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rtfolio 멤버들에게 보내는 신년사
아이포트폴리오 식구(食口) 여러분,
2025년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의 키워드는 "리드(Lead)"였습니다.
내란에 이은 탄핵과 대통령 선거, AI 디지털교과서의 예상된 자폭 등 외부환경은 엉망진창 창난젓 같았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사옥 매입과 'Go West' 프로젝트라는 창사 이래 가장 큰 변화를 단행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집중해 준 덕분에, 끌려다니지 않고 리드(Lead)하며 2025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한 해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2024년은 "집중", 2023년은 "행복", 2022년은 "감사"였습니다. 매년 같은 얘기로 시작합니다. "최근 입사자들은 물론, 고인물 포함 전 직원 모두 과거 신년사들을 복기하면서 반복적으로 읽고 암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년사는 주입식 교육을 지향합니다."
한국어 '일치'보다 영어 'Congruence'가 더 포괄적인 뜻을 품고 있기에 Congruence를 쓰겠습니다. 이는 단순한 일치가 아니라 우리가 믿는 것, 말하는 것, 살아내는 것이 한 방향으로 정렬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중학교 수학에 등장하는 'Congruent Triangles(삼각형의 합동)'는 세 변이나 각의 조건이 완벽히 맞아떨어질 때 성립합니다. SSS, SAS, ASA 합동... 악몽의 수학 수업이 기억나죠? Congruent를 '일치'보다 '합동'으로 표현한 것은, 단 한 가지 요소만 같다고 해서 완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숙한 인간은 신념을 갖고, 그에 따른 언행일치를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자신의 의지대로 완벽하게 'Congruent'한 삶을 사는 것은 평생의 숙제일 만큼 어렵습니다. 그래서 인생은 항해를 떠나는 배이지, 완성된 항해일 수 없습니다. 올바른 신념과 말, 그리고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개인의 사투는 곧 그 사람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됩니다. 정치인들이 상대편을 공격해서 얻으려는 '존재감'이 참을 수 없이 가벼운 건 그들에게 Congruence가 없기 때문입니다. 말과 행동을 의도적으로 달리하는 사람을 우리는 '사기꾼' 또는 '양아치'라고 부릅니다. 주변 인물로는, 입만 열면 거짓말에 부하 탓을 하는 윤석열이 그렇고, 현재 개인정보 유출과 반복된 산업재해로 물의를 일으킨 쿠팡의 김범석이 전형적인 '양'의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우리와 13년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옥스포드대학 출판부(OUP) 근처에는 'The Eagle and Child'라는 펍이 있습니다. 워크샵 때 가 본 직원들이 많을 겁니다. OUP의 편집자였던 찰스 윌리엄스는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 CS 루이스, <반지의 제왕>의 JRR 톨킨과 함께 옥스포드의 문학학술 모임이었던 Inklings의 회원이었습니다. 잉클링즈의 문학 거장들이 모여 토론하던 곳이 바로 이 펍입니다. The Eagle and Child에 갔다가 알게 된 윌리엄스는 루이스나 톨킨에 비해 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TS 엘리엇이 찰스 윌리엄스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하여 윌리엄스를 다시 보게 됐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기 말만 못 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 말보다 낫다. 찰스 윌리엄스는 그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그 사람의 책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는 삶과 말이 일치된 사람이었다."
와우! 한 개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 사람 존재 자체가 그 사람의 신념, 말, 그리고 행동의 Congruence라는 얘깁니다. 부럽습니다.
이처럼 개인(個人)의 Congruence는 달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개인은 '나는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부터 답을 얻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무신론자이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데 어디에 답이 있는지 단서 하나 없고, 유신론자이면 신에게 물어봐야 하는데 하나님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그러나 법인(法人)인 iPortfolio는 애초에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왜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이 명확히 있습니다. 이제 우리 기업에 'Congruence' 개념을 투영해 봅시다. iPortfolio가 주장하는 신념과 말, 그리고 행동은 일치하고 있습니까? 우리 모두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답해 봅시다.
우리는 Capital driven이 아닌 Mission driven 회사입니다. (그래서 VC 투자자를 중간에 exit 시키고 자본의 간섭을 배제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공인된 가장 비효율적이고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한국 영어교육을 개혁하고자 설립된 회사입니다. Ken Robinson 경의 말대로 교육은 수선할 수 없고 판을 바꿔야 합니다. 망가진 것을 고치는 게 아니라 망가진 것을 '버리고' 새롭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영어 교과서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외치고 수능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만일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이윤 창출을 위해 기업은 존재한다' 또는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존재한다'라고 하면 지금 우리는 방향 전환을 해야 합니다. 대치동식 7세 고시를 시행한 후 "아이가 이렇게 되도록 여태까지 뭐 하셨어요"라며 학부모를 대상으로 공포 마케팅을 시작해야 합니다. 4세 아이를 앉혀 놓고 영어 유치원 입학 면접을 보며 "넌 도대체 태어나서 36개월 동안 뭘 한 거니? 이력서에 왜 아무것도 없어? 탈락!"을 시전해야 합니다.
우리의 서비스는 때로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합니다. 한국식 행동주의 교육 위주로 배운 우리의 대다수 고객들은 우리의 서비스가 왜 이렇게 설계되었는지 이해 못 할 때가 많습니다. 평가를 안 하면 어떡하자는 거야? 왜 틀린 걸 빨간펜으로 교정해 주지 않고 자꾸 칭찬만 하지? 왜 한국말로 해석을 안 해주지? 왜 진단하고-외우고-시험보고를 안 하냐고! 이렇게 해서 언제 성적을 올리냐고 도대체! 왜 자꾸 공부가 재밌어지는 건데!!? 재밌으면 노는 거 아냐?
"언어를 한다는 것은 암기하는 걸 기억해 내는 프로세스가 아니다. 언어는 사고(추측, 추론, 비판, 질문)하는 과정이 축적되어 스스로 깨달아(자각/自覺) 무의식적으로 저절로 생기는 능력이다."
그래서 오랜 기간 구성주의식으로 빌드업을 해야 하고,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재미없으면 절대 지속할 수 없습니다. 언어는 일차원 직선(linear)*으로 능력치가 오르질 않습니다. 계단식 성장을 합니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 막상 제품은 우리가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수능형 문제풀이나, 단순 반복(Drilling)으로 점철되어 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건 AI디교에서 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만든 리딩앤과 옥스포드리딩클럽은 차원이 다른 서비스입니다.
비록 시장의 요구와 타협해야 하는 순간도 있지만, 최대한 노력해서 마지노선을 지켜내야 합니다. 우리의 철학이 제품에 오롯이 녹아들도록 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기술적 Congruence입니다. 이 어려운 걸 여러분들이 해내고 있습니다. 극한직업이지만 정말 잘 하고 있습니다.
(*일차원 직선이 아닌 4차원 시공간 매끄러운 다양체(smooth manifold) 상의 적분 곡선들의 집합입니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도 이것을 합동(congruence)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Dirac-delta function과 Step function으로 설명 가능한 계단식 성장을 보입니다. 쌍쌍바 돼지바 비유에 이런 복잡한 물리학과 수학이 숨어 있습니다. 모두 다 알고 있었죠?)
회사 홈피와 복도에 걸어놓은 핵심 가치를 바라볼 때마다 자아 분열의 고통을 겪습니다. ('iPortfolio 핵심 가치의 위선을 폭로합니다' 일독 권장). 한쪽 귀에서는, '핵심 가치는 개나 줘버리고 돈이나 벌어 이 바등쪼야', 다른 쪽 귀에서는 '그래도 교육기업이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가 되면 안 되잖아'라며 양심이 속삭입니다.
여러분들도 "사장님, 개폼 그만 잡고 우리 돈부터 벌면 안돼요? 그냥 입시 영어로 가시죠."라고 하고픈 말이 턱밑까지 차 있을 겁니다.
iPortfolio라는 법인(法人)도 개인(個人)과 마찬가지로 죽을 때까지 이 전투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미션을 향해 나아간다면,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우리의 존재감은 웅장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2026년도에는 우리 Congruence의 산물인 Harmony Hills가 본격적으로 출범합니다. 어린이 영어 동화나 함 만들어 보자고 만든 게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관, 세계관, 그리고 기술이 합(congruence)을 이루어 탄생했습니다. 최초의 자체 IP입니다. 하모니 힐스로 세 번째 핵심 가치인 '이룰 성(成) Result'의 맛을 함께 봅시다. 영어를 즐기는 학생들, 사교육비 부담에서 해방되어 평화가 찾아온 가정, 그리고 회사의 매출과 경제적 풍요. 돈과 명예의 Congruence를 만들어 봅시다. 이것이 바로 카리스마 있는 회사의 존재감 있는 직원이 되는 길입니다.
개봉박두!
PS.
우리 회사는 전투부서 회의인 '비즈 씽크', 전체 팀장 회의인 '올 씽크', 그리고 전 직원 대상의 분기 '씽크'회의를 합니다. 여기서 '씽크'는 Think와 Sync 두 가지 의미를 중의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생각 좀 하자, 생각을 일치시켜 보자는 겁니다. 2026년의 '씽크' 회의부터는 여러분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더 가져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