 진다. 평소에 안 하던 군것질까지 한다. 


"그냥 밥 먹어"


예상대로 아내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돈 나올 곳이 없다 보니 아내는 밤잠을 계속 설쳤다. 


인간인지라 남편의 무능력에 화가 날만도 했다.


  <수면제를 먹어도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있다>



꾹 참으려고 했다. 그런데, 식욕을 억누르니 오히려 더 솟구쳤다.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술까지 땡겼다. 


역시 의지 결핍.....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마트에서 햄과 캔 맥주를 사 왔다. 


햄을 구워서 캔 맥주와 함께 먹는데, 맛이 예술이었다. 독일 정통 수제 햄이 부럽지 않았다. 캔이 점점 가벼워지는 게 아쉬울 만큼 맥주도 입 안에 착착 달라붙었다. 


맥주 거품은 휘핑크림처럼 부드럽고, 감칠맛이 났다.  


<정말! 눈칫밥이 더 맛있다>



그 순간, 햄과 캔 맥주는 평범한 음식이나 술이 아니었다. 무기력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감성 영양제'이었다. 


감성은 단순히 ‘느낌’이나 ‘기분’이 아니다. 지치고, 시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마음 근력’이자 의욕을 키워주는 ‘욕망 근육’이다. 


                <욕망 근육에 쑤시고, 결리는 근육통은 없다>



백수 생활을 할 때 식욕이 왕성해지는 것은 '잘 먹고 힘내서 다시 일을 시작해 보라'는 몸의 자상한 격려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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