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000 돌파를 기념하여 몇 자 적어봄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평소 느낀 점을 주관적으로 쓴 글이니, 손현보 목사와 손잡고 여의도에 모이실 분들께서는 여기서 back 버튼을 누르시길)
특별한 정치 성향이 없는 기업인일지라도, 유능한 정치인에게는 유독 끌리기 마련이다. 해결점이 안 보이는 문제에 매일 봉착하는 기업가로서는 불가능해 보이는 벽을 해머로 부숴버리는 정치인을 보면 묘한 대리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안 다녔다는 소년공 이재명. 사시 패스 후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다 정치에 입문했다는 정도의 정보가 나에겐 전부였다. 겉만 보면 깐족거리는 것 같은 말투와 표정, 각종 고소 고발로 인생이 재판 중인 이재명. 그에게 호감을 갖기에는 상당한 벽이 존재했다.
그런 이재명을 눈여겨보게 된 것은 밤새 폭설이 내린 어느 날이었다. 용인에서 강남으로 차로 출근하던 나는 쌓인 눈이 슬러시가 되는 것을 보며 기어갔다. 그러다 분당에 들어서자 모세의 기적이 펼쳐졌다. 아스팔트가 검은 속살을 드러냈다. 여긴 눈이 안 내렸나? 분당을 지나 다시 송파로 접어들자 길 위 눈은 앞서 간 차들로 인해 누룽지처럼 눌어붙어 미끄러웠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재명이 성남시장이라는 거다. 와우! 기업을 하는 입장에서 조직장악력의 롤 모델을 본 것 같은 느낌이랄까?
두 번째 경험은 내 제3의 고향 포천 계곡에서. 어린 시절 나는 방학 때 백운계곡에서 살다시피 했다. 군인 아버지 따라 초딩 때는 강원도 정선 동강계곡(제1의 고향), 충청도 살 때에는 화양계곡(제2의 고향), 계곡은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가정을 꾸린 후에는 딸아이를 데리고 추억의 백운계곡을 종종 가곤 했다. 그런데 아내는 갈 때마다 늘 불안해했다. 매번 명당을 차지하고 자릿세를 받는 백숙집 가게 주인들과 싸우지 않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계곡이 당신 거야? 뭔데 나가라 말라 그래! 여기 군청에 신고한다!" 그러면 피식 웃으며 쓰레빠를 끌고 나온 조폭같이 생긴 가게 주인은 "맘대로 해봐!"라며 손에 들린 플라스틱 의자를 위협하듯 흔들어 댄다. 어차피 군청과 다 한통속이거나 최악의 경우 벌금 좀 내면 되기 때문이다.
어느 여름, 가족을 데리고 또 백운계곡을 찾았다. 늘 그렇듯 백숙집 주인과 한 판 뜰 각오가 필요한 피서였다. 아니 근데 이게 웬일인가? 계곡이 워터파크 마냥 깔끔히 정비되어 있었다. 수십 년 간 상인들이 장악했던 계곡을 자유롭게 들어가 물놀이를 할 수 있었다. 골때린 플래카드까지 걸려 있었다. "우리는 이재명 도지사님을 간절히 원합니다 (백운계곡 상인 일동)". WTF? 나중에 알고 보니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받고 모가지가 날아갈 판이었던 이재명 도지사를 상인들이 지지하고 나섰던 것이었다. 조커가 배트맨 팬클럽 회장이 되다니.
코스피 5000 공약을 내세웠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7개월 만에 공약을 달성했다. 상법 개정과 주가조작 패가망신 스트레터지(프로젝트명: 도이치모터스 거니 깜빵)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제거함과 동시에, 때마침 전 세계적으로 불어온 반도체와 피지컬 AI 투자 붐을 타고 삼성, 하이닉스, 현대차가 삼끌이를 해 주면서 5000을 뚫어버렸다. 재용, 태원, 의선이 형 수고했어. 내가 재벌을 칭찬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어쨌든, 코스피가 5000 가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비아냥대던 여러 정치인들이 손바닥에 끓는 간장을 부어 손장게장을 담가야 할 판이다. 나는 임기 내에는 가능하다고 봤지만, 7개월 만에 이걸 달성하는 걸 보고 거래소 직원들과 함께 "이재명을 원합니다" 플래카드를 여의도에 걸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이젠 부동산을 잡겠다고 연일 SNS 포스팅 중인 잼통. "부동산 잡는 건 계곡정비와 코스피 5000보다 쉽다"라고 장담하며 정부에 개기면 죽는다를 선포하고 나섰다. 이재명식 FAFO다. 하루에 여러 번 포스팅으로 전 국민 면전에 FAFO를 외치는 것에 약간의 거부감이 들지만, 이왕 뽑은 칼 이혜훈이 갖고 있는 원펜타스부터 반으로 싹둑 잘라 버리길 응원한다. 한정 자원인 부동산은 주식처럼 발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라가 나서서 조질 때에는 조져야 한다. 뉴욕이나 뉴저지처럼 실거래가에 실효세율 1%만 매겨도 잡힌다. 50억 강남 아파트 매년 5,000만 원씩. 미국 좋아하니 미국식으로 하면 될 것이다.
한정된 토지와 그 위에 세운 콘크리트 덩어리에 돈을 시멘트로 처발라 굳히면 아무런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전 세계에서 전체 자산의 75%를 엉덩이에 깔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나라가 안 망하고 있는 건 우리나라 청년들이 착해서다. 20~30대는 지금 폭동을 일으켜야 정상이다.
계곡 정비, 5000피, 그리고 부동산 문제.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은 너무 오래 묵어 된장을 넘어 청국장이 돼버린 푸른곰팡이라는 점이다. 벼룩을 덮은 유리병 같다. 이 세 가지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체념과 무기력이다. 절대 뚫리지 않는 유리병 천장에 수십 년 간 부딪혀 딱 거기까지만 노력하고 숙명으로 받아들인 우리들이다.
30~40년 동안 권리금을 주고받으며 이어온 계곡 상권을 누가 건드린다는 말인가?
코스피가 1000에서 2000 가는 데 18년 걸렸고, 2000에서 3000 가는 데 12년 걸렸다. 합치면 2000 올리는 데 30년 걸렸는데 5000이 말이 되냐... - 진중권 -
부동산? 부동산은 예수 재림해야 잡혀 - OOO 목사 -
그런데 말이다. 이 벼룩 실험은 실제 실행한 적이 없는 우화적 비유일 뿐이다. 실제로 유리병을 치우면 벼룩은 생존 본능으로 더 높이 뛴다. 우린 벼룩보다 못한 존재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면서, 당사자들과 토론하고, 솔루션을 찾아내 Get things done 하는 능력은 모든 사람이 배워야 할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 아닌가? 우리 회사 핵심 가치 중 하나인 '이룰 성(成/Result)'이 추구하는 가치다.
이쯤 되면 교육업에 종사하는 직업병으로 늘 하게 되는 질문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제 해결력을 어디서 배운 것일까?
우리나라 공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해설에 나는 한 표 던지는 바이다. '평가'가 교육인 줄 아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평가라는 유리병 안에서만 폴짝폴짝 뛰는 벼룩으로 길러지는 게 아닌가 싶다.
이재명 대통령님, 부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한 후 교육 문제에 손을 대 주시길 바랍니다. 교육 문제 해답은 김영호 의원이 갖고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