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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어 Oct 23. 2021

불합격이 되길 빌었다

- 철들지 않는 부모도 있다

“왜 무용을 시켰어?”    


지금도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질문이라기보다 추궁이다.     


돈도 많이 못 벌고, 언제 백수가 될지도 모르는 주제에 무슨 생각으로 딸한테 예체능을 시키느냐는 타박이다.     

그러게. 왜 시켰을까.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딸이 무용을 시작했다. 그때는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았다.


얼마 정도 지나면 딸이 싫증을 내고 그만둘 줄 알았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무척 즐거워했다.     


그러다 어느새 6학년이 됐다. 예중에 갈지, 말지를 결정해야 될 상황이 됐다. 




“미쳤구나. 안 돼!”     


아내가 딸을 예중에 보낸다고 했을 때, 내가 반대했다.    


“내가 사업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공무원처럼 직업이 안정된 것도 아니고! 언제 일이 끊길지도 모르잖아!”     


“자식이 많은 것도 아니고, 딸랑 딸 하나 있는데, 부모가 그것도 못해줘?”    


서로 생각이 달라서 며칠 동안 말다툼을 했다.     


“일단 시험은 보게 할 거야. 떨어지면 어쩔 수 없고 붙으면, 그때 가서 고민한 다음에 결정해”    


결국 아내의 말에 따르게 됐다.     


철이 든다는 건 쇳덩어리처럼 무거운 삶의 의무와 책임을 날마다 어깨에 얹고 사는 것이다. 쇠처럼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고 모두 철드는 게 아니듯 철들지 않는 부모도 있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면서 딸이 떨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합격이었다.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모녀와 달리 나는 마음이 착잡했다. 늪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래! 내가 일을 더 많이 하면 되지. 까짓 거, 돈을 더 벌면 되잖아”     


그날부터 일상이 달라졌다. 친구들을 만나지 않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일거리를 찾았다.     


이런저런 계획과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도전했지만................         



“늘 그렇듯 희망만 나의 몫일뿐, 행복은 나의 몫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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