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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연 Oct 02. 2020

가장 개인적인 기록이 알려주는 것들

모든 순간은 미래였지만 과거가 된다

초등학생이었던 나 자신은 놀랍도록 지금의 나 자신과 닮아있었다. 다만 내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뿐.

삐뚤빼뚤한 글씨로 한 장 한 장 쓴 일기를 읽어 내려가면서 내가 얼마나 호기심이 많았는지, 책을 좋아했었는지, 또 글 쓰는 걸 좋아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역사 소설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과거의 내 독서록을 읽으면서 내가 예전에도 역사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걸 내가 썼단 말이야? 하는 의문이 드는 구절들도 계속 나왔다.

아직 미숙하지만 사물에 대한 나만의 고유한 각도가 형성되고 있음 또한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어떠한 부끄러움도, 여과도 없이 나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서술했다는 것.

지금의 나도 물론 나지만, 자아 검열이나 내재화된 사회적 시선의 영향이 덜했던 그 시절의 기록이 나에게는 가장 개인적인 기록이다.


꿈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꿈에 조금은 가까워졌을까? 나는 내가 상상하던 20대를 살고 있는가?

글을 쓸 때면 좋은 생각이 마구마구 떠오른다고 썼던 11살의 어린이가 이제 20대 중반이 되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때에는 왜 일기를 자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과 약간의 아쉬움이 든다.
세상이 더 이상 신기하지 않았던 걸까? 입시와 경쟁에 지쳐 세상을 향한 눈을 닫아버린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다행히도 대학을 다니면서 조금씩 과거의 나 자신을 되찾아갔다.

좋아하는 언어 공부를 마음껏 했고, 다시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가끔씩 글도 썼다.




현재는 과거의 미래이자 미래의 과거.

모든 순간은 미래였지만 과거가 된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내가 막연하게 그려보기만 했던 미래의 나이자 미래의 내가 애틋하게 그릴 과거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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