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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 and 쑥 Oct 30. 2017

관광을 가장한 1군 탐색(1)

#프랜차이즈 쌀국수집 #유료 물티슈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

     

콩 카페에서 땀은 식혔지만 오토바이와 함께 벤탄 마켓까지 걸어오느라 끼니를 놓쳤다. 벤탄 거리를 스캔하며 들어가자마자 ‘아 시원해’라는 말이 나올 에어컨 나오는 집을 찾았다. 시장 인근에 위치한 한국에도 있을 법한 깔끔해 보이는 프랜차이즈 스타일의 쌀국수 집을 선택해 들어갔다. 메뉴판에 나온 사진을 보고 아는 메뉴인 분짜와 기본 쌀국수를 시켰다. 땀에 절어 있는 손을 서빙된 도톰한 물티슈로 닦고 먼저 나온 음료를 맛보려는데 쑥이 시킨 요구르트의 스푼이 너무 크다. 작은 스푼을 갖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메인 메뉴가 나와도 하 세월이다. ‘못 들은 거 아닐 텐데 왜 안 주지?’ 하며 옆 테이블을 보는데, 아직 치우지 못한 식사 테이블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테이블 손님이 일어선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아직도 테이블이 그대로라니,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겐 무시하기 쉽지 않다. 한쪽 테이블을 정리하는 도중 다른 테이블을 정리하니, 그 직원만의 노하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눈에는 비효율적으로 보일뿐이다. 한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언니를 떠올리며 ‘그 사장님이 봤으면 엄청 혼냈겠다’ 싶으면서도, 이런 것에 답답해하는 우리도 한국 사람인지라 배우고 익힌 게 어디 가지 않나 보다.


분짜와 왕숟가락 디저트_점심식사


영수증을 받았다. 메뉴 2개, 음료 2개 총 162,000동(약 8천 원)이 나왔다. 그런데 시키지 않은 메뉴가 적혀있다. 사전으로 검색해보니 물티슈다. 개당 한화 200원 정도이긴 한데. 이미 물티슈가 가방에 있는데 당연히 무료일 거라 생각한 도톰하고 질 좋은 물티슈는 유료였던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도 유료 물티슈에 자주 당했는데 여기가 동남아라는 사실을 그새 까먹었나 보다. 그 이후로 우리는 물티슈를 뜯지 않았다.



#벤탄 마켓부터 시작



걸어서 둘러 본 1군 주요관광지


#벤탄시장 #탁월한 쇼핑 #스포츠 샌들 #여행 내내 베프


     


배도 채웠으니 이제 진짜 진짜 관광을 하자. 우리의 호찌민 관광지 투어는 벤탄시장(Ben Thanh Market)부터 시작했다. 벤탄시장은 서울 남대문시장과 비슷한 느낌이다. 17세기 초 사이공강 근처에서 길거리 상인들이 모여서 물건을 팔기 시작한 것이 벤탄시장의 기원인데, 1859년 프랑스의 쟈딘 성 공격 시 소실되었다가 1914년에 프랑스인들이 현재와 같은 벤탄시장을 준공했다고 한다.


참조: 위키백과


벤탄시장내부(by 신유)


밖에서 본 벤탄시장은 면적만 넓은 단층 건물 같지만 안에 들어서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박공지붕 천정은 아케이드 역할을 해, 빽빽한 점포들로 복잡한 내부에 개방감을 준다. 점포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다 보면 식품에서부터 옷, 소품, 짝퉁 명품, 귀금속까지 다양한 종류의 가게들을 만날 수 있다. 품목별로 구역이 나뉘어 있는 듯했지만, 워낙 넓고 복잡해서 처음 가본 우리가 파악할 수 없었다. 가게를 지나갈 때마다 상인들이 동북아 3 국어-중국어, 일본어, 또는 한국어로 우리에게 호객행위를 해댄다.  


벤탄시장은 블로그에 짝퉁시장이라고 소개되어서 짝퉁 명품들만 판매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상품들이 엄청 다양했다. 라탄 소품들은 정말로 사고 싶었는데 , 나짱에서도 팔 거니까 벌써부터 사면 짐 되겠다 싶어서 지나쳤다. 이 부분은 나중에 크게 후회할 지점이다.  






신유     


'베트남에서 꼭 사 와야 할 물건 11’ 이런 포스팅이 여행 이후에야 눈에 들어왔고, 쇼핑리스트는 아무것도 검색하지 않았다. 유명한 G7 커피는 이마트에도 파니 살 필요가 없고, 메이드 인 베트남에서 생산된 옷은 이미 몇 개 가지고 있으니까. 관광지에서 파는 예쁜 소품이랑 편한 신발을 사야겠다 생각했다.      


1층의 높은 천장에 음식, 소품, 신발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한국어보다는 주로 일본어로 우리를 불렀다. 자개로 만들 티코스터와 티스푼이 맘에 들었다. 한국에서 신고 간 샌들보다 현지에서 편한 스포츠 샌들을 하나 사서 신어야지. 깎는 걸 잘 못하는 나는 절반을 딱 잘라 가격을 부르기가 어렵다. 그냥 정찰제이면 좋겠는데, ‘저는 그렇게 부자 사람이 아니에요. 저는 여비 탈탈 털어온 여행자거든요’라고 말하고 싶다.


커플룩 같았던 쑥과 신유 신발

세 번째 신발가게에서 맘에 드는 스포츠 샌들을 신어보겠다고 하니 작은 목욕탕 의자를 건네며 앉으라고 한다. 옆에 있는 쑥도 앉으라며 다른 직원의 의자를 준다. 부채질도 해준다. 스멀스멀 불안한데... 호갱 되는 건가? 처음에 고른 신발은 사이즈가 맞지 않아 평소에 선택하지 않을 보라색 스트랩인 발가락 끼는 샌들을 권한다. 난 발가락 끼는 신발 불편해서 싫은데... 신어보니 스트랩이 부드러워 새 신발인데도 아프지 않고 너무 편하다. 원래 가격이 얼마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400,000동, 한화로 2만 원에 구입했다. 인터넷에 세일하는 teva샌들과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그리 싼 거 같지는 않았지만 예쁘고 편하니까. 한국돈으로 오원만 넘어가면 자동적으로 한국에서 인터넷 구매하는 거랑 비교하게 된다. 우산을 챙겨가지 않아 꼭 필요해서 구입한 ‘미소’ 매장에서도 우산 가격을 계산하고 있다니. 위메프여 나에게 구매의 자유를 허하라!



#1일 1몰(mall)


여행지에서 뚜벅이는 익숙한데 너무 덥다. 태국이나 싱가포르처럼 건물 안에만 들어가면 시원한 동남아시아가 아니다. 카페를 가서 쉬고 싶은데 카페가 노천과 다름없다. 유리로 덮여서 에어컨 나오는 카페에 가고 싶다고요. 깨끗한 화장실도 가고 좀 쉬고 싶다면 쇼핑몰로 향한다. 들어간 순간 적당한 습도와 쾌적한 공기가 오감을 열며 나를 맞이한다. 화장실도 가고 더러워진 손수건도 빨고, 별 소용은 없지만 선크림과 립밤도 바른다. 빨갛게 익은 얼굴도 식히고 지하 음식코너에 들어온 매장들도 구경한다. 와이파이도 열어주시고 감사합니다.   

   

로컬 문화를 체험하고 싶지만 덥고 불편하면 나에게 익숙했던 방식대로 잠시 대피하고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 베트남 로컬 커피점인 콩 카페를 찾아갔지만 스타벅스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너무 마시고 싶었다. 벤탄 마켓에서 쇼핑을 했지만 ‘호갱님이 되지 않을 거야’라는 경계를 풀지 못하고 쇼핑몰에 와서야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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