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어른
"우리는 내남없이 고도성장의 가도를 숨가쁘게 달려왔다. 행여나 중산층의 대열에서라도 낙오할까봐 고속도로를 달릴 때처럼 잘 빠질 때는 최고 속도를 놓고, 밀릴 때는 수단껏 끼어들고, 대가리를 처박고, 곁길로 빠지고, 우회도로를 찾고, 빵빵대고, 으르렁거리느라 그 경쟁에서 멀찌치 밀려난 이들이나, 고속도로로 진입할 수 있는 수단을 처음부터 갖지 못한 이들의 소외감과 적개심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 우리 모두 우리의 속도를 늦추거나 비켜서서 그들도 같이 가거나 먼저 보낼 수 있는 전용차선을 마련해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 박완서, <한 길 사람 속>, p. 4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