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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연 Jan 10. 2023

데이터로 보는 한국의 민주주의 1

제20대 대선. 여전히 인물보고 뽑았다.

지난 2022년 4월, 대선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1,0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2019년까지 약 10여 년 간의 미국 교수생활을 접고 한국에 와서 처음 접해보는 전국단위 서베이 데이터라 나에게는 나름 큰 의미가 있었다.


우리의 연구 관심사는 유권자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또 그에 있어 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크게 작용했는지 등이었다. 따라서 설문에서 응답자들이 윤석열과 이재명 중 누구를 지지했는지, 또 그러한 결정을 내릴 때 어떤 이슈를 가장 크게 고려하였는지 물었다. 또 대선 공약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각 후보의 공약 중 6개씩을 추려 총 12개의 공약을 무작위로 제시하고 각각의 공약이 누구의 것인지 맞춰보도록 하였다.


우선 응답자들이 가장 크게 고려하였다는 이슈들을 취합하고, 각 이슈가 언급된 횟수를 세었다. 그리고 해당 이슈들이 언론에 얼마나 회자되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이를 키워드로 포함한 언론사 기사들을 검색해 역시 그 수를 세었다. 결과로 얻은 두 변인 간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산점도를 작성하였다.

추세선(붉은 점선)을 보면 둘 사이에 약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언론사에서 자주 보도되는 이슈일수록 유권자들이 투표 시 반영할 확률이 높아지기는 하나, 그 관계의 세기가 약하다는 뜻이다. 만약 둘 간의 상관관계가 세다면, 각각의 점들이 추세선 근처에 더 가까이 몰려있었을 것이다. 통계치인 R-squared 값이 0.10으로 나왔는데, 이는 해당 이슈가 언론에 얼마나 자주 등장했는지를 알면, 이를 몰랐을 때에 비해, 투표 시 그 이슈의 중요도를 10%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차트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자. 푸른 점선 두 개를 기준으로 1 사분면은 응답자들 사이에서 투표 시 크게 고려되기도 하고 또 언론사 보도에도 많이 나타난 이슈들이다. ‘공약’, ‘경제’, ‘정당’, ‘정권교체’가 눈에 띈다. 2 사분면은 응답자들의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상대적으로 미디어에서는 많이 회자되지 않은 이슈들이다. ‘정직’, ‘능력’, ‘판단력’, ‘청렴’, ‘인성’, ‘결단력’, ‘추진력’ 등 후보자의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품성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공정’과 ‘부동산’도 보인다. 3 사분면은 유권자와 미디어 모두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보였던 이슈들이다. ‘행정능력’, ‘신뢰’, ‘이념’, ‘진정성’, ‘전과’, ‘비호감’, ‘안보’, ‘이념’ 등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4 사분면은 언론사에서는 관심을 갖고 보도했지만 유권자 사이에서는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키워드들이다. ‘토론’, ‘정당’, ‘통합’, ‘개혁’, ‘코로나’ 등이 상대적으로 자주 보도에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요약하자면, 공식 선거기간 동안 대중매체에서는 대선 토론 결과, 지지 정당의 이념이나 정강정책, 사회 통합과 개혁 의지 등 후보자 개인을 벗어나 큰 틀에서 선거를 조명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반면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공약보다 인물을 위주로 투표하는 경향이 전반적으로 두드러진다. 그것이 인성이든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이든 초점은 사람에 맞춰져 있다.


미디어와 대중이 유일하게 의견일치를 본 것은 공약과 경제의 중요성이다. 그럼 우리 유권자들은 정작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자의 공약을 제대로 알고 투표에 임했을까. 윤석열과 이재명 지지자 간 투심에 있어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궁극적으로, 인물에 기반해 표를 던지는 정치적 행위의 함의는 무엇일까. 다음 주 “데이터로 보는 한국의 민주주의 2”에서 더 얘기해 보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데이터로 세상을 봅니다

dataRactive Lab

김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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